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30. 00:05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15] [비평]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Ⅱ 〔6/3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Kb-4ziRewyc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첫 비평 연작,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의 되다!"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앞선 Ⅰ부에서는 다이빙 코스터가 처음 등장한 직후 암흑기에 빠지고, 덩치 싸움에 참전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암흑기를 끝내지 못했던 안타까운 과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Ⅱ부에서는 다이빙 코스터가 암흑기를 끝내고 롤러코스터 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탑승 유지!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시작합니다, It's Coastertime!
소생의 조짐이 보인 것은 2011년 4월, 독일 니더작슨주 소재 '하이드 파르크'(Heide Park)의 '트란실바니아'(Transsilvanien) 구역에 '크라크'(Krake)가 설치되면서였습니다. 크라크의 전장은 약 476미터, 탑승 시간은 약 2분, 최고 높이 약 41미터, 최대 시속은 약 103킬로미터로, 스펙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었고, 다이브 드롭의 낙하각 역시 약 87도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시크라와 그리폰 세대와는 정반대로, 'B&M' 사가 다이빙 코스터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 것이다. 덩치 싸움에서는 물러난 B&M 사가 꺼내 든 새로운 승부수는 바로 '테밍'(Theming), 다시 말해서 놀이시설의 테마를 구체화하여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리적인 수치 대신, 명확한 컨셉과 고유의 스토리를 더하여 개성을 살리겠다는 작전입니다. 크라크는 트란실바니아의 항구를 공격하는 전설 속의 괴물 크라켄을 소재로 삼아, 설정과 스토리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션은 괴물에게 공격을 받아 무너진 요새의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다이빙 구간에 터널이 다시 등장했는데, 터널은 크라켄에 의해 파괴된 범선, 터널의 입구는 무시무시한 크라켄의 아가리의 모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테이션을 제외하면 크라크의 트랙은 모두 물 위에 설치되어 컨셉을 보강해 줍니다. 트랙과 지지대 건설에 드는 비용을 삭감하고, 대신 줄어든 만큼의 비용을 테밍에 사용하여 롤러코스터의 개성을 살렸습니다. 또한, 그저 물리적 자극을 위해 다이빙 구간을 설치했던 이전과 달리, 크라크는 다이빙 구간에 특히나 테밍을 집중시켰는데, 즉 왜 수직 낙하를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컨셉을 통해 설명하여 설득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크라크의 제작비는 약 1,200만 유로 약 204억 원으로, 액수만 보면 그리폰의 약 187억 원보다는 큰 금액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다음 여덟 번째 다이빙 코스터가 등장하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새로운 다이빙 코스터는 기나긴 공백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트랙 길이 약 566미터, 탑승 시간 약 2분, 최고 높이 약 42.5미터, 최대 시속 약 100킬로미터, 낙하각 약 87도로, 비교적 낮은 스펙을 지닌 크라크의 특성을 이어갔습니다. 이 여덟 번째 다이빙 코스터의 이름은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Oblivion The Black Hole)로, 2015년 3월 이탈리아 '가르다란드 파크'(Gardaland Park)의 '에어리어 오블리비언'(Area Oblivion) 구역에 설치되었습니다. 설치 구역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르다란드는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을 설치하기 위해 에어리어 오블리비언이라는 테마 구역 하나를 통째로 신설했는데, 다이빙 코스터를 위해 새로운 테마 구역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테밍 자체도 한층 짙어졌습니다. 새로운 에어리어 오블리비언 구역에는 블랙홀이 생기는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했고, 연구 결과 이는 웜홀과 연결되어 우주를 가로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스토리가 입혀졌습니다.