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9. 16:55ㆍ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 중 다섯 번째 글로, 「Ⅳ부: 특이한 놀이기구, 특이한 가치」에서 이어진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과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접점이 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예시로 들 파크를 CSV 사업 분야별로 나누어 Ⅰ부에서 Ⅵ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앞선 Ⅰ부에서는 파크 산업에서 CSV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 사례 세 가지를 살펴보았고, Ⅱ부에서는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SD에 적극 참여한 파크를 몇몇 장소를 소개한 데에 이어, Ⅲ부에서는 자연환경에 특히나 중점을 두고 자연과의 조화를 테마를 삼은 몇몇 시설을 살펴보았으며, Ⅳ부에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기존 사업 분야와도 잘 어울리는 CSV 모델을 구축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번 Ⅴ부에서는, 파크 산업의 발전 과정이 CSV와는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알고, 파크 산업의 초기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몇몇 시설을 살펴보고자 한다.
Ⅴ부
놀이공원의 조상과 만나다
코니 아일랜드
CONEY ISLAND
초기의 현대식 상설 놀이공원은 미국의 철도 회사의 이윤 추구 활동과 미국의 서민 및 중산층 사회의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발전하였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주말과 공휴일에도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하도록, 철도 회사는 기종점을 위시하여 자신들의 철도 노선 주변에 즐길거리를 만들었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상설 놀이공원이었다. 여가활동 증진이라는 사회의 요구와 철도 회사의 비즈니스가 합해져 기가 막힌 시너지 효과를 낸 19~20세기의 대표적인 CSV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사람이 많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설 놀이공원 산업이 화려한 꽃을 피웠는데, 놀이공원의 조상을 찾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코니 아일랜드 (Coney Island)이다. 미국 뉴욕주 뉴욕시의 브루클린에 위치한 이곳은 1880년대부터 어뮤즈먼트 리조트로 사용되었고 지금까지 뉴욕의 인기 관광지로 기능하고 있다. 코니 아일랜드에는 씨 라이언 파크 (Sea Lion Park), 루나 파크 (Luna Park), 드림랜드 (Dreamland), 스티플체이스 파크 (Streeplechase Park), 아스트로랜드 (Astroland) 등 여러 사업체의 터전이 되었으나, 세계대전과 대공황 시기에 한 번, 20세기 말에 또 한 번 쇠락기를 겪는다. 코니 아일랜드에 처음 놀이공원이 들어섰을 때의 목적은 당연히 이윤 추구였지만, 두 차례 황폐화를 겪은 이후에 다시 부활할 때는 사회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당시 뉴욕시는 2012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합을 앞두고 뉴욕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비록 2012년 하계 올림픽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지만, 이 시기 덕분에 뉴욕의 장소와 사회는 지역의 정체성을 상당히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일환으로, 2005년,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lomberg) 당시 뉴욕시장과 마르티 마르코비치 (Marty Markowitz) 당시 브루클린구청장은 코니 아일랜드 재활성화 계획 (Coney Island Revitalization Plan)을 발표하였고, 2010년, 그 결과로 루나 파크 (Luna Park)가 오픈하였다. 과거 코니 아일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루나 파크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루나 파크는 공원의 입구를 비롯하여 옛 루나 파크의 모티프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이후 데노 원더 휠 어뮤즈먼트 파크 (Deno's Wonder Wheel Amusement Park)와 기타 소규모 사업자 역시 코니 아일랜드에 자리를 잡으며, 코니 아일랜드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세 번째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코니 아일랜드 역사회가 성립된 상태이고, 코니 아일랜드 내의 일부 시설은 사적 (史蹟)으로 등록되는 등, 코니 아일랜드는 단순한 놀이공원 차원을 넘어서 지역 사회의 정체성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브루클린구와 그 주변으로는 코니 아일랜드 이외에도 의미 있는 공원이 몇 곳 더 있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Brooklyn Bridge Park)와, 그 건너편의, 과거 배터리 파크 (Battery Park)라고 불리기도 했던 현재 더 배터리 (The Battery)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와 더 배터리 역시 20세기 중엽에 들어 황폐화되었던 시설을 21세기에 복원 작업을 통해 되살린 것이다. 이는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등의 부활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하며, 리노베이션만큼이나 기존의 의미와 상징성을 계승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현재 이들 공원에서는 지역민을 위한 교육 및 체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등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
HYDE PARK WINTER WONDERLAND
영국 잉글랜드 런던의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 (Hyde Park Winter Wonderland) 역시 비슷한 사례이다.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는 매해 겨울 크리스마스 전후로 하여 한 달에서 두 달에 걸쳐 진행된다. 미국에서 상설 놀이공원이 탄생하기 전, 유럽에는 펀 페어 (Fun Fair)라 불리는 이동식 놀이공원이 있었다. 코니 아일랜드가 상설시장이라면 유럽의 펀 페어는 정기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한 놀이기구를 운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년이나 1년 등 정기시장에 비하여 개최 시기 사이 기간이 매우 길다. 한국에서도 오일장이 자취를 감추어가듯 영국에서도 펀 페어 사업은 사장되어 가고 있었고, 한국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영국에서도 펀 페어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2005년 하이드 파크 (Hyde Park)에서, 런던에서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펀 페어가 개최되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주최자였던 영국 왕립 공원 (The Royal Parks) 재단은 2007년 보다 발전한 모습의 펀 페어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는 서양인에게 의미가 아주 깊은 날인데,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까지가 최대 연휴이며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로 학기가 나뉘는 등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값비싼 백화점이나 굉장히 분주한 시내 중심가뿐으로, 크리스마스를 축제를 즐기듯 보낼 수 있는 장소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마땅치 않았다. 2007년, 왕립 공원 재단은 크리스마스 마켓 확충과 아이스 링크 및 크리스마스 기념 라이브 스테이지 등의 건설을 통해 기존 펀 페어에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를 더하고 AEG 사, IMG 사 등과 함께 합작 프로젝트를 벌이며 규모를 보다 키웠고, 지금의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가 시작되었다.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는 런던 시민에게 펀 페어 문화를 돌려주고 보다 다양한 시민이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왕립 공원 재단의 인지도와 재정 면에서 기반을 다질 뿐만이 아니라 비수기인 겨울철 런던의 관광객 수를 증가시켰다는 모범적인 CSV 사례가 되었다.
