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 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

2020. 9. 18. 13:34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 중 네 번째 글로, 「Ⅲ부: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다」에서 이어진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과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접점이 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예시로 들 파크를 CSV 사업 분야별로 나누어 Ⅰ부에서 Ⅵ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Ⅰ부에서는 파크 산업에서 CSV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 사례 세 가지를 살펴보았고, Ⅱ부에서는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SD에 적극 참여한 파크를 몇몇 장소를 소개한데에 이어, Ⅲ부에서는 자연환경에 특히나 중점을 두고 자연과의 조화를 테마를 삼은 몇몇 시설을 살펴보았다. 이전까지 살펴본 시설물의 의의 역시 굉장하지만, 모든 파크 산업체에 적용할 수는 없는 특수 사례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었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것은 아주 대표적인 CSV 분야이나, 파크 산업이 CSV로써 공략할 수 있는 분야가 이것뿐은 아니다. 이번 Ⅳ부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보다 합리적이면서 자사의 기존 사업 분야와도 잘 어울리는 CSV 모델을 구축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

 

 

 

 

 

디거랜드

DIGGERLAND

© 2020 Diggerland UK Theme Park

영국 잉글랜드의 총 네 개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디거랜드 (Diggerland)는 비주얼 쇼크로 따지자면 영국의 모든 놀이공원을 압살한다. 기쁜 마음을 품고 파크의 개찰구를 넘어간 방문객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무시무시한 중장비 한 다발이다. 고 카트 종류의 일부 어트랙션과 실내 놀이시설을 제외하면, 디거랜드의 모든 어트랙션은 굴삭기부터 불도저까지 모두 중장비에서 탄생하였다. 굴삭기를 개조하여 볼링을 친다든가, 굴삭기의 버킷을 비이클로 개조하여 로봇암 어트랙션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굴삭기의 버킷를 이어 붙여 스윙형 회전목마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고, 어린 방문객도 집적 굴삭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크기가 작은 굴삭기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디거랜드의 진정한 묘미는 운휴일이면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어 사용되는 중장비를 직접 운용하여 보는 것이다. 사파리 역시 인상적인데, 진짜 동물 대신 캐리커처를 한듯이 판자 위에 귀엽게 그려진 동물 그림을 랜드로버를 타고 이동하며 구경한다. 동물을 구경하는 것보다 쉽게 타 볼수 없는 랜드로버에 탑승하고 거친 흙길을 이동한다는 체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기상천외한 놀이공원은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든 것일까. 디거랜드의 운영사는 굴삭기를 위시하여 중장비를 제조하고 판매하며 수리하는 H.E 서비스 (H.E Services) 그룹이다. 중장비를 보는 아이들의 생각은 크게, 크기는 거대하고 움직임은 무시무시한 것이 아주 위험하니 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과, 멋있고 폼나는 것이 한 번 조종해 보는 것이 꿈이지만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어 아주 아쉽다는 생각,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H.E 서비스 그룹은 디거랜드를 통해 어린 입장객에게, 전자에게는 중장비가 전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유용하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후자에게는 좀처럼 이룰 수 없었던 꿈의 기회를 선사한다. 만약 부모 중에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다면 부모의 생각까지도 바꿔놓을 것이다. 중장비는 현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한 도구이기에, 사람들이 중장비에 대해 지니고 있는 막연한 공포감이나 거리감은 없애는 편이 좋다. 또한 중장비 산업은 H.E 서비스 그룹의 주력 분야이기에, 이는 그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고객 유치에도 효과적이다. 사회의 요구와 기업의 이익에 동시에 부합해야 한다는 CSV의 대표 사례이자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거랜드는 잉글랜드 남부에는 디거랜드 켄트 (Diggerland Kent)와 디거랜드 데번 (Diggerland Devon)잉글랜드 북부에서는 디거랜드 더럼 (Diggerland Durham)과 디거랜드 요크셔 (Diggerland Yorkshire)가 운영 중이다.

 

 

 

 

 

스즈카 서킷

SUZUKA CIRCUIT

鈴鹿サーキット

(c) Mobilityland Corporation Honda Motor Co., Ltd. and its subsidiaries and affiliates. All Rights Reserved.