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의 큐라인은 총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우주 비행사 트레이닝 센터와 로켓 발사대 등 다양한 컨셉으로 꾸며져 있고, 각각의 큐라인에서는 영상과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오블리비언의 세계관을 명확하고 입체적으로 대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첫 번째 다이빙 구간 끝부분에 위치한 지하 터널은 블랙홀로 묘사되었는데, 블랙홀 주변의 자동차, 급수탑, 풍향계 등 다양한 지물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형태로 제작되었고, 두 번째 다이빙 구간은 해치(hatch) 모양으로 만들어져 몰입감을 배가하였습니다. 지하 터널의 길이는 최초의 다이빙 코스터였던 오블리비언 이후로 가장 길었고, 블랙홀이라는 컨셉에 어울리게 굉장히 어두웠습니다. 다이브 드롭의 물리적 스펙은 줄어들었지만, 개성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입니다. 이전의 다이빙 코스터에는 없었던 '270도 헬릭스'(Helix)와 '하트라인 롤'(Heartline roll)이라는 특수 트랙을 도입하여 길이감과 재미를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테밍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영상이 제작된 만큼 제작비는 크라크에 비해 크게 늘어 약 2,000만 유로, 한화로 약 340억 원이 투자되었습니다. 하지만 큐라인에 사용된 동영상이나 소품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결코 큰 예산은 아닙니다.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의 등장 이후 가르다란드 파크의 연간 입장객 수는 3퍼센트 이상 상승하였고, 다른 파크 산업체 역시 이 결과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다이빙 코스터는 테밍을 하기 좋고 컨셉과 스토리가 확실한 롤러코스터 장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러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년이 넘는 다이빙 코스터의 역사 중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크와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이 다이빙 코스터의 봄바람과 같은 존재였다면, 그다음 기종은 다이빙 코스터에게 아주 화끈한 여름을 선물했습니다. 같은 해 7월, 아홉 번째 다이빙 코스터 '바론 1898'(Baron 1898)이 네덜란드 카츠휘벨에 위치한 '에프텔링 파르크'(Efteling Park)의 '어드벤처 렐름'(Ruigrijk) 구역에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트랙의 길이는 약 501미터, 최고 높이와 최대 낙차는 각각 약 30미터와 약 37.5미터, 최대 시속 약 90킬로미터, 낙하각은 약 87도로, 역대 최저 스펙을 기록하였지만, 탑승 시간은 약 2분 10초로 오히려 늘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줄어든 물리적 스펙에도 바론 1898은 다이빙 코스터의 명성을 확실하게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다이빙 코스터로 불리며 회자되곤 합니다. 오싹한 비밀이 숨겨진 지하 금광을 테마로 하는 바론 1898은 월트 디즈니 계열 테마 파크의 명작 다크 라이드인 '타워 오브 테러' 시리즈가 연상될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어트랙션입니다. 에프텔링은 동화, 신화, 전설, 현대의 그림책과 만화 등 유럽의 다양한 이야기 자산을 다루는 테마파크로, 바론 1898도 유럽의 다양한 옛이야기 속 요소를 차용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구스타프 호드무트"라는 남작(男爵; Baron)이 있습니다. 호드무트(Hoodmoed)는 네덜란드어로 휴브리스(Hubris)라는 문학 용어를 지칭하는데, 휴브리스란 자기 자신을 우상화하여 오만함과 독단적인 태도에 빠지는 우를 범하는 것을 의미하며, 문학 비평에서 비극적 인물의 성격적 결함 내지는 과오를 가리키는 하마르티아(Hamartia)의 한 종류입니다. 1898년의 어느 날 남작은 황금이 가득한 금광을 발견하는데, 금에 손을 대면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는 비테 비벤의 경고를 듣게 됩니다. 비테 비벤(Witte Wieven)은 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다양한 국가의 옛이야기 속에서 마녀와 여신 등 여러 신비로운 형태로 등장하며, 바론 1898에서는 소름 끼치는 유령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남작은 휴브리스라는 이름값을 하듯이 비테 비벤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인부를 고용하여 금광을 개발하나, 인부들이 비테 비벤을 보고 달아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였다는 것이 기본 스토리입니다. 에프텔링은 바론 1898의 오픈에 맞추어 기본적인 스토리를 담은 약 13분 길이의 단편 영화를 공개하였습니다. 전체 영상은 영상 상단의 카드를 참고 바랍니다.
