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개념] 롤러코스터의 역사 Ⅲ

2021. 9. 16. 00:10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28][개념] 롤러코스터의 역사 Ⅲ 〔9/16〕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dwRWR1vH_QI

 

"롤러코스터의 역사" Ⅲ부입니다. 지난 Ⅰ부와 Ⅱ부에서는 롤러코스터의 발달 과정을 쭉 톺아보았습니다. 이번 마지막 Ⅲ부에서는 2020년대 전 세계에는 어떠한 유형의 롤러코스터가 주로 설치될지, 그 트렌드에 관해 논해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10년 동안 롤러코스터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요? 그전에, CC 자막을 켜시면 보다 알차게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It's Coastertime!

 

2020년대의 글로벌 트렌드, 그 첫 번째는, 경계를 허문다는 것입니다. 어뮤즈먼트 파크와 스튜디오 파크나 테마파크를 칼같이 나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뮤즈먼트 파크와 스튜디오 파크에 테마파크의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고, 테마파크와 어뮤즈먼트 파크도 스튜디오 파크의 기술을 차용하며, 스튜디오 파크와 테마파크도 어뮤즈먼트 파크의 스릴을 적극 활용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보드워크식 놀이공원이나 정원식 테마파크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컨셉을 잡아 공원을 꾸리기도 합니다. 롤러코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까지 롤러코스터는 대표적인 어뮤즈먼트 파크 라이드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이후 롤러코스터에 컨셉을 입히고 이를 통해 감성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일더니, 오늘날에는 롤러코스터에도 테밍을 하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IP 활용과 트랙 구성까지 다양한 개성이 돋보였던 '벨로시코스터'(source by Universal Studios.)와, 스릴형 롤러코스터임에도 컨셉과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노력한 '웨스트 코스트 레이서(source by Six Flags Entertainment Corporation.)

즉, 2020년대의 롤러코스터에는 컨셉과 스토리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공개된 '벨로시코스터'(VelociCoaster)를 비롯해서, 놀이공원의 성지 중 한 곳인 미국 올랜도에서 최근 공개된 롤러코스터를 보면 설정에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독일 브륄 소재 '판타지아란트'(Phantasialand)의 2020년 9월의 '플라이'(F.L.Y.)도 컨셉에 설계를 맞춘 플라잉 코스터였습니다. 길고 커다랗고 휘황찬란한 스릴 중심의 롤러코스터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거대한 롤러코스터일수록 테밍이 훌륭해야 주목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외의 어뮤즈먼트 파크에서 새로운 초대형 롤러코스터를 들이며 광고 영상이나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롤러코스터의 기본적인 이야기와 설정을 소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구색이라도 맞춰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7월 미국 '킹스 아일랜드'(Kings Island)'오리온'(Orion)과, 2020년 1월 '식스 플래그 매직 마운틴'(Six Flags Magic Mountain)'웨스트 코스트 레이서'(West Coast Racers)입니다. 두 공원의 운영사들은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어뮤즈먼트 파크 회사이고, 오리온과 웨스트 코스트 레이서 역시 수리적 스펙에 중점을 둔 롤러코스터이지만, 놀이기구의 대기줄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컨셉에 관한 설명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서양의 놀이공원은 M&D 즉 굿즈 판매나 식음 시설 판매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상품만 굿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놀이기구도 굿즈화할 수 있습니다. 뛰어한 컨셉으로 롤러코스터가 흥행에 성공하면, 롤러코스터의 컨셉을 활용한 M&D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벨기에 '밸레바르더'(Bellewaerde)'와칼라'(Wakala)는 트랙 전장 약 660미터, 최고 높이 약 21미터의 크지 않은 롤러코스터이지만 캐나다 서안 원주민의 문화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컨셉츄얼한 롤러코스터는 지역, 크기, 인지도에 상관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존의 요소를 어떻게 배합하고 연출하느냐 하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바로 직전 영상에서 이야기했던 '다이빙 코스터'(Dive Coaster)도 그렇지요. 과거에는 신기술만으로도 사람들을 열광케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나올 수 있는 신기술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사람들이 더 이상 신기술에만은 환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벨로시코스터처럼 롤러코스터 외적인 요소를 사용한 연출도 중요하고, 롤러코스터의 트랙 자체의 연출도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멀티 패스'(Multi-pass)만 봐도 롤러코스터마다 사용되는 포인트가 다 다릅니다. 요즘 경향을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다만 새로운 조합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롤러코스터의 2020 글로벌 트렌드, 두 번째는 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텐트폴 전략의 강화입니다. 일례로, 올해 2021년부터 '도쿄 디즈니씨'(東京ディズニーシー/Tokyo DisneySea), '홍콩 디즈니랜드'(香港迪士尼樂園/Hong Kong Disneyland), '디즈니랜드 파리'(Disneyland Paris)에 차례차례 《겨울왕국》(Frozen) 테마 구역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이건 살짝 안타까운 이야기이기도 한데, 기존 공원의 정체성보다도 킬러 콘텐츠를 우선시 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Walt Disney World Resort) 안에 있는 '엡콧'(Epcot)은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세계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테마파크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2022년 새로운 롤러코스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코즈믹 리와인드'(Guardians of Galaxy: Cosmic Rewind)가 들어섭니다. 지금까지 엡콧에서 IP를 활용한 놀이기구는, 프랑스 구역의 《라따뚜이》(Ratatouille), 멕시코 구역의 《코코》(Coco), 노르웨이 구역의 《겨울왕국》, 해양학 구역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어트랙션 등, 기존 테마 구역과 제법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롤러코스터가 들어온다?

