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개념] 롤러코스터의 역사 Ⅰ

2021. 9. 2. 00:10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26][개념] 롤러코스터의 역사 Ⅰ 〔9/2〕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BEoLgqoY6W4

 

탑승 시의 짜릿함은 물론, 세상 신기한 겉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홀려 놓는 롤러코스터는 놀이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놀이기구 중 한 가지 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웅장한 롤러코스터가 실은 눈썰매장과 기원이 동일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크고 아름다운 'T익스프레스'와 그 맞은편의 귀염둥이 '스노우버스터'가, 굵직하고 강렬한 '드라켄'과 그 맞은편의 앙증맞은 '스노우파크'가, 동일 조상 밑에서 태어난 놀이시설입니다. 이번 영상부터 롤러코스터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는 "롤러코스터의 역사" 3부작이 진행됩니다. 이번 Ⅰ부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처음 탄생하고 보편적인 놀이기구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전에, CC 자막을 켜시면 보다 알차게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It's Coastertime!

 

간단한 형태의 러시안 마운틴(source by DE AGOSTINI PICTURE LIBRARY)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제법 거대하고 체계화된 러시안 마운틴을 그린 그림(source by Michel-Francois Damane-Démartrais)

오늘날에는 15세기에 유행했던 대형 얼음 썰매대를 롤러코스터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러시안 마운틴'(Russian mountain)이라고 불리는 이 놀이기구는, 나무판자와 지지대 등의 구조물로 만들어낸 경사로 위를 썰매를 타고 내려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전의 눈썰매가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비탈을 이용한 것과 달리 오락을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비탈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러시안 마운틴이 롤러코스터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운송 목적이 아닌 단순히 오락성을 목적으로 탈것과 그 트랙을 체계화하고 제작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는 "롤러코스터"라는 별도의 단어 없이, 현대식 롤러코스터도 '러시안 마운틴'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에스파냐어에서 롤러코스터를 지칭하는 '라 몬타냐 루사'(La montaña rusa)는, 산을 의미하는 명사 "몬타냐"(Montaña)와 러시아의 것을 가리키는 형용사 "루사(소)"(Ruso)의 복합어입니다.

 

러시안 마운틴은 나무 경사로 위에 얼음판을 깔아 두는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안 마운틴을 활용하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도 썰매를 즐길 수 있어서, 점점 더 넓은 지역에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동구권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던 러시안 마운틴은 이후 서구로 넘어가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되었습니다. 17세기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끈 러시안 마운틴은, 18세기에 들어서는 얼음이 사라지고 대신 바퀴가 달린 탑승물을 타고 목재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인기와 함께 크기가 점점 커져 가던 러시안 마운틴은 19세기에 이르러 완전 순환적(完全循環的; Continuous-circuit)인 레이아웃을 지니게 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817년 첫 선을 보인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에어리언'(Promenades aériennes)입니다. 프랑스어로 "하늘 산책"이라는 뜻의 프롬나드 에어리언은 로마자 'D' 두 개를 붙여놓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탑승물을 타고 유선형의 하강 구간을 따라 스릴 있게 미끄러져 내려오면, 탑승자는 내리고 탑승물을 직선의 오르막길을 따라 정상으로 올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탑승물을 정상까지 사람이 끌고 올라갈 수 없는 규모가 되자, 나중에는 말을 동원하였고, 더 나중에는 케이블로 탑승물을 끌어올리는 장치를 고안해냈습니다. 오늘날의 '체인 리프트힐'(Chain lift hill)의 기원인 셈입니다. 또한 바퀴 달린 탑승물이 경로를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트랙 바닥에 홈을 파 두었다는 점도 이전의 러시안 마운틴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이러한 놀이기구가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를 가리켜 '레 몽따뉴 뤼소'(Les montagnes russes)라는 말이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프랑스어로 러시안 마운틴이라는 뜻입니다.

