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 Ⅵ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다

2020. 9. 20. 20:12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 중 마지막 여섯 번째 글로, 「Ⅴ부: 놀이공원의 조상과 만나다」에서 이어진다.

 

어느덧 이번 연작의 마지막 포스트가 되었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과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접점이 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예시로 들 파크를 CSV 사업 분야별로 나누어 Ⅰ부에서 Ⅵ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앞선 Ⅰ부에서는 파크 산업에서 CSV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 사례 세 가지를 알아보았고, 이어서 CSV의 분야를 기준으로 사례를 나누어 살펴보았다. Ⅱ부에서는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SD에 적극 참여한 파크를 소개하였고, Ⅲ부에서는 자연환경에 특히나 중점을 두고 자연과의 조화를 테마를 삼은 시설을 살펴보았으며, Ⅳ부에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기존 사업 분야와도 잘 어울리는 CSV 모델을 구축한 사례를 살펴본데 이어, Ⅴ부에서는 파크 산업의 발전 과정이 CSV와는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알고 이와 관련된 사례를 탐구해 보았다. 대단원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이번 Ⅵ부서는 마지막으로, 놀이공원 두 곳 소개하며 파크 산업에서 취할 수 있는 혁신적인 CSV 사업 구조 두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Ⅵ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다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

PARQUE DIVERSIONES

© 2016 Parque Diversiones.

코스타리카 산호세 우르카에는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 (Parque Diversinones)라는 놀이공원이 있다.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코스타리카에서 거의 유일하고 산호세 내에 위치하는 것으로는 확실하게 유일한 놀이공원이다. 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일반적인 놀이공원일 것 같으나, 이곳의 수익금은 아동 병원 유지와 발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며, 세계 여러 주요 언론에 수 차례 소개되기도 하였다. 단순히 수익금을 아동 병원에 기부하는 놀이공원이라고만 생각하면 CSV보다는 CSR에 더욱 근접하겠으나,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의 탄생 과정을 살펴본다면 CSV 사업의 한 가지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반 세기 전인 1950년대 중반 코스타리카에서는 전염성 소아마비가 심각하게 확산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 아동 전용 병원이 없어 많은 어린이가 희생되었고, 벨기에 출신의 의학박사이며 코스타리카 부통령이기도 했던 카를로스 사엔스 헤레라 (Carlos Sáenz Herrera)는 아동 병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1954년 모금회를 조직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10년에 걸친 사엔스 헤레라 박사의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1964년 코스타리카의 첫 국립 아동 병원 (Hospital Nacional de Niños)가 개원하게 되었다. 이후 국립 아동 병원의 외과 과장이던 로베르토 오르티스 브레네스 (Roberto Ortiz Brenes) 박사는 "건강한 아이들이 치료 중인 아이들을 돕는다" (healthy children helping healing childre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놀이공원을 건설하여 수익금으로 병원의 재정을 보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오르티스 브레네 박사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1981년 빠르께 데 디베르시오네스 (Parque de Diversinoes)라는 놀이공원이 운영을 시작하였고, 이것이 지금의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로 이어졌다. 그러니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국립 아동 병원의 재정 보충을 위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립 아동 병원과 아동복지 (Child Welfare) 증진이라는 큰 틀을 공유하며 사회 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복지 차원에서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무리한 이윤 추구는 자제해야 하지만, 국립 아동 병원에 재정적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마냥 자선 단체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점을 보았을 때 CSR의 사례이기보다는 CSV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1981년 개장한 놀이공원과, 1994년 추가된, "구시가지"라는 뜻의, 푸에블로 안띠고 (Pueblo Antigo)로 나누어진다.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에는 각종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 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내부적으로 재조림 (再造林)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푸에블로 안띠고는 국립 아동 병원 지원과 더불어 코스타리카의 문화 전통을 부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식 및 성년식 등의 행사 진행을 위하여 장소를 대관하여 주고 있다.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세계 놀이 시설 및 공원 산업 협회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musement Parks and Attractions; IAAPA)의 정식 회원이며, 오르티스 브레네스 박사의 IAAPA의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코스타리카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놀이공원이라는 점에서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는 이전에 살펴보았던 존재만으로도 CSV 사업이 되었던 파크들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아동복지 증진, 그리고 푸에블로 안띠고의 경우에는 문화 전통 부흥을 목적으로 하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보다 뚜렷하다. 또한 빠르께 디베르시오네스가 단일한 이윤 추구 집단이 아니라 국립 아동 병원의 유지와 발전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두 시설의 관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

