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6. 00:05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25][비평] 식스 플래그의 '닥터 다이어볼리컬', 너는 누구냐!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Ⅳ) 〔8/26〕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0eroyok3vZM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로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It's Coastertime! 바로 2주 전이었습니다. 내년인 2022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식스 플래그 피에스타 텍사스'(Six Flags Fiesta Texas)에서 열여섯 번째 '다이빙 코스터'(Dive Coaster)인 '닥터 다이어볼리컬 클리프행어'(Dr. Diabolical's Cliffhanger)가 오픈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줄여서 "클리프행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지난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시리즈 영상을 통해 최초의 다이빙 코스터 '오블리비언'부터 열다섯 번째 '엠퍼러'까지의 발달 과정을 톺아본 만큼, 막냇동생이 될 닥터 다이어볼리컬 클리프행어에 관해서도 알아보는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명칭에 명시된 '닥터 다이어볼리컬'은 'DC 코믹스'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빌런이 되기 전에는 프로파일러로 일했고, 범죄 관련 지식은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박식하다는 오만에 가득 찬 인물이며, 주로 '배트맨'의 적수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다만, 원작의 일문은 남성이지만, 식스 플래그의 티저 속에서는 여성형 대명사가 사용되어, 두 인물이 동일인물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¹⁾ "Diabolical"이라는 단어 자체는 성격이 악마같이 사악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닥터 다이어볼리컬이 과연 어떤 롤러코스터를 준비했을지!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It's Coastertime!
'식스 플래그'(Six Flags) 사는 2021년 현재 기준 북미 지역에 워터파크 제외 총 15개의 놀이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북미 어뮤즈먼트 파크의 2대장이지요. 격렬한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스릴씨커(Thrill seeker) 사이에서는 거대한 롤러코스터를 들일 것이라던 식스 플래그의 예고와 달리 이번 클리프행어의 몸집이 작다며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00년의 '슈퍼맨 크립톤 코스터'(Superman Krypton Coaster)와 2013년의 '아이언 래틀러'(Iron Rattler) 및 2018년의 '원더우먼 골든라쏘 코스터'(Wonder Woman Golden Lasso Coaster)가, 피에스타 텍사스의 상징과도 같은 암벽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클리프행어는 해당 지형을 활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피에스타 텍사스가 위치한 장소는 과거 채석장이 있던 곳으로, 이 시절 암석을 퍼내며 만들어진 거대한 절벽이 공원의 동·서·남쪽을 병풍처럼 감싸는 것이 이색적인 매력이 있는 공원입니다. 클리프행어는 다이빙 코스터라는 특징이 절벽에 찰떡임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식스 플래그 프랜차이즈의 팬이나 피에스타 텍사스가 자신의 홈파크(Home park)인 텍사스 거주자 사이에서는 클리프행어를 환영한다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스릴 명가 식스 플래그에 다이빙 코스터가 설치되는 것은 의외로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10년 '짐 리드 앤더슨'(Jim Reid-Anderson)이 회사의 CEO가 된 후, 약 10년 동안 식스 플래그는 모든 계열 공원에 거의 매해 새로운 스릴 라이드 어트랙션을 들이며 집객력을 확보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좋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나 폐업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식스 플래그인 만큼 과투자는 절대 금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공원에 매년 대규모 라이드 어트랙션을 들인다? 매해 예산을 N 분의 1로 나누어 가져가야 하는 만큼 하나의 파크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어들고, 그만큼 임팩트는 적은 놀이기구를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놀이기구 중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롤러코스터는 특히 중·소규모의 보급형 기종을 설치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반면에 경쟁사인 '시더 페어'(Cedar Fair) 사는 계열 파크에 번갈아가며 자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신규 스릴 라이드를 설치했습니다. 시더 페어 사는 식스 플래그와 함께 북미 지역 어뮤즈먼트 파크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회사로, 이곳도 워터파크 제외 총 11개라는 적지 않은 놀이공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릴 라이드가 들어오는 공원별 주기는 길어지지만 그만큼 롤러코스터 하나하나의 스펙은 더 높아지고 화제성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시더 페어가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M&D 즉 리테일과 식음 시설에서도 큰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식스 플래그는 북미 지역의 주요 파크 중 M&D의 파워가 특히 약하다는 것도 족쇄였습니다.
