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0. 20:00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07]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Ⅰ 플라잉 코스터 편 ① 〔5/3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MMCRN6KdZxY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지난 영상을 끝으로 "롤러코스터의 종류, 얼마나 다양할까?"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이번 영상부터 새로운 시리즈 "Who's Runnin the Show!"가 시작됩니다. 이번 "Who's Runnin the Show!" 시리즈에서는 개별 롤러코스터의 재미있는 발달사와 흥미로운 특징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몇 년 째 장안의 화제인 플라잉 코스터입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Who's Runnin the Show!" Ⅰ부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플라잉 코스터에 관해 간략히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롤러코스터의 종류, 얼마나 다양할까?"의 Ⅱ부에서는 플라잉 코스터를 레일과 탑승물과 탑승자의 위치 관계를 기준으로 다른 롤러코스터들과 분류해 냈고, 레일과 탑승물과 탑승자가 위에서 아래 순으로 일직선을 이루며 주행 중 탑승자가 레일 발향에 평행하거나 거의 평행하게 놓이는 롤러코스터를 플라잉 코스터로 정의해 보았습니다.¹⁾ 주행 중 탑승자는 공중에 엎드린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생긴 서스펜디드 코스터나 인버티드 코스터와는 다른 매우 큰 특징이 생겼습니다. 플라잉 코스터에서 탑승자는 레일의 바닥면이 바라보는 방향, 주로 땅바닥을 내려보며 내달리는 매우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스펜디드 및 인버티드 코스터와는 달리 좌석에 상관없이 모든 탑승자의 시야가 탁 트인다는 점 역시 아주 큰 특징입니다.
따라서, 처음으로 레일 아래에 엎드려 탑승했던 롤러코스터가 최초의 플라잉 코스터가 되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1997년을 플라잉 코스터의 원년으로 보지만, 사실 엎드려 타는 롤러코스터는,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1992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플라잉 코스터의 기원지는 영국 잉글랜드 서부의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고 키즈 고'(Go Kidz Go)라는 실내 놀이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내 놀이터의 형태는 플레이 ○임을 떠올리면 딱 좋을 것 같고, 요즘의 키즈 카페의 조상뻘 되는 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실내 놀이터에는 볼풀과 미끄럼틀 몇 개가 전부이지만, 보다 큰 실내 놀이터에는 놀이기구까지 설치되기도 합니다. 고 키즈 고는 이러한 대규모의 실내 놀이터이고, '스카이트랙'(Skytrak)이라는 롤러코스터형 놀이기구를 1992년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롤러코스터는 앉아서 탑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앉아서 타는 것이 가장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탑승자를 그냥 앉히면 되니까요. 그와는 정 반대로 탑승자를 공중에 엎드린 상태로 탑승하도록 하는 것은 얼핏 들어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중력을 거슬러 탑승자를 공중에 눕힐 것이냐 하는 문제는 플라잉 코스터를 발전시켜 온 주된 축 중 한 가지입니다.
고 키즈 고의 스카이트랙의 매커니즘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탑승자가 바닥이 평평한 잠수함 모양의 탑승물에 들어가서 바닥에 엎드려 눕고 문을 닫으면 모든 준비 끝. 독일 탈레의 '자일바넨 탈레 에를렙니스벨트' (Seilbahnen Thale Erlebniswelt)에서 2003년부터 운영 중인 '헥센베센'(Hexenbesen) 역시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탑승자가 앞뒤가 뚫린 원통형 탑승물에 들어가 푹신한 바닥 매트 위에 엎드려 탑승하는 방식입니다. 앞뒤로 바람이 통하기 때문에 꽉 막힌 스카이트랙보다는 탑승 연령대가 조금 더 높습니다. 다른 영상에서 다시 언급할 텐데, 자일바넨 탈레 에를렙니스벨트는 헥센베센 외에도 독자적인 형태의 롤러코스터가 많은 놀이공원으로, 저도 꼭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시간이 흘러 1997년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그라나다 스튜디오'(Granada Studios)에 보다 발전한 형태의 플라잉 코스터가 설치됩니다. 이번 롤러코스터의 이름도 '92년의 플라잉 코스터와 같은 '스카이트랙'(Skytrak)이었습니다. 기계 결함으로 개장이 연기되기도 했고, 잦은 고장으로 결국 이듬해인 1998년 문 닫고 말았지만, '92년의 스카이트랙과는 전혀 다른 탑승 방식을 소개하며, 아동용 놀이기구에 머무를 뻔했던 플라잉 코스터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97년 버전 스카이트랙에서는 탑승자가 엎드려 기댈 수 있는 판형 구조물이 레일 아래에 비스듬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탑승자가 이곳에 엎드려 기대고 정자세를 취한 후 안전장치를 착용하면, 판형 구조물의 아랫부분을 들어 올리고 고정하여 레일의 바닥면과 평행을 이루도록 합니다. 판형 구조물이 탑승물의 바닥이 되는 것이죠. 덕분에 탑승자의 몸을 보다 안정되게 고정할 수 있었고, 오늘날 만큼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하면 훨씬 격렬한 트랙 구성이 가능해졌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대형 롤러코스터 각축전이 한창이던 2000년, 플라잉 코스터의 가능성을 알아본 네덜란드계 회사 '베코마'(Vekoma) 사가 세계 최초로 플라잉 코스터의 대형화를 시도합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소재 '캘리포니아 그레이트 어드벤처' (California's Great Adventure)의 '스텔스'(Stealth)로, 트랙 길이 약 843미터, 최고 높이 약 35미터, 최대 시속 약 82킬로미터, 최대 G포스 약 4.3Gs에, 호스슈와 버티컬 루프에 더블 콕스크류까지 갖춘, 듣도 보도 못한 스펙을 자랑하는 플라잉 코스터였습니다. 참고로 스텔스는 2004년부터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캐로윈즈'(Carowinds)로 옮겨져 '나이트호크'(Nighthawk)라는 변경된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베코마 사는 자신들의 대형 플라잉 코스터 모델에 '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a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X 플라이트'(X-Flight)와 '배트윙'(Batwing) 등의 후속작을 미국의 다양한 놀이공원에 설치하였습니다.