 

자사의 IP를 활용한 '홍콩 디즈니랜드'의 《겨울왕국》 테마 구역(source by Disney)과, 타사의 IP를 라이선스 받아 만들어진 '유니비설 스튜디오 재팬'의 '슈퍼 닌텐도 월드' 구역(source by Universal Studios.)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사처럼 회사가 직접 소유한 유명 콘텐츠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다른 회사의 IP 즉 지적 재산권을 라이선스 받기도 합니다. 올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ユニバーサル・スタジオ・ジャパン/Universal Studios Japan)을 시작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 '유니비설 올랜도 리조트'(Universal Orlando Resort),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Universal Studios Singapore)에서 차례차례 문을 열 예정인 신규 테마 구역 '슈퍼 닌텐도 월드'(Super Nintendo World)'NBC유니버설'(NBCUniversal) 사의 콘텐츠가 아니지요. 그래도 유니버설 정도면 원저작권자와 타협을 잘 보는 편인데, 그렇지 못하고 트러블을 겪는 공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공원의 자체 제작 콘텐츠가 빛을 보게 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킬러 콘텐츠에 과하게 의존한 안타까운 소식이 종종 들려오긴 하지만, 킬러 콘텐츠의 티켓 파워가 강력한 것도 사실이고, 이를 활용한 텐트폴 전략도 한동안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0 롤러코스터 핫 트렌드 그 세 번째는, 롤러코스터 오픈과 파크 확장의 동시 진행입니다. 공원에 롤러코스터 한 개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테마 구역 하나를 통째로 함께 오픈하는 것입니다. 혹은 새로운 롤러코스터를 설치하여 기존 테마 구역을 확장하면서 공원의 세계관도 함께 확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트렌드로 소개한 컨셉과 스토리와도 관련됩니다. 새로운 롤러코스터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테마 구역을 함께 소개한다면 롤러코스터의 컨셉도 훨씬 쉽고 다양하게 알려줄 수 있고, 연관된 상품을 팔기도 수월하겠지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허쉬파크'(Hersheypark)는 2020년 7월 새로운 하이퍼코스터 '캔디모늄'(Candymonium)을 설치하며 기존 '허쉬 초콜릿타운'(Hershey's Chocolatetown)의 스토리를 강화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의 '씨 월드'(Sea World)는 올해 중으로 새로운 목재 롤러코스터 '리바이어던'(Leviathan)과 함께 새로운 테마 구역 '더 뉴 아틀란티스'(The New Atlantis)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유럽 폴란드의 '에네르기란디아'(Energylandia)도 2021년 7월 롤러코스터 '아브수스'(Abyssus)를 오픈하며 새로운 '아쿠아란티스'(Aqualantis) 구역을 추가했습니다.

 

'에네르기란디아'가 롤러코스터 '아브수스'와 함께 공개한 신규 테마 구역 '아쿠아란티스'(source by Energylandia)와, 다양한 스릴 라이드를 갖추면서도 가족중심적인 정통 테마파크의 형태를 선보인 '식스 플래그 키디야'(source by Six Flags Entertainment Corporation.)

