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6. 12:58ㆍ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 중 세 번째 글로, 「Ⅱ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립 낙원」에서 이어진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6부작은 파크 산업과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접점이 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예시로 들 파크를 CSV 사업 분야별로 나누어 Ⅰ부에서 Ⅵ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Ⅰ부에서는 파크 산업에서 CSV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 사례 세 가지를 살펴보았고, Ⅱ부에서는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SD에 적극 참여한 파크를 몇몇 장소를 소개하였다. 이번 Ⅲ부에서는 자연환경에 특히나 중점을 두고 자연과의 조화를 테마를 삼은 몇몇 가지 시설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Ⅲ부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다
집 월드
ZIP WORLD
첫 번째로 살펴볼 집 월드 (Zip World)는 영국 웨일스의 귀네드 (Gwynedd) 지역 세 개 장소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각각 집 월드 포레스트 (Zip World Fforest), 집 월드 슬레이트 캐번 (Zip World Slate Caverns), 집 월드 펜린 쿼리 (Zip World Penrhyn Quarry)라고 불리는 시설은 서로 차로 약 20분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마치 삼각형을 이루듯이 분포한다. 이름처럼 집 라인이 핵심 시설인데, 가장 흔한 앉은 자세로 탑승하는 집 라인은 물론이고, 엎드린 자세로 체험하는 집 라인과 복합 구간을 지닌 집 라인 등 다양한 형태의 집 라인이 설치되어 있는, 그야말로 집 라인 뷔페이자 집 라인 백화점이다. 특히나 펜린 쿼리의 집 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집 라인으로 알려져 전 세계 집 라인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같은 집 라인이라도, 포레스트는 숲 속을, 슬레이트 캐번은 동굴 속을, 펜린 쿼리는 드넓은 벌판과 석회수를 채워 넣어 옥색으로 빛나는 옛 채굴장을 배경으로 하기에, 집 월드가 제공하는 집 라인 어트랙션은 시각적 재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할 수 있다. 집 라인뿐만 아니라, 출렁다리와 암벽 등반 구간 등을 포함한 어드벤처 트레일과 공중 트램펄린, 고 카트, 마운틴 코스터 등, 지형지물을 활용한 어트랙션을 대거 운영하는 중이다. 귀네드 지역은 상당한 시골임에도 원래 벌판과 바위산이 많고, 평지에는 농지 면적 또한 굉장히 넓어 의외로 삼림 면적은 넓지 않으며, 과거 광물 광산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며 자연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이다. 그중에서도 집 월드의 슬레이트 캐번이 위치한 레크웨드 (Llechwedd) 지역과 펜린 쿼리는 버려진 점판암 채굴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집 월드 슬레이트 캐번은 지하의 점판암 광산 내부에 위치하고, 집 월드 펜린 쿼리는 지상의 점판암 채굴장 주변으로 설치되었다.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집 월드 포레스트는 농장에 둘러싸인 약 0.5 제곱킬로미터의 좁은 숲 속에 자리를 잡았다. 시골임에도 숲이 귀한데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숲과 사람들이 교감할 수 있는 교량 역할을 해 주었고 숲을 보다 소중히 생각하도록 도와준 것이다. 집 월드는 확실히 지난 Ⅱ부에서 소개한 살리나 투르다 및 에덴 프로젝트와 유사한 점이 있고, 살리나 투르다와 에덴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집 월드에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문객 입장에서는 자연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딛고 만지고 껴안을 수 있다는 점은 집 월드만의 장점이다. 물론 집 라인과 공중 트램펄린과 카트 코스는 집 월드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어떤 사업체는 그저 스릴을 추구하지만, 많은 사업체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중시한다. 필자도 이들 사업체가 정말 대단하고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수많은 사업체 사이에서 유독 집 월드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집 월드의 규모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도, 집 월드의 독특한 입지이다. 대다수의 집 라인은 빼어난 자연경관, 지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삼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해변가,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정겨운 동네 뒷산 정도를 배경으로 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정겹고 아름다운 자연을 찬양한다. 집 월드의 배경은 나무가 다 베어지고 얼마 남지 않은 숲과 광물을 캐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뚫어 놓은 땅굴과 점판암을 얻기 위해 파헤쳐 놓은 인공적 황무지이다. 집 월드에서 체험객이 교감하게 되는 것은 푸르른 대자연이 아닌 인간이 파헤쳐놓은 자연의 상흔이다. 심지어 이 상처는 살리나 투르다나 에덴 프로젝트와 달리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잃은 자연과 그마저도 품기 위해 노력하는 웨일스인들의 노력을 상징하는 집 월드이다. 놀이공원에서 비장미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집 월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