 

혁신적인 레 몽따뉴 뤼소였던 프롬나드 에어리언의 모습(source by Photo RMN-Grand Palais - J.-G. Berizzi)과, 처음으로 버티컬 루프가 도입된 롤러코스터인 원심력 철도를 나타낸 그림(source by Powys-land Club)

이 시기에는 최초의 버티컬 루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버티컬 루프'(Vertical loop)란 롤러코스터 트랙의 한 요소로, 흔히 "360도 회전"이라고 부르는 구간의 정식 명칭입니다. 러시안 마운틴은 영국으로도 진출하였고, '산업혁명'을 겪은 영국에서는 이를 나무가 아닌 강철로 제작하였습니다. 1843년 영국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철재 썰매대인 '원심력 철로'(遠心力鐵路/Centrifugal railway)가 등장하였습니다. 기존 러시안 마운틴의 하강 구간 뒤로 360도로 회전하는 구간을 추가한 것입니다. 이 동그란 구간의 지름은 약 2미터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약 12미터에 이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원심력 철도의 버티컬 루프는 거의 완벽한 동그라미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버티컬 루프가 완전한 원형으로 제작되면, 루프의 시작과 끝부분에서 곡률(曲率/Culvature; 굽어지는 정도의 변화율)이 급변하면서 탑승자의 신체에 막강한 가속도가 가해집니다. 척추에 워낙 무리를 준 탓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고, 아직 하면마찰 롤러코스터가 등장하기 전이다 보니 탑승물이 레일에 고정되지 않아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서, 원심력 철로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굵고 짧게 유행한 후 금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중력식 철도를 그린 그림(source by Timothy J. Mallery)과, 중력식 철도를 지그재그로 배치한 스위치백 철도의 모식도

그러나 철로를 교통이 아닌 오락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살아남았습니다. 19세기 북미 지역에서는 중력식 철도라는 것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력식 철도'(重力式鐵道/Gravity railroad)란, 산 중턱에 위치한 광산에서 산 아래까지 경사각이 일정한 직선 철로를 설치하여, 해당 철로를 통해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실은 차량을 오직 중력만을 이용해 아래로 운송하던, 일종의 광산 열차였습니다. 증기기관차 등 다른 열차와 달리, 차량에 별도의 동력 장치가 없고 오로지 중력만을 이용하여 이동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재의 '목 청크 철도'(Mauch Chunk Railroad) 사라는 철도회사는 자사 소유의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나르기 위해 '스위치백 철도'(Switchback railway)라는 것을 개발했습니다. 스위치백 철도는 기존 중력식 철도의 응용 버전으로, 철도의 끝부분과 끝부분이 서로 맞물리도록 하여 직선 중력식 철도 여러 개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배치하여, 보다 먼 거리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목 청크 철도 사의 스위치백 철도는 원래 광물을 운송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재미삼아 지인을 한 명 두 명씩 태워 주면서, 이게 참 빠르고 재밌다고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탑승을 희망했고, 1874년 회사는 탑승료를 받고 오락 목적으로 사람을 태워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타지에서 관광객까지 몰려들어 채광을 통한 수입보다 탑승료를 통한 수입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현대식 롤러코스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라마커스 A. 톰슨(source by The American Historical Society, New York)과, 그가 개발한 첫 스위치백 레일웨이의 전경(source by Wikimedia Commons.)

