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30. 17:31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21][개념] 놀이공원의 간략한 역사! (테마파크의 정의 Ⅳ) 〔7/3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OsgNh3dUBB4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테마파크의 정의" 그 네 번째 시간입니다. 예고대로 이번 Ⅳ부의 주제는 "놀이공원의 간략한 역사!"이고, Ⅰ, Ⅱ, Ⅲ부가 비평 영상이었다면, Ⅳ부부터는 개념 영상으로, 저의 주관적인 견해보다는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진행됩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탑승 유지! 지금 출발합니다, It's Coastertime!
많은 사람이 놀이공원의 기원을 유럽의 '플레저 가든'(Pleasure garden)에서 찾습니다. 플레저 가든이란 16세기부터 유럽에서 등장한 레크리에이션과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공개된 장소를 뜻합니다. 영국 런던의 '복솔 가든'(Vauxhall Gardens) 등이 대표적인데, 플레저 가든에는 놀이기구가 전혀 없었기에, 사실 지금으로 따지면 놀이동산보다는 휴양지 리조트나 문화회관 내지는 운동공원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넓은 면적의 문화시설을 최초로 유희를 목적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의의가 있고, 이 점에서 놀이공원의 조상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놀이공원의 기원에 대해 논할 때 플레저 가든과 함께 언급해야 할 것이 '페어'(Fare)라는 문화입니다. 페어는 유럽판 정기사장(定期市場)의 일종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운영 중인 상설시장(常設市場)과 달리, 주기적으로 일정한 날짜에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한 종류입니다. 산업의 입지에 관해 설명하는 도시지리학의 3대 이론 중 한 가지인 '중심지이론'(中心地理論/Central place theory)에 따르면, 어느 시장이 배후지의 크기는 충분하지만, 해당 시장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인 '재화의 도달범위(到達範圍/Range)'가 시장이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요 인구 분포 범위인 '최소요구치'(最小要求値/Threshold size)에 미치지 못할 때, 최소요구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의 도달범위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을 여는 이동식의 정기시장이 형성됩니다. 한국의 오일장이나 삼일장처럼 주기가 일주일을 넘지 않는 정기시장도 있지만, 페어는 기본적으로 반년 혹은 1년이 주기인 대신, 한 번 페어가 열리면 몇 주에 걸쳐 진행되는 등 회당 개최 기간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어릴 적 아파트 단지 내 장터가 열리면 꼬마 바이킹이 운영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또, 저 대학생 때 학교 축제에 디스코팡팡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의 전통 시장에서 유명 트로트 가수 초빙 행사를 벌이는 등 살 거리뿐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 거리까지 마련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페어에도 팔 물건뿐 아니라 놀이기구를 비롯하여 다양한 즐길 거리가 등장하곤 했고, 이 때문에 페어는 '펀페어'(Funfare)라고도 불리며, 이러한 페어가 열리는 장소를 '페어그라운드'(Fairground)라고 합니다. 일례로, '올림피아 루핑'(Olympia Looping)이라는 롤러코스터는 가을이 되면 독일 뮌헨의 유명한 가을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의 현장으로 이동했다가 겨울에는 또 영국 런던의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라는 겨울 시장으로 옮겨지는 등 매 시즌 서로 다른 유명 축제 현장을 오갑니다. 따라서 올림피아 루핑은 '이동식 롤러코스터'((trans)portable rollercoast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페어는 유럽 고유의 문화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유럽식 축제라는 의미의 '유러피언 카니발'(European carnival) 혹은 이동식 축제라고 하여 '트래블링 카니발'(Travelling carnival)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페어는 11세기 무렵에 시작된 것으로 플레저 가든보다 훨씬 역사가 길지만, 페어에 놀이기구 설치가 보편화된 것은 19세기에 증기식 회전목마가 등장한 이후이기 때문에, 플레저 가든이 페어에서 유래되었다고는 할 수 없고, 페어와 플레저 가든이 현대식 놀이공원에 각각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회전목마의 역사를 다루는 영상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11세기부터 19세기까지 페어의 오락거리는 탈 것보다는 아크로바틱이나 서커스 같은 볼거리 중심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강령술의 일종인 컨저링이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거리로 소비한 프릭쇼를 즐길 거리라고 제공하기도 했고, 19세기와 20세기에는 백인 이외 인종을 전시한 인간동물원 등,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것을 오락거리랍시고 제공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잘 알아보면 놀이공원의 역사가 언제나 밝고 진보적이었던 것이 아니고, 굉장히 가슴 아픈 역사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의 어두운 역사에 관한 영상도 따로 준비 중입니다.