TONY'S CHOCOLONELY CHOCOLATE CIRCUS

© Tony's Chocolonely

두 번째로 소개할 놀이공원이자, 이번 6부작의 마지막 사례가 될 장소는,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 잔담에 설치될 예정인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 (Tony's Chocolonely Chocolate Circus)이다. 2005년에 설립된 토니스 초코론리 (Tony's Chocolonely) 사는 현대판 노예 제도와 아동 노동에 반대하며 공정무역 (Fair Trade)에 엄격히 의거하여 초콜릿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토니스 초코론리 사는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검증된 무역 업체에서 카카오를 직수입하며, 2013년부터는 노동 착취 근절을 위하여 구매 시 농장 판매 시세 (farm-gate value)에다가 약 13 퍼센트를 더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2019년, 공정무역을 위해 힘쓰던 토니스 초코론리 사는 테마 파크 산업 진출을 발표하며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의 계획안을 공개하였다.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는 2023년 개장이 목표였으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토니스 초코론리 사 측에서는 언제든지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 프로젝트를 재개할 것이라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 토니스 초코론리 사가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는 명확한 스토리라인에 따라 진행된다. 테마 파크까지는 페리에 탑승하여 접근해야 한다. 하선한 방문객은 실내 구역으로 입장하게 되는데, 붉은 벽돌과 토니스 초코론리 사의 로고가 어울어진 앤틱한 공간을 통과하면, 초콜릿 산업과 카카오 농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 착취와 아동 노동 등 현대판 노예 제도의 실태를 보고하는 장소가 나온다. 영상 터널 등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구간과 카카오 농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방문객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콜릿이 생산되기 까지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이의 힘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이 공간 너머에서는 다양한 체험형 어트랙션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체험형 어트랙션은 카카오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나르고 껍질을 까서 말리는 각각의 과정을 어트랙션화(化) 한 시설이다. 따라서, 방문객의 도전정신을 자극하고 성취욕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카카오 생산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된다.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 내에는 실제 초콜릿 제조 시설도 들어설 예정인데, 시설의 일부가 방문객에게 공개되어 방문객으로하여금 카카오를 수입한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이 있어야 초콜릿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학습하도록 한다. 시설의 한쪽에는 초콜릿의 제조라인을 모티프로 삼은 롤러코스터도 설치될 예정이다. 해당 롤러코스터는 스릴은 물론이고, 비록 쇼세트이기는 하나 초콜릿이 제조되는 과정을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테마 파크 안에는 제법 넓은 규모의 휴식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져, 잔담의 지역 사회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콜릿 사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면서 공정무역이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발을 맞춘다는 점에서 토니 초코론리 사 자체도 상당히 CSV적이다.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는 초콜릿의 생산과 이에 얽힌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어내면서 기업 홍보관 역할을 하니 보다 CSV적이라고 할 수 있다. CSV를 기저에 둔 기업이 파크 산업에 진출하며 또 다른 CSV 사업을 추진한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앞선 다른 사례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확실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한 것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아직 완성본이 나오지 않아 계획안만을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놀이공원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정통 테마 파크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었던 다른 예시들과는 달리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는 컨셉과 스토리텔링 면에서 확실히 테마 파크라고 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토니스 초코론리 초콜릿 서커스가 성공을 거둔다면, 테마 파크 산업 씬에서도 얼마든지 CSV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에서 행하지고 있는 CSV 사업의 여러 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이따금씩 파크 산업의 역사에 관하여도 짤막하게 알아보았다. 오늘날 파크 산업이 진행되어가는 양상을 보면 파크 산업과 CSV는 영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의외로, 테마 파크와 놀이공원의 역사가 시작되던 그 순간들부터, 이미 파크 산업은 CSV와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파크 산업체 중에서도 정말 많은 산업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CSV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지막 Ⅵ부에서 살펴본 두 공원처럼 분명한 목적의식과 사회적 사명감 및 관계성 속에서 놀이공원의 CSV 사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혹은 CSV를 기반으로 하여 정통 테마 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까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여섯 개의 포스트에 걸친 6부간의 대장정은 이것으로 막을 내리겠지만, 파크 산업과 CSV의 어울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파크 산업을 좋아하고 파크 산업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사회의 여러 문제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 파크 산업이 우리의 사회를 개선시키길 바라고, 또한 우리의 사회가 파크 산업을 보다 꽃 피울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6부작을 마치겠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총 6부작)

Ⅰ부: 조금은 특별한 원더랜드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1

Ⅱ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2

Ⅲ부: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다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3

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4

Ⅴ부: 놀이공원의 조상과 만나다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5

Ⅵ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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