⟬비평⟭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 Ⅱ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

2020. 9. 15. 13:03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 중 두 번째 글로, 「Ⅰ부: 조금은 특별한 원더랜드」에서 이어진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과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접점이 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시로 들 파크를 CSV 사업 분야별로 나누어 Ⅰ부에서 Ⅵ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하며, 지난 Ⅰ부에서는, 파크 산업에서 CSV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 사례 세 가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Ⅱ부에서는 미래 세대 및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파크를 몇몇 장소를 소개하겠다.

 

 

 

 

 

Ⅱ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

 

 

 

 

 

살리나 투르다

SALINA TUR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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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 가능한 개발)는 과거 CSR 시대부터 현재 CSV 시대까지 줄곧 핵심 화두로 다루어져 온 개념이다. 흔히 SD가 환경 보전과 동의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으나, 사실 SD는 환경과 사회와 경제 세 개 분야를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증진적인" 핵심 분야로 동등하게 취급한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할 때 고갈과 파괴를 초래하지 않고, 사회와 경제 면에서 보았을 때 정당하고 공정하며,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할 때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SD의 핵심이다. 즉 SD란 미래 세대가 환경은 물론이고 사회와 경제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의 앞선 세대가 힘써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SD를 테마이자 핵심 가치로 삼은 체험 시설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루마니아 클루지주 투르다에 위치한 살리나 투르다 (Salina Turda)라는 놀이공원이다. 살리나 투르다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 베스트 25에 선정되었으며, 매해 25만 명 정도가 방문하는 지역의 명소이기도 하다. "살리나" (Salina)는 루마니아어로 "염전" 내지는 "암염(巖鹽)광산"을 의미한다. 즉, "살리나 투르다"는 "투르다에 있는 소금 광산"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놀이공원을 "소금 광산"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이 원래 소금 광산이었기 때문이다. 살리나 투르다는 약 90 미터 길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접근할 수 있으며 최고 깊이는 무려 지하 약 120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소금 광산이었고, 투르다 지역 역시 살리나 투르다를 경제의 기반으로 삼아 성장하였다. 그러나 광산이 문을 닫고 약 70년간 방치되면서 광산은 흉물화 되어 갔고 마을은 활력을 잃게 되었다. 마냥 방치해 둘 수는 없었던  주(州) 정부의 지원 하에, 1992년 할로테라피 (Halotherapy; 소금 동굴의 공기가 폐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고안한 치료법) 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2003년부터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놀이공원으로 거듭났다. 방치된 폐광을 재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친환경적인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목재를 사용하여 내부 시설을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관람차와 보트 라이드와 미니 골프에 공연장까지 지녔으니 놀이공원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이밖에도 전시실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지하 90 미터 깊이에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공원이라니 이보다 비일상적인 장소는 찾기 힘들 것이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상하좌우 거대한 암벽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지하의 고립 낙원이다. 살리나 투르다를 찾는 사람 중 약 35 퍼센트는 지역 체류가 불가피한 외국인 관광객이며,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도 포천 아트 밸리나 삼탄 아트 마인처럼 유사한 시설이 있고 필자도 이들 장소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한국의 시설은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정도의 콘텐츠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뚜렷한 목표 의식과 창의성을 더한 살리나 투르다는 전 세계의 도시 재상 사업 기획자라면 꼭 참고하여야 할 시설이다.

 

 

 

 

 

