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Ⅲ 하이브리드 코스터 편 ①

2021. 6. 10. 00:01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11] [개념] Who's Runnin the Show! Ⅲ 하이브리드 코스터 편 ① 〔6/1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N_l8GMy009o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특정 롤러코스터의 발달사를 따라가며 해당 롤러코스터의 특징과 쟁점을 소개하는 "Who's Runnin the Show!", 플라잉 코스터 편과 윙 코스터 편에 이어, 이번 Ⅲ부에서는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코스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전에, 앞선 "롤러코스터의 종류, 얼마나 다양할까?" 시리즈를 보고 오시면 이번 이야기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장치 확인하시고요, 지금 시작합니다. It's Coastertime!

 

'자이언트 세이프티 코스터'의 모습(© David A. Sullivan)과, 사이클론의 모습(© LUNA PARK CENTRAL AMUSEMENT INTERNATIONAL INC.)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Hybrid rollercoaster)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재료를 섞은 롤러코스터를 의미하는데, 보통 목재와 철재를 혼합해서 제작한 것을 뜻합니다.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라는 말은 보통 최근에 생겨난 아주 새로운 롤러코스터를 지칭한다고 종종 언급되지만, 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롤러코스터입니다. 무려 1910년에 미국 뉴욕의 '브라이튼 비치'(Brighton Beach)'자이언트 세이프티 코스터'(Giant Safety Coaster)라는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가 처음 등장했고, 이듬해인 1911년에는 마찬가지로 뉴욕의 '루나 파크'(Luna Park)'자이언트 레이서'(Giant Racer)라는 두 번째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루나 파크에서 1927년에 선보인 파크 내 두 번째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 '사이클론'(Cyclone)은 지금까지도 운영되며 미국의 국립 사적지(史跡地)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사이클론은 얼핏 보면 나무로만 만들어진 롤러코스터 같지만, 실은 지지대가 전부 강철로 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1978년에 첫 주행을 했던 '시더 포인트'(Cedar Point)'제미니'(Gemini)는, 지지대를 포함하여 나머지 구성 요소는 전부 나무인데, 열차의 바퀴와 직접 맞닿는 레일과 침목(枕木) 부분을 철로 제작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강철 레일이라, 철재 롤러코스터 시대의 시작을 알린 원통형(tubular) 철재 레일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원통형 철재 레일에 관해서는 롤러코스터의 역사와 관련된 영상에서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한국에도 나무와 강철이 섞인 롤러코스터가 있습니다. '에버랜드''T 익스프레스'도 100퍼센트 나무가 아니라 지지대의 일부 구간에 강철을 사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화이트 사이클론'의 웅장한 격자형 지지대와, '더 그레이트 시닉 레일웨이'의 트러스형 지지대
목재 롤러코스터와 철재 롤러코스터의 에너지 전환 정도를 나타낸 모식도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는 강철을 주재료로 이용해서 목재 롤러코스터의 겉모양을 만들어 놓은 꼴을 하고 있습니다. 목재 롤러코스터와 비교해서, 철재 롤러코스터는 만들기도 쉽고 유지·보수에 유리하며 보다 격렬한 트랙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철재 롤러코스터는 목재 롤러코스터보다 레일과 열차 사이의 마찰력이 작아서 역학적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손실 되는 양이 적고, 덕분에 트랙의 최고 높이가 같아서 탑승물에 가해지는 중력 퍼텐셜 에너지가 동일하더라도 목재 롤러코스터보다 철재 롤러코스터가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철재 롤러코스터를 만들면 되지, 왜 굳이 목재 롤러코스터의 외형을 고집하여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라는 것을 만든 것일까요? 목재 롤러코스터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격자형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목재 롤러코스터의 지지대가 자랑하는 볼륨감은 철재 롤러코스터가 지닌 간단명료한 기둥형 지지대에는 없는 어마어마한 근엄함을 내뿜습니다. 열차가 트랙 위를 달릴 때 발생하는 진동이 빼곡히 들어선 지지대에 전달되며 울려 퍼지는 특유의 사운드도 포기하지 못할 요소입니다. 또한, 열차에 타고 달릴 때는 지지대에 부딪힐 듯 말 듯 아찔함이 배가 되기도 합니다. 트러스 구조 내지는 격자 모양으로 디자인 된 지지대는 열차가 달릴 때 가해지는 힘이 골고루 분산 되게 하여 웬만한 철재 롤러코스터의 지지대보다도 튼튼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재 롤러코스터가 지니는 기나긴 역사와 정통성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입니다. 다시 말해서, 목재 롤러코스터는 특유의 분위기와 정통성 덕분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나무라는 재료의 특성 상 연출과 표현에 한계가 있어,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T 익스프레스처럼 지지대의 일부 구간을 철재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에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은 레일과 지지대의 대부분을 철재로 대체하기에 이른 것이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입니다.