그로부터 10년 후, 오하이오주 출신의 사업가 '라마커스 애드나 톰슨'(LaMarcus Adna Thompson)은 스위치백 철도를 본뜬 놀이기구를 고안하였고, '스위치백 레일웨이'(Switchback Railway)라고 이름까지 그대로 본떴습니다. 영어로는 목 청크 철도 사의 것도 라마커스 톰슨의 것도 모두 "switchback railway"이지만, 이번 영상에서는 구분을 위해, 전자는 "스위치백 철도"로, 후자는 "스위치백 레일웨이"로 부르겠습니다. 기존의 스위치백 철도는 운송용이던 것을 오락용으로 전환한 것이라면, 새로운 스위치백 레일웨이는 처음부터 오락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당시 라마커스 톰슨은 미국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의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코니 아일랜드 벌써 네다섯 번째 등장이죠. 이후 영상에서도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라마커스 톰슨은 코니 아일랜드에 최초의 스위치백 레일웨이를 설치하여 1884년 오픈하였습니다. 이 놀이기구는 길게 뻗은 트랙 두 개를 평행하게 늘어놓고, 두 트랙 양 끝의 기종점이 겹치도록 하였습니다. 양 끝 기종점이 트랙에서 가장 높은 장소로, 한쪽 끝에서 출발한 탑승물이 반대편 끝 근처의 최하점에서 정치하면 기존 탑승객이 하차하고, 이후 탑승물을 직원이 마저 맨끝까지 끌어올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보다 합리적인 매커니즘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길게 뻗은 트랙 두 개를 평행하게 늘어놓고, 트랙의 양 끝에 각각 스테이션을 설치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트랙을 전체적으로는 내리막길이되, 내려가는 도중에 작게 여러 번 위아래로 굽이치도록 설계하여, 탑승물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지나가도록 하였습니다. 두 개의 스테이션에서 동시에 무동력 탑승물을 출발시켜 위아래로 언덕진 트랙을 내달리도록 하였고, 트랙의 반대편 끝에 도착한 탑승물은 들것으로 스테이션 위로 들어 올렸습니다. 이전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러시안 마운틴을 만들거나 원심력 철도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스위치백 레일웨이는 처음으로 특허를 등록한 시설물이기도 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사전 상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롤러코스터를 "급경사·급커브의 레일 위나 360도로 돌아가는 레일 위를 아주 빠르게 달리거나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진 놀이 기구"라고 정의합니다. 《롱맨 영어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축제 현장이나 놀이동산에서 사람들이 탑승하는 급경사와 커브를 지닌 트랙"(a track with very steep slopes and curves, which people ride on in small carriages at fairs and amusement parks)이라고 하고, 일본의 사전에서는 "급한 기복이나 커브를 지닌 레일 위를 빠르게 달리는 레저용 열차. 유원지 등에 설치되어 있다"(急な起伏やカーブのあるレール上を高速で走る遊戯用の列車。遊園地などに設置されている。)라고 합니다. 표현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첫 번째, 정해진 코스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경사로를 지나야 하며, 세 번째, 오락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사전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롤러코스터가 지녀야 할 아주 중요한 특징을 하나 더 찾을 수 있네요. 바로, 탑승물이 자체 동력을 지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롤러코스터의 탑승물을 달리게 하는 힘이 탑승물 자체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놀이기구는 오직 중력만을 얻어 달립니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어집니다. 한국의 '아트란티스' 등 급가속 추진 방식의 롤러코스터 역시 레일이 탑승물을 밀거나 당기는 것이지 탑승물 자체에 엔진이나 부스터가 달린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여러분은 무엇이 최초의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으로 오락 목적의 인공 경사로를 사용한 러시아의 러시안 마운틴? 탑승물에 바퀴를 달고 경사로에 홈을 파서 경로를 명확히 한 프랑스의 레 몽따뉴 뤼소? 트랙의 형태를 보다 체계화한 영국의 원심력 철도? 처음으로 현대식의 레일을 놀이기구에 적용할 생각을 하고 특허까지 낸 미국의 스위치백 레일웨이? 어느 쪽을 최초의 롤러코스터로 보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마커스 톰슨의 스위치백 레일웨이가 등장하자마자 수많은 사업가가 유사한 놀이기구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의 스위치백 트랙 대신 타원형 트랙을 채택한 '완전 순환식 롤러코스터'가 등장하였고, 이듬해인 1885년에 설치된 '그래비티 플레저 로드'(The Gravity Pleasure Road)에는 '필립 힌클'(Phillip Hinkle)이 고안한 '리프트힐'(Lift hill)이 최초로 적용되었습니다. 현대식의 리프트힐이 처음 등장한 것이지요. 라마커스 톰슨은 업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바로 다음 해인 1885년에는 롤러코스터에 '터널' 구간을 추가하고, 터널 내부에 페인트로 다양한 풍경을 그려 넣은 새로운 기종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라는 뜻의 '시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라고 소개했습니다. 시닉 레일웨이 유형의 롤러코스터는 여러 나라 방방곡곡에 설치되며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운영 중단이 없었던 가장 오래된 목재 롤러코스터라고 알려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루나 파크'(Melbourne Luna Park)'그레이트 시닉 레일웨이'(The Great Scenic Railway) 역시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물리적 자극 외의 볼거리를 제공한 최초의 롤러코스터인 시닉 레일웨이가 놀이공원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필수 어트랙션이 되면서, 미국의 코니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제1차 롤러코스터 붐'이 도래하였습니다. 앞에서 서구권 국가에서 롤러코스터를 '러시안 마운틴'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습니다. 영미권에서도, 비록 "롤러코스터"라는 일반 명사는 존재하지만, 개별 롤러코스터의 이름을 "러시안 마운틴"이라고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식 롤러코스터가 개발되고 수출된 곳은 미국이기 때문에, 러시아어에서는 롤러코스터를 "아메리칸스키 고르키"(Американские горки)'아메리칸 마운틴'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롤러코스터를 두고 서구와 미주 지역에서는 "러시안 마운틴"이라고 부르고, 정작 러시아에서는 "아메리칸 마운틴"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거꾸로된 물방울 모입의 버티컬 루프를 도입한 루프 더 루프(source by LIBRARY OF CONGRESS)와, 기록 상 최초의 서스펜디드 롤러코스터인 비스뷔 스파이럴 에어쉽의 사진(source by Historical Society of Long Beach)