롤러코스터가 대형화되며 탑승물의 규모 역시 아주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플라잉 코스터의 탑승물은 모두 1인승 단량이었지만, 플라잉 더치맨의 차량 한 대는 한 줄에 네 명 씩 총 24명으로 정원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플라잉 코스터와는 다른 플라잉 더치맨의 가장 큰 특징은, 탑승자가 편하게 앉아서 탑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플라잉 더치맨의 탑승장에 들어서면, 보통의 좌식 롤러코스터와 다를 바 없는, 레일 위에 좌식 형태의 좌석이 놓인 모양의 탑승물이 보입니다. 단, 역방향 롤러코스터처럼 좌석이 진행 방향을 등 지도록 설치되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탑승자가 자리에 앉아 두 개의 안전바로 각각 상체와 하체를 고정하고 두 장치를 서로 연결하면, 시스템 제어로 좌석이 등 뒤로 넘어가서 탑승자가 레일 위에 뒤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형태가 됩니다. 이때 탑승자의 머리는 롤러코스터의 진행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스테이션을 떠나 높이 높이 올라간 탑승물은 첫 강하 구간 직전에 트랙이 반 바퀴 돌아간 코스를 지나게 되고, 여기부터 탑승물이 레일 아래에 위치하게 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방향의 플라잉 코스터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이후, 질주를 마친 탑승물은 반 바퀴 돌아간 코스를 한 번 더 지나 탑승물이 다시 레일 위에 놓인 상태로 플랫폼에 복귀합니다. 정차 후 좌석이 세워지며 처음 역방향 좌식 롤러코스터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때문에, 탑승자가 뒤로 누웠다가 뒤집어 눕게 되는 라이 투 플라이 구간과 앞으로 누웠다가 뒤로 눕게 되는 플라이 투 라이 구간은 플라잉 더치맨 모델의 필수 요소였습니다.
플라잉 더치맨의 등장으로, 플라잉 코스터에 탑승하기 보다 편리해졌음을 물론이고, 안전바를 사용한 덕에 몸 아래에서 신체를 받칠 판자형 구조가 필요 없어지면서, 탑승자의 시야가 탁 트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코마 사의 플라잉 더치맨은 스포트라이트를 오래 받지 못하고 암흑기를 맞이합니다. 바로 뒤이어 2002년에 스위스계의 '볼리거 & 마비야르'(Bolliger & Mabillard) 사가 보다 효율적인 플라잉 코스터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플라잉 코스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볼리거 & 마비야르 사였습니다. 참고로, "Bolliger"는 독일어이기에 "볼리거"라고 읽고, "Mabillard"는 프랑스어여서 "마비야르"라고 읽을 수도 있고 "마비야드"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알아보니 "마비야르"라고 읽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줄여서 "B&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B&M 사는 잉글랜드 스태포드셔에 위치한 영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 '알턴 타워'(Alton Towers)에 당시 명칭 '에어'(Air)라는 새로운 플라잉 코스터를 설치했습니다. B&M 사는 인버티드 코스터를 처음 개발한 회사이기도 한데, 자신의 인버티드 코스터의 매커니즘을 플라잉 코스터에도 적용했습니다. 탑승물이 탑승장에 인버티드 코스터와 같은 형태로 정차하면, 탑승자는 인버티드 코스터에 탑승하듯 자리에 앉아서 플라잉 더치맨과는 구조가 대동소이 한 안전바를 착용합니다. 이후, 좌석의 윗부분이 뒤로 넘어가는 플라잉 더치맨과 달리,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는 좌석의 아랫부분을 뒤로 들어올립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탑승자가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에, 굳이 라이 투 플라이 코스와 플라이 투 라이 코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한 플라잉 더치맨에는 필수였던 좌석의 발판도 B&M 사에게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효율적인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가 등장하며 베코마 사의 플라잉 코스터는 딱 2년 동안 기간한정 반짝 주목을 받은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렇다면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의 인기는 얼마나 지속되었을까요? 그리고 베코마 사의 플라잉 코스터는 이대로 사라지고 말았을까요? 이 두 롤러코스터의 운명은 이어지는 ②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편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1) 영상에서는 "Ⅰ부"라고 잘못 소개하였고, 자막을 통해 "Ⅱ부"로 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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