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5. 01:01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08]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Ⅰ 플라잉 코스터 편 ② 〔5/25〕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VyRHlsObsXc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Who's Runnin the Show!" 시리즈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Who's Runnin the Show!"는 특정 롤러코스터의 발달 과정을 따라가며 해당 롤러코스터의 특징과 이를 둘러싼 쟁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번 Ⅰ부의 주인공은 플라잉 코스터입니다. 지난 ①편에서는, 플라잉 코스터가 처음 등장하고 '베코마'(Vekoma) 사에 의해 대형화 되었던 플라잉 코스터의 태동기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베코마 사의 대형 플라잉 코스터는 'B&M' 사의 등장으로 2년 만에 사장될 위기에 처합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 까요?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베코마 사의 '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an)의 등장으로, 플라잉 코스터에 탑승하기 보다 편리해졌음은 물론이고, 안전바를 사용한 덕에 몸 아래에서 신체를 받칠 판자형 구조가 필요 없어지면서, 탑승자의 시야가 탁 트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코마 사의 플라잉 더치맨은 스포트라이트를 오래 받지 못하고 암흑기를 맞이합니다. 바로 뒤이어 2002년에 B&M 사가 보다 효율적인 플라잉 코스터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B&M 사는 잉글랜드 스태포드셔에 위치한 영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 '알턴 타워'(Alton Tower)에 '에어'(Air)라는 새로운 플라잉 코스터를 설치했습니다. B&M 사는 인버티드 코스터를 처음 개발한 회사이기도 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인버티드 코스터의 매커니즘을 플라잉 코스터에 적용했습니다. 탑승물이 탑승장에 인버티드 코스터와 같은 형태로 정차하면, 탑승자는 인버티드 코스터에 탑승하듯 자리에 앉아 안전바를 착용합니다. 이후, 좌석의 윗부분이 뒤로 넘어가는 플라잉 더치맨과 달리,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는 좌석의 아랫부분을 뒤로 들어 올립니다.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에서는) 출발하기 전부터 탑승자가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에, 굳이 라이 투 플라이 코스와 플라이 투 라이 코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한 플라잉 더치맨에는 필요했던 좌석의 발판도 B&M 사에게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플라잉 코스터를 들이고자 했던 놀이공원들은 베코마 사 대신 B&M 사를 선택했고, 베코마 사의 플라잉 더치맨의 신작은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B&M 사가 의도적으로 베코마 사의 사업 아이템을 빼앗은 것은 아닙니다. B&M 사는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플라잉 코스터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고, 매커니즘을 구체화하는 일에만 무려 5년을 들였다고 합니다. 하필 베코마 사가 플라잉 더치맨 모델을 선보인 직후에 B&M 사도 플라잉 코스터 모델을 공개했는데 B&M 사의 것이 여러모로 우수하다 보니 베코마 사가 사업 아이템 하나를 빼앗긴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¹⁾
베코마 사의 플라잉 더치맨 모델과 달리,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계 '잠페를라'(Zamperla) 사가 개발한 '볼라레'(Volare) 모델은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와 공생이 가능했습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 트랙을 층층이 쌓아 올린 것 같이 생긴 것이 마치 플라잉 코스터 버전 와일드 마우스를 보는 것 같은 외형의 블라레는 이탈리아어로 "날아라"라는 뜻이라고 하며, 기존의 대형 플라잉 코스터를 비용이나 부지 등의 문제로 부담스러워하는 놀이공원을 공략한 보급형 플라잉 코스터입니다. 볼라레의 탑승 방식은 '97년의 '스카이트랙'과 같았지만 보다 자동화되었고, 단량이지만 한 줄의 정원을 네 명으로 늘려 회전율을 높였습니다. 최초의 볼라레는 2002년 미국 콜라라도 덴버의 '엘리치 가든'(Elitch Gardens)에 '플라잉 코스터'(Flying Coaster)라는 참 정직한 이름을 달고 설치되었으며, 해당 볼라레의 트랙 길이는 약 391미터, 최고 높이는 약 15미터로 동시대의 다른 플라잉 코스터에 비하면 굉장히 작고 귀여웠습니다. 가장 유명한 볼라레는 캐나다 온타리아 본 '캐나다 원더랜드'(Canada's Wonderland)에 설치되어 있고, 놀랍게도 평양 '개선 청년 공원'에도 2010년 '관성 비행차'라는 이름으로 설치되었습니다. 볼라레는 롤러코스터 마니아들이 정말 싫어하는 모델 중 하나인데, 한국과 일본에는 없는 모델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꼭 한 번 타 보고 싶네요.