에덴 프로젝트

EDEN PROJECT

© Eden Project

지하 낙원을 한 곳에 이어서 지상 낙원도 한 곳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런던으로부터는 차로 무려 네 시간 반이나 소요되고, 근방에 위치한 그나마 규모가 있는 도시인 카디프, 브리스톨, 바스 등지에서도 세 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그야말로 고립 낙원이다. 영국 잉글랜드의 콘웰은 영국 4대 빈곤 지역 중 한 곳으로 삶의 질이 좋지 못하였으며, 고령토와 구리를 캐내는 거대한 채석장이 들어서면서 자연 역시 당연히 파괴된 지역이기도 하였다. 광산이 문을 닫은 후에는 지역에 흉물스러움이 더해졌다. 고고학자 출신 사업가 팀 스미트 (Tim Smit)는 이 황폐하게 버려진 폐광을 살려내고자 하였고, 약 50만 제곱미터 부지에 3만 9천 제곱미터 넓이의 초대형 온실 건설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설에는 에덴 프로젝트 (Eden Project)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어 발음에는 "이든 프로젝트"가 가깝겠으나, "에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미 널리 알려졌기에 관습적인 표기를 따르기로 하였다.) 에덴 프로젝트의 온실은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물을 씨앗 단계에서부터 가드닝 하는 프로덕트 가든 (Product Garden)이기도 하다. 에덴 프로젝트 건설에는 에틸렌 테트라 플루오로 에틸렌 (Ethylene Tetrafluoroethylene)이라는 플라스틱 신소재가 사용되었는데, 무게는 유리에 비해 훨씬 덜 나가고 햇빛의 투과량을 높아 온실 관리에 보다 적합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라는 점에서 에덴 프로젝트의 친환경성이 배가되기도 한다. 에틸렌 테트라 플루오로 에틸렌 말고도, 에덴 프로젝트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표지판 등 많은 요소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 혹은 재활용품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에덴 프로젝트는 콘웰의 지역 사회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건설단계에서 지역 납품, 지역 고용, 지역 역량 등 지역 사회를 최우선시한 사업 진행 방식을 채택하였고, 에덴 프로젝트의 주요 기능이기도 한 연구를 통한 농업 기술을 지역 사회에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에덴 프로젝트는 단순한 온실이 아닌, 그 안에 문화 시설과 교육 시설, 카페와 식당, 심지어 호텔까지 갖추고 있어,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크며 지역민의 삶의 질과 고용률을 모두 향상하였다. 약 1,7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이중 500명은 정규직인데, 500명 중 약 70 퍼센트는 이전 실업자였고 약 50 퍼센트는 고령자이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는데, 연간 약 150만 명이 에덴 프로젝트를 방문하기 위해 콘웰 지역을 찾으며 30 퍼센트 이상이 콘웰 지역에서 체류한다고 한다. 참고로, 에덴 프로젝트에서는 트랙터 뒤로 차량을 연결한 특이한 외형의 열차를 운영하고 있고 영국 최장 길이의 집 라인도 설치되어 있으니, 나름 라이드 파워를 갖추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 Eden Project

한편, 잉글랜드 북서부 모어캠에서는 에덴 프로젝트 노스 (Eden Project North) 프로젝트가 2023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되는 중이다. 모어캠은 호수 지역(레이크 디스트릭트)과도 가깝기 때문에 탄생 이후 잉글랜드 북부의 자연친화적인 관광 벨트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SD라는 에덴 프로젝트 노스의 기본 목표와 기능은 대체로 콘웰의 에덴 프로젝트와 동일하지만, 모어캠 지역 사회의 현대화하고, 바닷가에 설치되는 만큼 조수간만과 간석지 관련 지식을 보급하는 일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에덴 프로젝트 노스로 인한 모어캠 현지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환경 파괴로 극심한 기상 이변과 재연 재해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환경에 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영국 각지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도시에서 차로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상당히 불리했던 기존의 에덴 프로젝트와 달리, 에덴 프로젝트 노스는 모어캠의 시가지 바로 옆에 설치된 뿐만 아니라, 랭커스터, 블랙풀, 리버풀, 맨체스터 등의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가 차로 한 시간 안팎의 거리에 위치하여 모어캠의 지속적인 발전에 보다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 Disney, All Rights Reserved

에덴 프로젝트를 보면 떠오르는 아주 유명한 테마 파크가 한 곳 있다. 바로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 (Walt Disney World Resort)엡콧(EPCOT) 파크이다. "엡콧"이라는 파크의 명칭은 "미래 사회의 실험적 원형" (Experimental Prototye Community of Tomorrow)의 두어 문자이다. 월트 디즈니는 생전에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래형 도시로 만들고자 하였다.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전에 사망하여 그 꿈을 실현하지는 못하였고, 비록 월트 디즈니의 완성작은 볼 수 없게 되었으나, 엡콧을 통해 그가 꿈꾸던 미래형 도시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엡콧에서 운영 중인 어트랙션 중에는 땅과 함께 (Living with the Land)라는 보트형 라이드 어트랙션이 있다. 땅과 함께는 지구 대순환으로 인한 다양한 기후대 및 식생분포에 관하여 설명하는 전반부와, 이러한 식물 자원을 인간이 이용하는 방법 즉 농업 기술에 관하여 설명하고 직접 보여주는 후반부로 구성된다. 농업 기술에 관하여 설명할 때는,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힘써야 함을 설명함은 물론이고, 땅과 함께라는 어트랙션 안에서 실제로 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Ⅱ부에서는 SD를 핵심 가치이자 테마로 삼은 살리나 투르다와 에덴 프로젝트에 관해 알아보고, 추가로 에덴 프로젝트 노스와 엡콧의 땅과 함께에 관하여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환경이 SD의 모든 것이 절대 아니고, 이번 포스트에서 언급한 시설들 또한 환경뿐만이 아니라 관광 자원으로서의 수익성과 지역 사회의 경제 활성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환경, 특히나 자연은 SD와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한 분야이다. 이어지는 Ⅲ부에서는 자연을 중심 소제로써 적극 차용하며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총 6부작)

Ⅰ부: 조금은 특별한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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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부
: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
[본 게시글]
Ⅲ부: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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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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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부: 놀이공원의 조상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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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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