페어는 유럽의 문화이기는 하지만, 앞서 예를 들었던 옥토버페스트나 원터 원더랜드처럼 페어에 지역색을 더해서 유명한 지역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은, 유럽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입니다. 미국에도 유러피언 카니발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지역 활성화를 꾀했던 사람이 있었고, 이들은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Festival marketplace)라는 미국식 페어를 발전시켰습니다.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에는 롤러코스터를 비롯한 다양한 이동식 놀이기구가 설치되곤 했는데, 때마침 롤러코스터의 태동기와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의 황금기가 맞물려,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는 롤러코스터 소개의 장이 되었고, 이때 소개된 다양한 놀이기구와 롤러코스터가 유럽의 페어로 역수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 미국 대도시 대부분에는 전력을 활용한 노면전차 노선이 갖추어졌습니다. 당시 전기회사는 실제 사용량과 상관없이 단순 월 단위 요금 방식으로 전기료를 징수했기 때문에, 전차회사로서는 한 달 중 쉬는 날 없이 전차를 돌리는 게 이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자나 통학생이 없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무래도 전차를 돌려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전차회사가 주말이나 휴일마다 노선 종점에 놀이기구와 볼거리를 갖춘 공원을 만들어 운영하며 주말 이용객을 유치했습니다. 당시 북미 지역에서는 노면전차를 "트롤리"(trolley)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주말 공원을 지칭해서 '트롤리 파크'(Trolley park)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현재 민영 철도사가 넘쳐나는 일본에서도 철도 노선과 놀이공원을 연계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닷가의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트롤리 파크의 번성 전후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유명한 휴양지나 인구가 많은 대도시 인근의 부두(Pier)나 해안산책로(Promenade)를 따라, 평일에도 운영하는 놀이기구가 들어서거나 작은 유원지가 조성되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리조트 개념이 도입된 '플레저 리조트'(Pleasure resort)라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트롤리 파크와 플레저 리조트는 당시 북미와 유럽의 레저를 책임지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는데, 나중에는 다수의 트롤리 파크가 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레저 리조트로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성수기에만 운영했기 때문에 아직 상설 시설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기존의 해안 길을 나무 데크(deck)를 사용하여 재정비하거나 길을 바다 위로 연장하거나 혹은 선창(船艙/jetty)을 확장해서 그 위에 놀이기구와 상점가를 짓는 것이 크게 유행했고, 뒤이어 보다 규모를 키운 '보드워크(Boardwalk)식 놀이공원'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와 영국의 '블랙풀'(Blackpool)은 이 시기의 유명한 해안가 유원지였는데, 이 두 지역은 놀이공원의 현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쳐 현재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블랙풀의 해안가 피어 근처로 1896년 최초의 상설 놀이공원인 '블랙풀 플레저 비치'(Blackpool Pleasure Beach)가 문을 열었고, 1897년 코니 아일랜드에서 문을 연 '씨 라이언 파크'(Sea Lion Park)는 미국 최초의 상설 놀이공원이 되었으며, '놀이공원'(Amusement park)이라는 개념이 정립된 것도 이쯤으로 추정됩니다.
영단어 "Amusement park"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Amusement park"는 놀이기구를 갖춘 유희 시설물 전체를 일컫습니다. 이 단어를 단순하게 번역한 말이 "놀이(amusement) 공원(park)"입니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 혹은 "동심으로 가득한 장소"라는 뉘앙스를 담은 "놀이동산(童山)"이라는 표현이 독재정권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반면 보다 엄격한 의미의 "Amusement park"는 충분한 라이드 파워를 갖춘 공원만을 의미합니다. '라이드 파워'(Ride power)란 규모도 웅장하고 매우 스릴 있는 놀이기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고스펙 롤러코스터를 갖춘 공원이라고 인증받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엄격한 뜻의 "Amusement park"는 "놀이공원"이라고 번역하기보다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음역해서 "어뮤즈먼트 파크"라고 표기하곤 하고, 한국의 어뮤즈먼트 파크로는 'T 익스프레스'를 지닌 '에버랜드'와 '드라켄'을 지닌 '경주월드'가 있습니다.