 

1910년 자이언트 세이프티 코스터의 등장 이후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매해 지구 어딘가에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가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다들 이렇게 난리인 것일까요? 2000년대 초반까지 목재 롤러코스터에 철재를 섞는 작업은 단지 건설과 유지·보수 작업을 간편화하기 위한 것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T 익스프레스에 부분적으로 철재료를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던 2005년,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전환시킨 롤러코스터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그래비티 그룹'(The Gravity Group)은 위스콘신에 위치한 '마운트 올림포스 워터 & 테마 파크'(Mt. Olympus Water & Theme Park)'하데스'(Hades)라는 새로운 목재 롤러코스터를 설치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데스의 지지대는 전부 강철로 제작되었고 레일과 침목은 전부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최장 낙하 구간의 길이가 약 42.7미터에 낙하 각이 약 65도라는 점도 당시로서는 상당한 스펙이었습니다만, 하데스에는 이보다도 혁신적인 요소가 있었습니다.

 

하데스 360의 수직으로 횡경사가 진 구간의 모습(© The Gravity Group, LLC)과, 콕스크류가 추가된 모습(© The Gravity Group, LLC)

그리스 신화에서 하데스는 죽음과 지하의 신이지요. 공원의 외곽 지역에 설치된 하데스는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구간으로 나뉘며, 이 두 구간이 240미터가 넘는 기다란 지하 통로로 연결되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 통로에서 레일이 수평 방향으로 90도까지 기울어집니다. 또한 지하 통로에서 나와 두 번째 지상 구간을 지날 때는 레일이 직각을 넘어서 무려 약 110도까지 기울어집니다. 2013년에는 콕스크류 구간이 추가되어 더욱 격렬해지면서 '하데스 360'(Hades 360)으로 개명되기도 했습니다. 즉, 이전에는 개발사와 운영사 입장에서 만들고 관리하기 편한 것이 중요했다면, 하데스(360)는 탑승자 입장에서 이전의 목재 및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스릴에도 주안점을 둔 것입니다.

 

'선 오브 비스트'의 거대한 루프의 모습(© Joey Knapton)과, 루프가 철거된 후의 모습(© coasterimage.com)

목재 롤러코스터의 격렬화에 대한 실험은 2000년부터 시작하기는 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르네상스가 시작 된 곳 중 한 곳이었던 미국 '킹스 아일랜드'(Kings Island)는, '더 레이서'(The Racer)라는 목재 롤러코스터의 대성공 이후 다양한 목재 기종을 선보였습니다. 1979년에는 '더 비스트'(The Beast)라는, 트랙 길이 약 2,243미터, 최장 낙하 길이 약 43미터, 최대 속도 시속 약 104.2킬로미터의 무시무시한 터레인 목재 롤러코스터를 오픈했습니다. 등장 당시 모든 스펙에서 1위를 석권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최대 속도 10위, 트랙 길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가 되어 킹스 아일랜드는 21세기의 더 비스트라고 불릴만한 파격적인 목재 롤러코스터를 원했고, '선 오브 비스트'(Son of Beast)라는 이름부터 패기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공개했습니다. 독일의 '인제니외어뷔로 슈텡겔'(Ingenieurbüro Stengel) 사가 디자인한 선 오브 비스트는 회전 구간이 포함된 최초의 완전 순환적인 목재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선 오브 비스트의 네 번째 강하 구간 직후에 버티컬 루프가 등장했는데, 루프와 지지대는 강철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오픈한 그 해부터 잡음에 시달리던 선 오브 비스트는 2006년 연말에 버티컬 루프를 제거하고 본연의 목재 롤러코스터로 회귀하였고, 2009년 여름 시즌을 끝으로는 결국 운영을 종료하였습니다.

