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Ⅱ 윙 코스터 편 ①

2021. 5. 30. 00:01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09]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Ⅱ 윙 코스터 편 ① 〔5/3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tgGi9B9GahU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특정 롤러코스터의 발달사를 따라가며 해당 롤러코스터의 특징과 쟁점을 소개하는 "Who's Runnin the Show!", 지난 Ⅰ부의 플라잉 코스터에 이어서, 이번 Ⅱ부에서는 윙 코스터와 만나게 됩니다. 플라잉 코스터의 발달 과정은 주도권을 뺐고 빼앗기며 전개되었는데요, 윙 코스터는 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탑승 유지! 지금 시작합니다. 참, 앞선 "롤러코스터의 종류, 얼마나 다양할까?" 시리즈를 보고 오시면 이번 이야기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때는 바야흐로 2002년, 미국의 '애로우 다이내믹스'(Arrow Dynamics) 사는 전 세계 롤러코스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어마무시한 신유형 롤러코스터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리타 소재의 '식스플래그 매직 마운틴'(Six Flags Magic Mountains)에 설치된 'X'입니다. X는 오르락 내리락 내달릴 뿐만 아니라, 좌석이 앞뒤 위아래로 회전하는 아주 파격적인 롤러코스터였고,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는 이 역동적인 롤러코스터에 '4차원 코스터'(4th dimension coaste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4차원 코스터의 회전 방향을 나타낸 모식도와, 날개에 좌석이 부착된 탑승물의 모습

좌석이 이런 식으로 회전하려면 반드시 좌석 아래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겠죠.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는 레일 위에 좌석을 바로 얹는 기존의 방식 대신, 탑승물을 레일보다 넓게, 좌우로 길게 늘인 후, 레일 밖으로 튀어나간 부분에 좌석을 얹어 놓았습니다. 마치 날개를 펼친 모양의 윙 코스터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X로 대박을 터트릴 줄 알았던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의 재정 상황은 오히려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X의 총 예산은 미국 돈으로 약 4천5백만 달러, 한화로는 5천억 원을 훌쩍 넘기는 금액이었습니다. 대형 롤러코스터는 원래 비싸지 않느냐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6년 뒤에 지어진 'T 익스프레스'의 예산이 약 360억 원입니다.¹⁾ 4천5백만 달러는 대형 롤러코스터의 예산 중에서도 손에 꼽을 큰 액수입니다. 당시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는 새로운 놀이기구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곤 했지만, 거의 매번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탓에, 언제 발을 삐끗해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는 X라는 강력한 한 방을 날렸지만, X의 잦은 고장에 시름시름 앓다가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더해지며 결국 파산 길을 걷고 말았습니다.

 

일본 '후지큐 하이랜드'의 '에에자나이카'의 전경과, 상하이 인근 '다이노콘다'의 모습(© S&S - SANSEI TECHNOLOGIES.)

하지만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는 좋은 사업 아이템을 많이 지닌 회사였고, 이를 놓칠세라 미국의 'S&S 월드와이드'(S&S Worldwide) 사가 매각에 나섰습니다. S&S 월드와이드 사는 기존 4차원 코스터 기술을 큰 돈을 들여 보완한 후, 2006년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富士急ハイランド/Fuji-Q Highland)'에에자나이카'(ええじゃないか/Eejanaika), 2012년 중국 상하이 인근의 신베이 '중화공룡가든'(中华恐龙园/China Dinosaur Land)'다이노콘다'(过山龙/Dinoconda)라는 이름의 4차원 코스터를 설치했습니다. 에에자나이카와 다이노콘다는 대성공을 거두며 지금도 걸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문제아였던 오리지널 X에도 거금을 들여 손을 본 후, 2008년부터 'X2'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다이노콘다가 성공적으로 첫 운행을 시작한, 2012년 가치가 점점 올라가던 S&S 월드와이드 사는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산세이 테크놀로지'(三精テクノロジーズ/Sansei Technologies) 사에 합병되었습니다. 이후 사명을 개칭해, 지금은 'S&S 산세이 테그놀로지'(S&S – Sansei Technologies) 사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에에자나이카가 크게 히트했음에도, S&S 사의 4차원 코스터를 들이려는 놀이공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크기도 크고 단가도 아주 비쌌기 때문입니다. 이에 리히텐슈타인 소재의 '인타민'(Intamin) 사는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훨씬 좁은 부지에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설치 가능한 보급형 4차원 코스터 모델을 개발해 '잭스핀'(ZacSpin)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규모 뿐만 아니라 회전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대형 4차원 롤러코스터의 회전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Bowlnmike)와, 탑승물이 회전 중인 잭스핀 코스터의 모습(© Intamin Amusement Rides Int.)

기존의 대형 4차원 롤러코스터는 두 개의 주 레일 아래에 두 개의 보조 레일을 설치하여 좌석을 회전시켰습니다. 보조 레일을 지나는 바퀴는 탑승물 내부의 톱니바퀴와 연결되고, 톱니바퀴는 다시 좌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간마다 주 레일과 보조 레일 사이의 거리에 차이를 두어, 탑승물 내부의 톱니바퀴를 돌리고 좌석의 회전을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축음기로 레코드판을 재생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때문에 동일한 구간을 지나는 모든 좌석은 동일한 속도로 동일한 각도만큼 회전합니다. 반면 잭스핀은 관성과 전자기력으로 좌석을 돌립니다. 좌석을 고정해 두지 않아 탑승물이 큰 힘을 받는 구간에서는 관성으로 좌석이 돌아가는데, 특히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일부 구간에는 선형 모터를 설치하여 전자기력으로 좌석을 보다 힘껏 돌리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잭스핀의 좌석은 탑승자의 몸무게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매번 다르게 회전합니다.