SEILBAHNEN THALE ERLEBNISWELT
다음으로 소개할 장소는 2021 롤러코스터 트렌드 분석 포스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 (Seilbahnen Thale Erlebniswelt)이다. 이름도 긴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는 영어로 치자면 "케이블카 탈레 익스피리언스 월드" (Cable Car Thale Experience World)라는 의미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탈레 지역의 케이블카가 딸린 경험 공원"쯤 되는 것이다.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의 소재지는 독일 작센안할트주의 탈레로, 탈레의 남쪽으로는 아주 넓고 높은 고산지대가 펼쳐져 있다. 자일바넬 탈레 엘렙니스벨트가 위치한 곳은 거대한 보데탈 (Bodetal) 협곡의 입구로, 고산지대와 평지가 만나는 지역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파크의 입구는 보데탈 협곡의 입구의 낮은 평지에 있고, 공원의 본체는 입구 주변과 협곡 위의 고산지대에 양분되어 위치한다. 놀이공원이라고는 하나,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는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며, 보전된 자연을 최고의 어트랙션으로 다룬다. 두 지역의 해발고도는 무려 250 미터가 넘게 차이가 난다. 입장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250 미터를 올라가며 보데탈 협곡의 아름다운 경관과 조우하게 된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협곡 주변의 트레킹 코스를 이용하여 산을 오르고 내려갈 수도 있다. 물론, 놀이공원으로 불리는 만큼 자연경관이 이곳의 전부는 아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라이드 어트랙션과, 크기는 작으나 2021년 운영 시작을 앞둔 것까지 포함하여 무려 여섯 개의 코스터가 설치되어 있다. 알파인 코스터라고도 불리는 마운틴 코스터 하나와 크지 않은 셔틀 코스터 하나, 작은 규모의 서스펜디드 코스터와 플라잉 코스터가 각각 하나씩 있고, 여기에 롤러볼 형식의 코스터와 소규모 중에서도 소규모인 키디 코스터 하나가 2021년 새롭게 추가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 코스터가 모두 너무나도 친환경적이다. 어느 코스터 하나 레일과 지지대가 도색되지 않은 채 철재의 있는 그대로의 회색을 드러내고 있다. 마운틴 코스터는 주변 환경을 파괴하기보다는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하였고, 셔틀 코스터와 롤러볼 코스터는 러닝타임의 길이에 비해 차지하는 토지 면적이 매우 좁기에 자연을 해칠 일도 적다. 가장 압권은 서스펜디드 코스터와 플라잉 코스터이다. 이들 코스터의 레일과 지지대는 언젠가 현대미술관에서 본 적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반적인 롤러코스터에 비해 구성이 상당히 단출하다. 재료를 적게 사용하였다는 것은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희생된 자연물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물론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는 놀이공원이니, 자연보호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놀랍게도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의 롤러코스터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상술하였듯이 이곳의 롤러코스터는 마치 "언젠가 현대미술관에서 본 적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다. 꼭 누군가의 설치미술품 같은 외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한다. 탑승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는 서스펜디드 코스터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잉 코스터이나 인버티드 코스터에 가까운 요즘의 플라잉 코스터가 아닌 서스펜디드 코스터에 가까운 고전적 플라잉 코스터이다.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가 얼마나 영리한 전략을 구사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원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롤러코스터를 설치함으로써 규모 대비 스릴을 극대화하였다. 그리고 내년(2021)에는 롤러볼 코스터가 이 계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놀이공원은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해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이공원 건설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오해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에 대하여 자일바넨 탈레 엘렙니스벨트는 확실하게 주장한다. 놀이공원을 만들며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이다.