단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큐라인에서 스토리를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탑승 대기자는 남작이 새롭게 고용한 인부라는 컨셉으로 1차 큐라인을 지나 금광 안으로 들어갑니다. 2차 큐라인은 굉장히 어질러져 지저분하고 음침하기까지 한 인부들의 휴게 공간으로, 이곳에서 대기자는 금광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비테 비벤과 처음으로 마주합니다. 비테 비벤의 경고를 무시하고 3차 큐라인에 해당하는 남작의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면 남작의 애니메트로닉스와 만나게 됩니다. 마지막 4차 큐라인을 지나면 드디어 광산 열차의 스테이션이 나옵니다. 탑승자가 광산 열차에 올라타 안전장치 확인을 마친 직후 스테이션은 비테 비벤의 습격을 받고, 광산 관리자는 황급히 열차를 밖으로 탈출시킵니다. 하지만 비테 비벤의 방해로 인해 열차는 거대한 권양로(捲揚櫓; hend frame) 위로 끌려 올라가게 됩니다. 권양로의 꼭대기에 도달한 열차는 머지않아 수직 갱도 안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유골이 가득한 갱도에서 간신히 탈출하여 지상으로 올라온 열차는 공중에서 나뒹굴다가 가까스로 탑승장에 무사히 착지합니다. 배경, 소품, 영상, 음향, 로봇 모두 섬세하(게 제작되어) 극한의 핍진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녹음한 배경 음악은 대기줄에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기성의 다이빙 코스터의 정상부가 약 90도의 커브길로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바론 1898은 리프트힐과 다이빙 구간을 권양로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 커브 길 없이 바로 다이브 드롭으로 연결했다는 점도 B&M 사와 에프텔링이 테밍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말해 줍니다. 바론 1898은 스펙은 최소화하는 대신 스토리에 최선을 다했고, 가장 짧지만 가장 개성 있는 다이빙 코스터가 되었습니다. 바론 1898의 대성공 덕분에 다이빙 코스터는 테마 파크 어트랙션만큼이나 수준 높은 테밍이 가능한 어뮤즈먼트 라이드라는 새로운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바론 1898의 총 제작비는 약 1,800만 유로로, 이는 약 306억 원에 해당합니다.
앞선 5년 동안 다이빙 코스터가 스펙을 낮추고 테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긴 했지만, 물리적 스펙이 어마무시한 다이빙 코스터를 원하는 어뮤즈먼트 파크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는 수요가 일정해지고 제품군 내의 옵션이 다양해졌음을 의미하고, 바론 1898 이후 다이빙 코스터는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불 수 있습니다. 2016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시더 포인트'(Cedar Point)의 '메인 미드웨이'(Main Midway) 구역에서는 '밸라븐'(Valravn)이라는 새로운 롤러코스터가 공개되었습니다. 밸라븐은 트랙 길이가 약 1,040.9미터, 탑승 시간 약 2분 23초, 최고 높이와 최대 낙차가 각각 약 68미터와 약 65.2미터, 최대 시속은 약 120.7킬로미터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였으며, 다이브 드롭의 경사각도 직각인 90도로 회귀하였습니다. 두 번째 다이빙 구간이 부활하였고, 터널은 생략되면서 웅장한 체격을 자랑스럽게 뽐냈으며, 첫 다이빙 구간 뒤로는 '임멜만'이, 두 번째 구간 뒤로는 '다이브 루프'(Dive loop)와 '제로G 롤'(Zero-G roll)이 이어졌습니다. 반면에 테밍과 스토리는 최소화되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갔던 비용과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밸라븐의 총 제작비는 약 2,000만 미국 달러로, 약 240억 원에 해당하는데, 크라크의 약 204억 원과 비교하면 테밍에 돈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규모를 키우느라 약 40억 원이 더 소요된 것입니다. 