베코마 사도 2009년 '스팅레이'(Stingray)라는 보급형 플라잉 코스터 모델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보급에 실패했습니다. 중국에 딱 하나 설치되었는데, 그마저도 10년 후인 2019년 철거되면서 실존하지 않는 롤러코스터가 되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스팅레이'는 "매가오리"라는 뜻인데, '스팅레이'가 설치된 2009년에 B&M 사는 '씨월드 올랜도'(SeaWorld Orlando)에 '만타'(Manta)라는 이름의 플라잉 코스터를 설치했고, 공교롭게도 '만타'는 "대왕쥐가오리"라는 뜻입니다. 스팅레이 모델은 망했지만, 만타 모델은 2015년 '아크로바트'(アクロバット/Acrobat)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진출하며, '나가시마 스파랜드'(ナガシマスパーランド/Nagashima Spa Land)의 자랑거리가 됩니다. 베코마 사 입장에서는 B&M 사가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물 먹은 베코마 사가 플라잉 코스터 분야에서 고전하는 사이, 물 먹인 B&M 사는 파죽지세 승승장구를 이어갔습니다. 2006년, 캘리포니아 발렌시아에 위치한 '식스플래그 매직 마운틴'(Six Flags Magic Mountain)에는 '타츠'(Tatsu)라는 무려 터레인 플라잉 코스터를 설치하며 극찬을 받았고, 10년 후인 2016년에는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ユニバーサル・スタジオ・ジャパン/Universal Studios Japan)에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ザ・フライング・ダイナソー/The Flying Dinosaur)를 설치하며 고스펙의 스릴과 테마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또 재밌는 점이, 미국에 설치된 타츠는 일본어인데, 일본에 설치된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는 영어라는 점입니다. 알턴 타워의 에어는 2016년부터 VR 기술을 도입해 '갤럭티카'(Galactica)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록 VR 롤러코스터라는 분야 자체의 한계로 인해 2019년부터는 VR 버전을 철폐하였지만, 갤럭티카는 VR과 롤러코스터의 조화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굉장한 평을 얻었습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십여 년 간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에 총 열한 개가 설치되며 스테디셀러 자리에 등극합니다.
그러던 2020년, 눈 뜨고 코 베였던 베코마 사가 약 20년만의 반격에 나섰습니다. 독일 브륄 소재의 '판타지아란트'(Phantasialand)는 독일 테마파크의 양대 산맥 중 한 곳으로, 첨단기술과 연출력을 적절히 혼합하여 고밀도의 테마와 고강도의 스릴을 모두 잡은 공원으로 유명합니다. 2020년 9월 판타지아란트는 최초의 LSM 플라잉 코스터이며 동시에 가장 테마가 뛰어난 플라잉 코스터라는 '플라이'(F.L.Y.)를 공개했습니다. "LSM"은 "선형 동기 전동기"의 영어 명칭의 약자로, 롤러코스터에서는 전자기력을 활용하여 탑승물을 빠르게 내달리게 하거나 반대로 멈추게 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술을 뜻하며, '아트란티스'에(도) 적용된 기술입니다. 플라이의 최고 높이는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에 비해 많이 낮지만 총 두 차례의 LSM 가속 구간을 통해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보다 더 긴 약 1,236미터 길이의 트랙을 최고 시속 무려 약 78킬로미터로 질주합니다. 더욱이, 테마에 최적화된 움직임을 선보인 것도 좋은 평을 받았으니, 베코마가 얼마나 칼을 열심히 갈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년만에 칼을 빼어 든 베코마 사의 새로운 플라잉 코스터의 가장 눈의 띄는 점은 역시 탑승 방식입니다. 탑승장에 들어서면 웬 의자들이 벽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은, 트랙을 90°로 기울이고 좌석도 진행 방향에 시계 방향으로 90° 회전시킨 후, 탑승물이 트랙을 따라가게 한 것입니다. 탑승자가 안전 장치 착용을 마치면 탑승물은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 회전하여 탑승자의 머리가 진행 방향을 향하도록 하고, 트랙도 90°로 엎어지듯 기울어지며 우리가 아는 플라잉 코스터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베코마 사는 한 줄에 두 명 씩 총 20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좌석 배치도 변경하였습니다. 여러모로 보완된 플라잉 더치맨을 보는 것 같은 시스템입니다.
베코마 사는 플라이를 제작하며 비행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탑승자는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공중곡예를 벌이듯 아찔한 B&M 사의 플라잉 코스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스릴감이 덜한 베코마 사의 신작 플라잉 코스터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롤러코스터 제조사와 놀이공원 측 모두 극강의 스릴보다는 연출에 조금 더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베코마 사의 후속 플라잉 코스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 20년 간 단가가 비싼 롤러코스터로 승부수를 보였던 B&M 사가 최근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수익을 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도는 만큼, 어쩌면 베코마 사가 플라잉 코스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에서 제공하는 "Who's Runnin the Show!"의 첫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사실 롤러코스터 업계에서 언제나 빼앗고 뺐기는 살벌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Ⅱ부에서 만날 윙 코스터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궁금하시다면 "Who's Runnin the Show!" Ⅱ부에도 탑승해 주세요. Ⅱ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1) 영상에서는 해당 내용이 누락되어 댓글에 보충 설명 형식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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