트윈 링 모테기
TWIN RING MOTEGI
ツインリンクもてぎ
이어서 트윈 링 모테기 (Twin Ring Motegi / ツインリンクもてぎ)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도치기현 하가군에 위치한 트윈 링 모테기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 (Honda / 本田) 사 산하의 모빌리티랜드 (Mobilityland / モビリティランド) 사가 운영하는 시설 중 하나이다. 동일하게 모빌리티랜드 사가 운영하며 F1 대회가 개최되는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의 스즈카 서킷과 함께 일본의 양대 카 레이스 코스로 불리는 시설이다. 혼다 사와 모빌리티랜드 사는 경기가 없는 때에도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스즈카 서킷과 트윈 링 모테기의 레이스 코스 주변으로 테마 파크 리조트를 건설하였다. 자동차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시선을 의식하여 CSR을 통하여 환경 보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한 혼다 사는, 자동차 산업이 환경 파괴를 가속한다는 좋지 않은 인식을 돌파하기 위하여 CSV 사업의 일환으로 트윈 링 모테기의 리조트를 만들었다. 방문객이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는 만큼이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트윈 링 모테기 리조트의 목표이다. 레이싱 코스 옆에 위치한 모비 파크 (Mobi Park / モビパーク)에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라이드 어트랙션과 더불어 자연을 소재로 한 어트랙션이 함께 설치되어 있다. 2010년대부터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복합 목조 미로 시절이나 실내 놀이 시설에도 삼림과 수확이라는 테마를 더하여 차별화를 이루었고, 모비 파크 뒤로는 체험형 숲 속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헬로 우즈 (Hello Woods' / ハローウッズ)는 휴식과 액티비티를 중심의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헬로 우즈에서는 목공예 교실, 별자리 캠프, 도슨트와 함께하는 숲 속 산책 등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어 카 레이싱과 라이드 어트랙션만큼이나 친환경에 방점을 두었다. 숙박 시설이 호텔뿐인 스즈카 서킷과는 달리 숲과 별의 캠프 빌리지 (Starry Sky Forest Camping Village / 森と星空のキャンプヴィレッジ)라는 숲 속 캠핑장을 운영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또한 중심 숙박 시설인 호텔 트윈 링 (Hotel Twin Ring / ホテルツインリンク)에서도
쏩 샤크 캐빈
THORPE SHARK CABINS
이번 포스트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설은 영국 잉글랜드 서리주 철시에 있는 쏩 파크 리조트 (Thorpe Park Resort)에 위치한다. 쏩 파크 리조트는 영국 테마 파크의 양대산맥 중 한 곳인 쏩 파크 (Thorpe Park)가 위치한 테마 파크 리조트이다. 쏩 파크 자체가 지역민들의 역사의식에 의해 부활한 테마 파크이며,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적정한 투자를 진행하는 훌륭한 경영진을 지닌 아주 멋진 파크이지만, 이번에는 테마 파크 대신 테마 파크 리조트 안에 설치된 어느 숙박 시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쏩 파크는 사방이 세인트앤스 호(湖), 매너 호, 플릿 호, 애비 호라는 네 개의 호수에 둘러싸여 얼핏 보면 마치 섬과도 같아 보인다. 플릿 호에 설치된 쏩 파크의 메인 게이트로 향하는 다리의 옆 호수변에는 고철을 이어 붙여 만든 거대한 상어 조형물이 있다. 사실 고철 상어는 평범한 조형물이 아니고 쏩 샤크 캐빈 (Thorpe Shark Cabins)이라는 독특한 숙박 시설의 입구이다. 쏩 샤크 캐빈은 고철과 재활용 판자 및 컨테이너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버려진 매트리스 중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것을 객실의 침대로 사용하는 등, 객실 내부의 용품 역시 위생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재활용품을 사용하였다. 입구의 상어 조형물 제작에는 가능한 쏩 파크를 둘러싼 호수에서 건져낸 쓰레기를 활용하였다. 인간이 무심코 자연에 버린 쓰레기가 거대한 상어가 되어 테마 파크를 방문하는 이들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밤이 되면 푸른색으로 빛나는 동그란 눈은 무시무시함을 더한다. 결국 이 또한 인간이 연출한 것이라는 한계는 지니지만, 테마 파크 리조트가 자연이 주는 숭고미와 골계미를 품은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Ⅱ부와 Ⅲ부에 걸쳐서는 SD와 자연환경을 집중 공략한 파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시설물이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모든 파크 산업체에 적용할 수는 없는 특수 사례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파크를 폐광이나 호수 사이에 지을 수는 없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것은 아주 대표적인 CSV 분야이다. 그러나 파크 산업이 CSV로써 공략할 수 있는 분야가 이것뿐은 아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주변을 살펴보면 흔하지는 않지만 보다 효용성이 높은 CSV 분야를 찾아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어떤 기업은 흔하지 않지만 보다 합리적이면서 자사의 기존 사업 분야와도 잘 어울리는 CSV 모델을 구축하였다. 다음 Ⅲ부에서는 보다 다양한 CSV 모델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테마 파크, 공유 가치 창출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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