2019년 리드 앤더슨이 은퇴하고 '마이크 스패노스'(Mike Spanos)가 새로 식스 플래그의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스패노스는 식스 플래그의 과감한 전략 변경을 예고했고, 식스 플래그의 콘텐츠 강화와 이에 따른 M&D 판매 실적 증대 그리고 신규 롤러코스터의 대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전략을 이미 취하고 있는 시더 페어가 주가와 재무제표의 많은 항목에서 식스 플래그를 앞섰기도 합니다. 리드 앤더슨의 방법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식스 플래그는 챕터7 즉 파산 보호 신청까지 갔다가 소생한 상태였습니다. 놀이공원은 철거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리드 앤더슨은 식스 플래그의 많은 계열 공원의 재정상태를 한 번에 안정화시켜야만 했습니다. 다만, 챕터7 이전의 식스 플래그는 충격적인 스케일과 비주얼의 롤러코스터로 세계적으로 유명했고, 회사의 재정상황이 이제 산소호흡기를 뗄 정도는 되었으니,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클리프행어는 근 10년간 식스 플래그가 들여온 중·소규모의 롤러코스터와 10년 전까지 설치했던 초대형 롤러코스터의 중간 단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클리프행어가 식스 플래그의 라이드 파워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에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이빙 코스터를 만든 '볼리거 & 마이뱌르'(Bolliger & Mabillard), 줄여서 'B&M' 사의 입장도 있습니다. 최근 B&M 사는 롤러코스터의 규모를 조금씩 줄이고 있습니다. 원래 B&M 사는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규모의 고스펙 롤러코스터로 유명합니다. 이들 롤러코스터는 임팩트가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돈이 워낙 많이 들어가다 보니 B&M 사와 거래할 여력이 있는 놀이공원은 소수이고 세계의 여러 놀이공원에 보급하기는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014년 '패밀리 인버티드 코스터'를 공개하긴 했지만 이미 '베코마' 사의 비슷하게 생긴 롤러코스터가 해당 시장을 선점한 후였고, B&M 사는 중·소규모 롤러코스터 분야에서 유독 힘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B&M 사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의 대형 롤러코스터 모델의 스케일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이빙 코스터입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다이빙 코스터를 두고 B&M 사는 탈장르화와 소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지난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시리즈 영상을 참고 바랍니다. 제가 이때 영상에서 다이빙 코스터의 소형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는데, 클리프행어를 보니 제 예측이 들어맞아서 참 뿌듯합니다. 여하튼, 롤러코스터의 규모를 키워나가길 바라는 식스 플래그와, 대형화된 롤러코스터를 조금 줄여보고자 하는 B&M 사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으면서, 다이빙 코스터 치고는 작지만 다른 롤러코스터에 비하면 커다란 클리프행어가 탄생한 것이 아닌지,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클리프행어가 옛 채석장의 절벽을 활용하지 못한 것도 그렇습니다. 클리프행어를 암벽까지 연결하려면 트랙의 길이를 150미터 이상은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클리프행어의 스펙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첫 하강 구간을 절벽에 설치하자니, 첫 강하 뒤로 특수 트랙도 이어져야 하는데, 공간이 참 애매합니다. 이름이 "클리프행어"인데 실제로는 "클리프"(cliff)에 "행"(hang)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식스 플래그와 B&M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클리프행어의 직속 선배는 '엠퍼러'(Emperor)이지요. 클리프행어의 트랙 전장은 약 762미터로 엠퍼러보다 살짝 더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최고 높이는 약 46미터이고 최대 낙차는 약 43미터로 엠퍼러보다 약 1미터씩 낮고, 최대 시속도 약 97킬로미터로 약 4킬로미터퍼아워 더 느립니다. 스펙에서 예산을 절감한 만큼 트랙 구성에서는 기존 다이빙 코스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예전 영상에서 엠퍼러를 소개할 때도 다른 다이빙 코스터와 달리 곡선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했는데, 이번 클리프행어도 규모에 비해서 유독 꾸불꾸불한 다이빙 코스터라는 기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다이브 드랍의 최대 낙하경사각이 약 95도로 커졌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다이빙 코스터의 낙하각은 80도대와 90도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클리프행어가 최초로 둔각 다이빙 코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다이빙 코스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경사가 120도를 넘어가는 시대이니, 다이빙 코스터가 스펙 경쟁과 고유의 정체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주목하게 됩니다.
보다 자세한 구성은 POV 영상을 보며 살펴보겠습니다. 가파른 체인 리프트힐을 오른 후 약 90도의 커브를 돌고 정상부에 몇 초간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점은 기성 다이빙 코스터와 동일합니다. 이후 첫 약 95도의 '다이브 드랍'(Dive Drop)을 지나고 여느 때처럼 '임멜만'(Immelmann)을 지납니다. 임멜만 뒤로는 '제로 G 롤'(Zero-G Roll)이 이어지는데, 퇴장로가 고꾸라진 변형 제로G 롤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후 블록 브레이크가 잡힙니다. 다이빙 코스터의 블록 브레이크에는 탑승물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브레이크와 속도만 줄이는 브레이크가 있는데, 일단 공개된 영상만 봐서는 클리프행어는 후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호스슈는 아니고 인클라인드 루프는 더더욱 아니고, 기울어진 270도 헬릭스 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 구간을 지난 후 작은 '카멜백'(Camel back)을 넘고, '후렌치 레볼루션'에서 볼 수 있는 '하이 스피드 스파이럴'(High-speed spiral)을 지나 스테이션에 복귀합니다. RCDB나 다른 인터넷 포털·포럼에는 마지막 구간이 360도 '헬릭스 다운'(Helix down)이라고 적혀 있기도 한데, 헬릭스는 반지름 길이를 유지하면서 도는 거잖아요? 그런데 클리프행어의 하이 스피드 스파이럴은 반지름이 점점 길어지는 형태라서,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헬릭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큐라인과 퇴장로의 전(全) 구간이 롤러코스터의 트랙 아래에 놓인다는 것입니다. 기존 다이빙 코스터는 첫 다이브 드랍 근처의 포토스팟을 제외하면 보행자의 동선과 트랙의 레이아웃이 겹치지 않습니다. 입장로도 퇴장로도 모두 트랙 레이아웃의 바깥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클리프행어의 큐라인은 리프트힐 바로 아래를 지나 롤러코스터의 트랙을 관통하여 지나가며 스테이션에 이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중 메인 큐라인에서는 약 95도의 아찔한 다이브 드롭을 직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제작사와 운영사의 행보를 살펴볼 때, 클리프행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클리프행어가 B&M 사와 식스 플래그 사 모두에게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클리프행어의 흥행 여부가 두 회사의 차후 전략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식스 플래그 피에스타 텍사스의 새로운 닥터 다이어볼리컬 클리프행어 리뷰를 마치며, 다음 영상부터는 진짜로 "롤러코스터의 역사" 시리즈로 찾아뵙겠습니다. "롤러코스터의 역사"에서, 우리, 또 만나요!
1) 괄호 속의 내용은 음성으로는 안내되지 않으며 자막을 통해 소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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