부르슈텔프라터
WURSTELPRATER
유럽의 오래된 놀이공원이 펀 페어 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 레오폴슈타트에는 센트럴 파크나 하이드 파크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프라터 (Prater)라는 넓은 도심 공원이 있다. 프라터의 한쪽에는 부르슈텔프라터 (Wurstelprater)라는 수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상설 놀이공원이 있다. 프라터의 역사는 이전까지 왕족과 귀족이 서로 물려주고 물려받던 땅을 신성로마 황제 요제프 2세 (Joseph Ⅱ)가 1766년 대중의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개방 직후 이곳에 식음점을 설치하는 것이 허락되었고, 뒤이어 여러 가판대가 설치되기 시작하였으며, 1873년 프라터에서 세계 박람회가 개최되었고, 1897년에는 대관람차가 설치되며, 유원지의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부르슈텔프라터는 양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었으며 1945년 민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의 부르슈텔프라터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부르슈텔프라터 이외에도 통치자가 대중의 여가를 위하여 만든 놀이공원은 세계 여러 곳에 적기 않게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의 시설은 대중의 관심을 정치에서 오락으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자료가 많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으나 요제프 2세가 여러 방면에 걸친 사회 개혁을 단행하며 상당한 반항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라터에도 그러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프라터는, 탄생 이후 문화의 발전과 교류라는 기능을 담당하며 지역 사회에 큰 기여를 하였고, 한 차례 파괴된 후 복원을 위하여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였다는 점에서, 특히나 인상적인 공원이다. 이번 포스트에서 지금까지 소개한 세 개의 놀이공원은 모두 입장료가 무료이고 어트랙션별로 개별적으로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비일상적인 경험을 하게 됨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단일 이용권 제도가 산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개별 이용권 제도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지역 문화의 중심지이자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모여드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기에 적합하다. 또한 방문객으로서도 자신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세부 계획을 짜고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기도 하다.
AIA 카니발
AIA CARNIVAL
AIA友邦嘉年華
이번 포스트에서 알아볼 마지막 놀이공원은 홍콩의 홍콩섬 중완 (中環)에서 개최되는 AIA 카니발 (AIA Carnival / AIA友邦嘉年華)이다. 하이드 파크 윈터 원더랜드와 마찬가지로 상설 놀이공원이 아닌 매해 겨울에 한정하여 운영되는 시설로, 몇 년 전까지는 AIA 그레이트 유러피언 카니발 (The AIA Great European Carnival / AIA友邦歐陸嘉年華)라고 불리었다. AIA 카니발은 2014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매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시작하여 약 6주간 운영된다. AIA 카니발은 마이클 덴마크 (Michael Denmark)가 설립한 그레이트 유러피언 카니발 (The Great European Carnival) 사가 AIA 사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설이다. 마이클 덴마크는 홍콩의 독자적인 펀 페어를 통해 홍콩인 고유의 문화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레이트 유러피언 카니발 사를 설립하였다. 20세기가 다 끝나도록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점과 중국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홍콩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꽃 피웠기는 하나, 현대 홍콩의 역사가 짧은 만큼 홍콩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줄 마땅한 양분이 없다는 점은 문제이다. 그레이트 유러피언 카니발 사는 홍콩의 연례행사로 AIA 카니발을 개최하며 홍콩의 문화의 장을 만들었다. 파크 산업이 한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고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이 파크 산업의 마니아로서 굉장히 인상적이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도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다. 파크 산업과 CSV의 연관성에 관하여 알아본Ⅰ부 이후, 시설의 테마와 CSV 사업 분야에 따라 Ⅱ부부터 Ⅴ부까지 나누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Ⅵ부에서는 두 곳의 놀이공원을 소개하여 파크 산업에서의 CSV 사업의 구조적 유형 두 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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