파크 산업이 큰 인기를 끌자 새로운 형태의 놀이 공간도 여럿 등장했는데, 그 대표주자인 '스튜디오 파크'(Studio park)는 기존 방송국 및 영화사 등에서 작품 제작을 위해 사용하던 공간을 대중들에게 공개한 시설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추가로 놀이기구를 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가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 파크일 것입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한 파크의 형태가 바로 '테마파크'(Theme park)입니다. 어뮤즈먼트 파크를 포함한 보통의 놀이공원은 플레저 가든과 페어에서 유래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테마파크는 여기에 다른 산업의 중요한 요소가 한 가지 더해졌습니다. 바로, 영화 산업입니다. 테마파크는 영화 산업에도 뿌리를 두고 있고, 다른 장르의 파크와는 성격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어뮤즈먼트 파크의 궁극적 목표는 물리적 쾌감을 통한 스트레스 발산이지만, 테마파크는 지난 Ⅱ부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일상성을 통한 영화적 주제의 전달을 핵심 목표로 삼습니다. "영화적 주제"라는 말이 낯선 분은 앞선 Ⅱ부 영상을 참고 바랍니다.
어뮤즈먼트 파크는 반드시 라이드 파워를 갖추어야만 하지만, 테마파크는 웅장한 놀이기구가 없어도 소재가 분명하고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며 주제가 확실하다면 우수한 테마파크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방데에 처음 등장하여 최근에는 에스파냐(스페인) 똘레도에 두 번째 파크를 오픈한 '쀠뒤푸'(Puy Du Fou)입니다. 쀠뒤푸에는 롤러코스터는 물론이고 탈 것이 하나도 없지만, 유럽의 우수 테마파크 사례에 항상 언급되는 공원입니다. 물론 요즘 사람들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물리적 쾌감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테마파크에도 어뮤즈먼트 파크의 요소가 도입되고, 어뮤즈먼트 파크도 테마파크의 요소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 그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나아가 그 경계가 흐려지는 중이기는 합니다. 융·복합의 시대이니까요.
지금까지 등장한 놀이공원 유형은 역사적으로 등장한 순서를 나열한 것이지, 이 순서가 결코 우열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테마파크가 가장 최근에 등장한 유형일 뿐이고, 테마파크에는 다른 유형의 공원에는 없는 매력이 있지만, 보드워크식 놀이공원에도 테마파크는 담아낼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든 놀이공원이 테마파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고, 테마파크는 좋은 것이고 테마파크가 아닌 놀이공원은 나쁜 것도 아닙니다. 연극 등의 공연 예술 산업이 영화 산업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전자와 후자는 다른 재미와 가치를 주는 존재이지 어느 한쪽이 우등하거나 열등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영화 산업 이후에 테마파크 산업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영화 산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테마파크가 나중에 등장한 만큼 당연히 다른 놀이공원보다 더 고차원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놀이공원이 퇴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월트 디즈니가 테마파크라는 것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조부모, 부모, 아이들이라는 3세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디즈니랜드 파크에서 부모와 조부모는 아이들에게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아이들은 다시 그들의 자식과 함께 디즈니랜드 파크를 찾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릴 적 김밥 싸 들고 부모님 혹은 다른 보호자분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방문해 재밌는 놀이기구를 타고 화려한 쇼를 넋을 놓고 보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친구와 함께 방문하여 어릴 적과는 다른 각도에서 놀이공원을 둘러보기도 하고, 어릴 적 부모님이 나에게 하셨던 것처럼 이제는 본인이 부모님의 인증샷을 찍기도 하며, 어떤 이는 이미 자신의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즐기고 있습니다. 테마파크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형식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테마파크라는 도구를 통해 월트 디즈니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한국에는 디즈니랜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없지만, 한국 고유의 놀이공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Ⅳ부에서는 테마파크가 등장한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의 제법 많은 놀이공원에서 자신이 최초의 테마파크라고 주장하며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테마파크가 자신이 원조 테마파크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다음 Ⅴ부에서는 놀이공원의 역사 속의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고는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는 어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Ⅴ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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