네 번째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가족 단위 공략을 필수, 틴에이저 및 영어덜트 공략은 선택. 물론 그 "가족"이 꼭 친부 친모 친자녀의 "4인의 정상 가족"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요. 원래 놀이공원은 가족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직전부터 블루 오션을 공략한다며 젊은 세대를 중점 공략한 놀이공원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2010년 전후로 그게 잘못된 전략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지요. 놀이공원은 잠재 고객과 재방문객 확보가 무엇보다도 우선입니다. 손에 손잡고 쫄래쫄래 놀이공원을 거닐던 아이는 자라서 틴에이저도 되고 영어덜트도 되고 누군가의 엄마 아빠 보호자가 되어 동일한 일을 세대를 거듭하여 반복하며 공원의 잠재 재방문객이 되지만, 반대로 영어덜트가 꼬꼬마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지요.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MZ세대도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고, 일부 MZ세대는 이미 엄마아빠입니다. 오랜 기간 젊은 층을 공략하던 '식스 플래그'(Six Flags) 사도 최근 내놓는 프로젝트는 가족 단위 중심의 정석적인 테마파크 어트랙션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식스 플래그의 첫 서남아 진출작인 '식스 플래그 키디야'(Six Flags Qiddiya)가 대표적입니다. '시더 페어'(Cedar Point) 사도 가족 단위를 노린 리조트 시설과 파크 이외 문화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프로젝트가 E-스포츠 아레나라는 점을 보면 영어덜트도 여전히 공략하기는 하나, E-스포츠 아레나도 '시더 포인트 스포츠 센터'(Cedar Fair Ports Center) 사업의 일환임을 확실히 밝혔다는 점에서 결국 코어는 가족 단위임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일찍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도 놀이공원 마케팅의 메인 타깃은 여전히 가족 단위입니다. '후지큐 하이랜드'(富士急ハイランド/Fuji-Q Highland)도 최근 진행된 프로모션을 살펴보면 스릴보다는 가족 중심인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스릴 명가 어뮤즈먼트 파크의 대표주자들이 이러니, 다른 놀이공원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마지막 다섯 번째 트렌드는, 정말 뜻밖으로도 '파워 코스터'(Powered Coaster)가 강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리프트힐 등 특정 지점에서만 동력을 얻는 보통의 롤러코스터와 달리, 트랙의 모든 구간에 전자기 패드가 깔린 파워 코스터는 주행 내내 에너지를 얻습니다. '비룡열차'가 대표적인 파워 코스터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워 코스터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을 비룡열차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옛 '토시마엔'(としまえん/Toshimaen)'블라우어 엔진'(ブラワーエンジン/Blauer Enzian)이나 '홍콩 오션파크'(香港海洋公園/Ocean Park Hong Kong)'아틱 블라스트'(極地時速/Arctic Blast) 정도만 되어도 커다랗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레이싱 코스터의 형태를 갖춘 파워 코스터 '막스+모리츠'(source by Efteling)와, 온보드 사운드 시스템과 스피닝 코스터 열차가 도입된 인버티드 파워 코스터 '쥬라기 플라이어'(source by Universal Studios.)

네덜란드 '에프텔링'(Efteling) 파르크의 2020년 6월 신작 '막스+모리츠'(Max + Moritz)는 파워 코스터임에도 무려 레이싱 코스터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각 트랙의 전장도 약 300미터나 되고, 테밍에도 정성을 들였습니다. 댄마크의 '듀스 좀머란드'(Djurs Sommerland)에도 2022년 신규 공룡 테마 구역에서 수백 미터 길이의 파워 코스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당장 개장을 앞둔 '유니버설 스튜디오 베이징'(Universal Studios Beijing/北京环球影城)에도 파워 코스터가 설치되었습니다. 이름은 '쥬라기 플라이어'(Jurassic Flyers/飞越侏罗纪)로 무려 인버티드 파워 코스터입니다. 파워 코스터를 발전시킨 주체는 독일계 기업 '막크 라이드'(Mack Rides) 사입니다. 사실 막크 라이드 사가 처음으로 선보인 인버티드 파워 코스터는 무려 2014년 '에우로파 파르크'(Europa Park)'아서'(Arthur)였는데요, 이때부터 막크 라이드 사는 좌석에 스피커가 부착되어 보다 실감 나는 음향 효과를 즐길 수 있는 '온보드 사운드'(Onboard sound) 시스템스피닝 코스터를 도입했습니다. 롤러코스터에 컨셉과 스토리를 입히기 딱 좋은 시스템이지요. 온보드 사운드와 스피닝 시스템은 쥬라기 플라이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번 쥬라기 플라이어를 통해 막크 라이드 사의 저력과 파워 코스터를 발전 가능성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파워 코스터는 제작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데, 여기에 스토리를 입히기 쉽다는 장점까지 더해졌으니, 인기가 생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까지 "롤러코스터의 역사" 시리즈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롤러코스터의 기원과 발달 과정을 거쳐 2020년대의 예상 트렌드를 살펴보았다면, 다음 영상부터는 "롤러코스터는 어떻게 달릴까?" 시리즈를 통해 롤러코스터의 동력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저는 혀기였고, 앞으로도 혀기네 카페의 롤코라떼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며, 다음 "롤러코스터는 어떻게 달릴까?"에서 우리,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