 

잭스핀은 가성비가 아주 높은 롤러코스터 같아 보였습니다. 때문에 발표 직후에는 제법 많은 공원에 잭스핀이 설치되었습니다. 2007년 4월 핀란드 헬싱키의 '린난매키'(Linnanmäki)에 "버터교반기"라는 뜻의 '키르누'(Kirnu)라는 첫 번째 잭스핀이 설치되었고, 짧은 시간 안에 에스파냐 '테라 미띠까'(Terra Mítica)'인페르노'(Inferno), 스웨덴 스톡홀름 '그뢰나 룬트'(Gröna Lund)'인세인'(Insane), 두 번째, 세 번째 잭스핀이 연달아 설치되었습니다. 그렇게 스테디셀러가 되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 인기가 뚝 떨어져 버립니다.

 

4차원 코스터 자체가 스릴이 넘치는 놀이기구이기에, 인타민 사는 롤러코스터의 크기를 크게 줄이면서도 재미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S&S 사의 것은 트랙 길이가 1,000미터를 넘는데 잭스핀은 300미터도 넘지 않으니 정말 작고 귀여운 사이즈였죠. 그러나 사실 잭스핀은 전혀 귀여운 놀이기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격렬해서 탑승 후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탑승자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기존의 4차원 코스터에서는 좌석의 회전축이 탑승자의 골반 앞에 놓여 질량 중심과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인타민 사는 잭스핀의 탑승 정원을 늘이기 위하여 회전축을 탑승자의 등 뒤 엉덩이 부근에 두었고, 안타깝게도 체감 격렬도가 증폭되는 결과는 낳았습니다. 더 격렬하면 더 재밌는 거 아니야? 적당히 격렬하면 스릴이 배가되지만, 지나치게 격렬하면 신체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불쾌감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2011년에는 식스플래그 매직 마운틴에 '그린 랜턴: 퍼스트 플라이트'(Green Lantern: First Flight)라는 잭스핀이 새롭게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은 2017년에 철거된 후, 올해인 2021년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에 있는 계열사 '라 롱드'(La Ronde)로 옮겨져 '비페르'(Vipèr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되게 되었습니다. 식스플래그 매직 마운틴이 위치한 산타클라리타는 미국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위치하고, 해당 운영사의 주력 공원 중 한 곳으로, 신기술이 적용된 대형 놀이기구가 주기적으로 설치되는 공원입니다. 반면에 퀘벡에 위치한 라 롱드는 아무래도 돈벌이나 신기술과는 거리가 제법 먼 곳이고요. 해당 롤러코스터가 로스앤젤레스 근처에 있다가 퀘벡으로 옮겨진 것은, 잭스핀의 낮아진 위상 변화를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잭스핀 코스터의 회전축의 위치를 나타낸 모식도와, 4D 프리 스핀 코스터의 회전축의 위치를 나타낸 모식도

이후 2015년에 S&S 사는 '4D 프리 스핀'(4D Free Spin) 코스터라는 보급형 4차원 코스터 모델을 공개하며 중형 4차원 코스터 시장까지 점령하기에 나섰습니다. S&S 사는 최초의 4차원 코스터처럼 회전축을 다시 질량 중심 부근에 두며, 잭스핀이 놓쳤던 안정감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첫 번째 4D 프리 스핀 코스터는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식스플래그 피에스타 텍사스'(Six Flags Fiesta Texas)에 설치된 '배트맨 더 라이드'(Batman The Ride)였습니다. 이후로도 '식스플래그 오버 텍사스'(Six Flags Over Texas)'식스플래그 뉴잉글랜드'(Six Flags New England), '식스플래그 그레이트 아메리카'(Six Flags Great America)에 모두 '더 조커'(The Joker)라는 같은 이름의 코스터를 설치하였고, '식스플래그 멕시코'(Six Flags Mexico)에 설치할 때는 '원더 우먼'(Wonder Woman)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아이오와의 '어드벤처랜드'(Adventureland)에 들어설 예정인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와, 2017년 일본 미에현 '나가시마 스파랜드'(ナガシマスパーランド/Nagashima Spa Land)에 설치된 '아라시'(嵐/Arashi)를 제외하고 모두 DC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참고로 "아라시"는 그 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고, 일본어로 순전히 "돌풍"이라는 뜻의 일반명사입니다. S&S 사는 2021년 아랍에미리트의 '모션게이트 두바이'(Motiongate Dubai)에도 4D 프리 스핀 코스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는데, 새로운 4D 프리 스핀 코스터의 이름은 '존 윅: 오픈 컨트랙트'(John Wick: Open Contract)가 될 예정으로, 이번에도 그래픽노블 원작 영화가 배경이 되었습니다. 단, 테마성은 기존의 DC 코스터들보다 높게 끌어 올린다고 하네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윙 코스터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는데요. 이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진화는 그 뒤로도 쭉 계속되었습니다. 이후의 다이너믹한 전개 과정은 다음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②편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1) 유튜브 영상에서는 "36억 원"이라고 잘못 언급했으며, 이를 정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