이어서 소개할 테마 파크는 지난 Ⅲ부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의 스즈카 서킷 (Suzuka Circuit / 鈴鹿サーキット)이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빅3 중 하나인 혼다 (Honda / 本田) 사 산하의 모빌리티 랜드 (Mobilityland / モビリティランド) 사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스즈카 서킷은 대표적인 자동차 경주인 포뮬라 1(F1)이 개최되는 일본 유일의 장소이다.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극강의 기술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단순히 시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가 관심을 기울여 주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스즈카 서킷을 건설하고 아시아 최초로 F1 경기를 유치하였다. 이후, "쿠루마바나레" (車離れ)라는 일본의 자동차 기피 현상 내지는 탈(脫) 자동차 사회화에 대한 돌파구로 스즈카 서킷을 테마 파크 리조트화(化) 하였다. 스즈카 서킷의 레이스 코스 옆에 위치한 유원지 모토피아 (Amusement Park Motopia / ゆうえんちモトピア)의 모든 어트랙션을 자동차를 모티프로 하였고, 주요 숙박 시설인 스즈카 서킷 호텔 (Suzuka Circuit Hotel / 鈴鹿サーキットホテル) 객실을 자동차 경주를 테마로 꾸며 놓아, 미래의 잠재 고객 확보에 신경을 썼다. 모토피아의 어트랙션은 단순히 타고 즐기는 것이 아닌, 버튼이나 핸들 혹은 레버 등 이용 중 탑승자가 조작해야 하는 것이 하나 이상 설치되어 있으며 일부 어트랙션은 하나부터 열까지 탑승자가 집적 조종하고 운전해야만 한다. 호텔의 객실 내에서도 연령대에 맞추어 간단한 체험거리를 마련해 두었다. 이처럼 스즈카 서킷은 단순히 자사의 잠재적 고객 확보에만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체험학습을 할 장소가 없는 인근 지역의 주민에게 체험학습의 장을 마련해 주고, 성취감을 바탕으로 유아 및 청소년 방문객의 신체 및 정신적 성장을 돕기도 한다. 교통 사고가 큰 사회문제로 주목을 받는 만큼 리조트 내에 위치한 또 다른 시설인 STEC (Suzuka Circuit Traffic Education Center / 鈴鹿サーキット交通教育センター)에서는 청소년 이륜차 운전 교육, 응급 상황 혹은 재난 발생시의 대처법 교육, 직업 운전자 전문 교육 등, 안전한 방법으로 불안전함을 체험한다는 특수한 운전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혼다 사는 뒤이어, 교통 사고 만큼이나 회자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난 Ⅲ부에서 언급한 트윈 링 모테기를 건설하여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자동차 산업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자사의 기업 이미지 향상과 잠재 고객층 형성을 꾀하니, 스즈카 서킷과 트윈 링 모테기는 일본 파크 산업 씬에서의 대표적인 CSV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카이라인 파크

SKYLINE PARK

Copyright 2020. Skyline Park All Rights Reserved.

어떤 놀이공원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CSV 사업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이번 Ⅳ부에서 소개할 마지막 놀이공원은 독일 바이에른주 바트뵈리스호펜 (Bad Grönenbach)과 람밍엔 (Rammingen)에 걸쳐 위치한 스카이라인 파크 (Skyline Park)이다. 앞선 Ⅲ부에서 소개한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바로 독보적인 생김새의 롤러코스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네 명의 탑승객이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싱글레일 서스펜디드 코스터가 대표적이고, 결국 기술적인 문제로 철거되었으나 최초로 스파이크 모델을 선보였으며, 고리형 공중 트랙을 지닌 롤러코스터를 프리미어 라이드 사의 스카이 로켓 Ⅱ보다도 8년 앞서 선보이기도 하였다. 고전적 슈트더슈트의 소형 버전과 거대한 스카이플라이어까지 갖추었고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워터 파크까지 운영하니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놀랍게도 이토록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스카이라인 파크가 위치한 바이에른주 남서부의 운터랄고이 (Unterallgäu) 지역은 주거지와 농장밖에 없는 시골이다. 스카이라인 파크는 지역민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1차 산업 이외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농장뿐인 이곳에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존재만으로도 CSV 사업이 된다. 또한 스카이라인 파크는 수 차례 우수 관광시설로 선정되었으며, 독일 서비스품질연구소 (Deutsches Institut für Service-Qualität)에게서도 가성비가 좋기로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사실 존재만으로 CSV 사업이 된다는 것은 파크 사업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Ⅰ부에서 언급했던, CSR적이고 CSV적인 성격이 강하였던, 디즈니랜드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파크 산업은 기업의 이익 추구가 사회 및 시대의 요구에 맞물려지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어지는 Ⅴ부에서는 파크 산업의 초기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시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총 6부작)

Ⅰ부: 조금은 특별한 원더랜드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1

Ⅱ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22

Ⅲ부: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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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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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부: 놀이공원의 조상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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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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