이후로도 계속 코니 아일랜드는 롤러코스터 연구와 개발의 장이 되었습니다. 1895년 북미 지역 최초의 상설 놀이공원인 코니 아일랜드의 옛 '씨 라이언 파크'(Sea Lion Park)에서 버티컬 루프가 부활했습니다. '플립 플랩 레일웨이'(Flip Flap Railway)라는 이름이 붙은 이 롤러코스터는, 옛날 원심력 철도의 레이아웃을 완전 순환식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버티컬 루프가 완전한 원형이었다는 문제는 여전했고, 플립 플랩 레일웨이의 버티컬 루프에는 무려 약 12.0G's의 G포스(G-force; 물체 가해지는 힘의 크기를 중력의 크기로 나눈 값)가 가해졌다고 합니다. 1901년 마찬가지로 씨 라이언 파크에 '루프 더 루프'(Loop the Loop)라는 또 다른 '루핑 코스터'(Looping coaster)가 등장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버티컬 루프가 원형이 아닌 뒤집힌 물방울 모양을 하여 격렬도를 많이 낮추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승차감이 굉장히 나빴고 주변에 다양한 놀이기구가 많아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철거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버티컬 루프의 형태를 변형할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수 년 후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에 많은 루핑 코스터 등장하면서 루프 더 루프의 이름을 계승했습니다. 제1차 롤러코스터 붐을 따라서, 코니 아일랜드 이외 지역 각지에서도 롤러코스터를 다양화하기 위한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1902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옛 '퀸즈 파크'(Queens Park)'비스뷔 스파이럴 에어쉽'(Bisby's Spiral Airship)이라는 '서스펜디드 롤러코스터'(Suspended rollercoaster)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비스뷔 스파이럴 에어쉽은 현재 구체적인 오픈 연도가 기록되어 있는 롤러코스터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서스펜디드 롤러코스터입니다. 아쉽게도, 초창기 서스펜디드 롤러코스터에 관해서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서스펜디드 롤러코스터는 1992년 '인버티드 롤러코스터'(Inverted rollercoaster)'플라잉 롤러코스터'(Flying rollercoaster)로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롤러코스터의 차이점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롤러코스터의 종류, 얼마나 다양할까?" Ⅱ부 영상을 보아주세요. 플라잉 코스터의 발달 과정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Who's Runnin the Show! Ⅰ 플라잉 코스터 편" 영상을 참고 바랍니다.