 

선 오브 비스트에는 스위스의 '인타민'(Intamin) 사에서 개발한 조립식(prefabricated) 래미네이트(laminated) 목재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조립식 목재이기에 거대한 규모의 롤러코스터를 보다 빠르게 건설할 수 있었고, 압축성형(壓縮成形/compression molding) 과정을 거친 래미네이트 목재이기에 강철처럼 단단하기도 합니다. 래미네이트 목재는 물에도 강하고 불에서 강해서, 방수는 물론이고, 잘 썩지도 타지도 않습니다. 이 기술은 에버랜드의 T 익스프레스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선 오브 비스트(는) 단지 일부 구간만 강철 구조물로 대체했다가 망했고, 그 뒤로 딱히 대책이라는 것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지닙니다. 조립식 래미네이트 목재 역시, 나무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나무에서만 찾은 것이 족쇄가 되었습니다. 물론 조립식 래미네이트 목재로 롤러코스터를 만든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기술이지만, 그 사이 강철처럼 강한 목재를 사용할 바에는 그냥 강철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대괄호 내지는 꺾쇠괄호 모양의 스택을 지닌 롤러코스터와, 원기둥형 철재 트랙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코스터의 형태를 나타낸 모식도

지금까지 등장한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사이클론과 하데스(360)처럼 레일은 목재이고 지지대가 철재인 경우와, 제미니처럼 레일이 철재이고 지지대가 목재인 경우입니다. 전자와 후자는 레일의 형태가 굉장히 다릅니다. 전통적인 목재 롤러코스터의 트랙의 단면도로 보면 침목 위에 대괄호([…]) 내지는 꺾쇠괄호(⸢…⸣) 모양의 레일을 얹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괄호 모양의 레일을 흔히 스택(stack)이라고 부르는데, 스택의 가장 위로 열차의 가장 큰 주(主)바퀴가 지나가고, 안으로 꺾어진 부분의 아래와 옆으로 각각 하면마찰 바퀴와 측면마찰 바퀴가 맞닿아 열차의 이탈을 방지합니다. 레일이 나무로 된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는 고민할 것 없이 전통적인 목재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레일이 철재인 하이브리드 롤러코스터는 철재 롤러코스터에서 사용하는 원통형 트랙을 나무 지지대 위에 얹어 놓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원통형 트랙은 쉽게 말해서 원기둥 모양 강철 두 개를 엮어서 만든 트랙으로, 에버랜드의 '롤링 엑스 트레인' 등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철재 롤러코스터에서 볼 수 있는 트랙 양식입니다. 목재 롤러코스터와 철재 롤러코스터는 원재료도 다르지만 레일의 모양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전에는 지지대가 강철이라고 해도 레일이 괄호 모양의 목재로 이루어져 있으면 목재 롤러코스터, 지지대가 나무라고 하더라도 원통형 철재 트랙이 사용되었으면 철재 롤러코스터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2011년, 미국의 '식스 플래그 오버 텍사스'(Six Flags Over Texas)는 아이다호에 본사를 둔 신생 기업 '로키 마운튼 컨스트럭션'(Rocky Mountain Construction) 사에 한 가지 사업을 의뢰합니다. 이 공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목재 롤러코스터 '텍사스 자이언트'(Texas Giant)의 일부 구간의 트랙을 교체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T 익스프레스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목재 롤러코스터이기 때문에 T 익스프레스만 탑승해 본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는데, 오래된 목재 롤러코스터는 탑승감이 굉장히 나쁩니다. 엉덩이가 아픈 건 기본이고, 심한 경우에는 탑승 후 삭신이 쑤시기도 하며, 안전바의 위치가 애매한 경우에는 남자 분들은 아랫도리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키 마운튼 컨스트럭션 사를 줄여서 "RMC"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RMC 사는 텍사스 자이언트가 지닌 문제가 일부 트랙을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고, 식스 플래그의 의뢰를 기회 삼아서, 해당 목재 롤러코스터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기존의 목재 롤러코스터를 계승할 신형 기종을 건설하는 것을 역으로 제안합니다. RMC 사가 제시한 신박한 방안, 다음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②편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