 

롤러코스터의 발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존 밀러'(John A. Miller)라는 엔지니어입니다. 존 밀러는 롤러코스터 기술 관련 100개가 넘는 특허권을 얻었고, 오늘날엔 당연하게 여겨지는 롤러코스터의 안전바도 존 밀러의 발명품입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대단한 것은 '하면마찰(下面摩擦/Underfriction)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이전까지의 롤러코스터는 '측면마찰(側面摩擦/Side friction) 롤러코스터'라고 하여, 탑승물의 아래 좌우에 달린 작은 바퀴가 탑승물이 좌우로 탈선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라마커스 톰슨의 수제자로 열아홉 살 때부터 함께 일했던 존 밀러는 1919년 하면마찰 롤러코스터 기술을 개발해냅니다. 높이 상승하였다가 하강하는 모양의 트랙 구성을 낙타 등을 닮았다고 하여 '카멜백'(Camel back)이라고 하는데, 초창기의 롤러코스터는 카멜백의 높이가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탑승물의 바퀴가 레일의 위와 옆에만 닿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카멜백의 꼭대기에서 탑승물의 운동 에너지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을 경우 이탈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카멜백의 크기는 작게 만들고, 롤러코스터가 달릴 때 탑승물의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꾼이 동승해야 했으며, 사고 위험도 높아 표현에 대한 제약 역시 많았습니다. 하면마찰 롤러코스터는 바퀴가 레일의 위와 옆에 더해 아래에도 추가되어 탑승물의 수평 탈선은 물론 수직 탈선도 막을 수 있었고, 하면마찰 롤러코스터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서 더 쉽게 더 다양한 롤러코스터 제작이 가능해졌기에, 롤러코스터 붐이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롤러코스터 엔지니어 존 A. 밀러(source by Find a Grave)와, 그의 발명품 중 하나인 하면마찰 롤러코스터의 원리가 적용된 하이브리 코스터 사이클론의 사진(source by Brooklyn Daily Eagle photo by Lore Croghan).

1914년 유럽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롤러코스터가 개발되기는커녕 원래 있던 기술자들도 미국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때문에 러시안 마운틴의 기원지는 유럽임에도, 롤러코스터 업계의 중심에 미국이 놓이는 새로운 판이 짜이게 되었습니다. 1910년에는 코니 아일랜드의 옛 '브라이튼 비치'(Brighton Beach) 공원에 '자이언트 세이프티 코스터'(Giant Safety Coaster)라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코스터'(Hybrid coaster)가 등장했습니다. 자이언트 세이프티 코스터는 강철 지지대와 목재 레일로 제작된 롤러코스터였고, 하면마찰 롤러코스터의 등장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측면마찰 바퀴만이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1927년에는 코니 아일랜드 '루나 파크'(Luna Park)'사이클론'(Cyclone)이라는 후속 하이브리드 코스터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사이클론은 하면마찰 바퀴가 적용된 롤러코스터로 미국의 사적지(史蹟地/Historical site)로 등록되어 지금까지 유지·보수되며 운영 중입니다. 하이브리드 코스터의 발달사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Who's Runnin the Show! Ⅲ 하이브리드 코스터 편" 영상에서 접하실 수 있습니다.

 

롤러코스터 붐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미국에도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이때까지의 롤러코스터는 목재였기 때문에 화재로 소실될 위험이 컸고, 아직 기술이 발전하기 전이라 부식되기 쉬워 유지 및 보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돈 까짓것 좀 들이지, 뭐! 그러나, 롤러코스터 기술자들이 몰려있던 미국에서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며 놀이기구 및 놀이공원 산업 자체가 빈사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1차 세계 대전과 달리 1939년 일어난 제2차 세계 대전에는 미국도 참전하면서 미주 지역 역시 전쟁의 광기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결국 롤러코스터 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이렇게 롤러코스터의 역사가 끝이 났다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역사책에서만 롤러코스터를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떠한 계기로 인해 롤러코스터 산업은 다시 살아났고, 오늘날의 우리들도 롤러코스터를 직접 탑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롤러코스터 산업을 부활시킨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혀기네카페의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이 뒷이야기는 "롤러코스터의 역사" Ⅱ부에서 이어집니다. Ⅱ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