테마파크 어트랙션 수준의 테밍을 자랑했던 오블리비언 더 블랙홀과 바론 1898의 총예산은 각각 약 340억 원과 약 306억 원인데, 테마 파크형 어트랙션 하나에 150~200억 원단위로 예산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밸라븐의 예산 차이가 대략 50~100억 원밖에 되지 않기에, 앞선 다이빙 코스터가 스펙을 줄임으로서 예산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하튼, "밸라븐"이라는 명칭은 댄마크어로 된 괴생명체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에 "밸라븐"(/vælrɑvn/)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미국인을 비롯해서 많은 영어권 사람들은 이 롤러코스터를 "발레이븐"(/vɑlreɪv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18년에는 전 세계에 무려 세 개의 다이빙 코스터가 신설됩니다. 2월에는 중화권의 쓰촨성 청두시 소재 '청두 해피 밸리'(成都欢乐谷/Chengdu Happy Valley)의 '실크로드 오디세이'(丝路传奇/Silk Road Odyssey) 구역에서 '플라잉 압사라'(西域飞天/Flying Apsaras in Western Region)라는 이름의 다이빙 코스터가 설치되었습니다. 플라잉 압사라는 스펙 계열에 해당하면서도, 테밍을 위해 나름 돈을 들였습니다. 압사라는 힌두교에서 비롯되어 동남 및 남부 아시아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물의 요정이자 천녀(天女)로, 이 롤러코스터에는 "서역길"과 "물" 그리고 "하늘"을 키워드로 컨셉을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플라잉 압사라가 문을 연 2018년에 중국의 '찐마 라이드'(中山金马/Jinma Rides) 사가 다이빙 코스터를 그대로 카피한 '버티컬 롤러코스터'(垂直过山车/Vertical Roller Coaster)를 공개하며 중국 시장을 빼앗아 갔습니다. 해리 밸리와 참롱 패러다이스 정도 되는 파크니까 정직하게 B&M 사와 거래를 했지, 앞으로 중국에서 B&M 사의 다이빙 코스터를 구매할 파크가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5월에는 한국 경주시 '경주월드 어뮤즈먼트'에서 '드라켄'이 오픈하였습니다. 드라켄 자체만 놓고 보면 전작인 '파에톤'과 비교했을 때 테밍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경주월드가 드라켄을 유치하며 '드라켄 밸리'라는 아예 새로운 테마 구역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점, 드라켄 밸리 구역 전체를 놓고 보면 테밍이 상당히 훌륭하며, 드라켄의 파사드, M&D 시설의 외관, 구역의 입구는 가히 역작이라고 할만하다는 점, 그리고 드라켄 역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거대한 드래곤을 피해 절대 반지를 지켜 내기 위한 여정이라는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다이빙 구간을 펜리르 산을 향하여 돌진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다이빙 구간의 개성과 당위성을 살려낸 점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경주월드가 취한 전략이 정말 재밌는데, 한국의 놀이공원은 라이드 파워가 정말 약하다는 점을 잘 포착하여 공략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놀이공원이 테밍도 약하다는 점도 노렸습니다. 드라켄은 기존 그리폰 모델의 트랙 레이아웃을 거의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드라켄의 총 제작비는 약 180억 원으로, 밸라븐에 든 예산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드라켄은 규모가 큰 다이빙 코스터이지만, 커스텀 디자인된 밸라븐과 달리, 이미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마친 기성작 그리폰을 구입하는 것으로 롤러코스터의 제작에 드는 비용을 줄여, 드라켄 밸리 구역 전체를 꾸미는데 보다 많은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월드는 드라켄 옆으로 '발키리'라는 새로운 롤러코스터를 설치하여 드라켄 밸리 구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발키리는 한국의 (현존하는) 세 번째 셔틀 코스터가 될 예정입니다. 정말 앞으로의 장래가 너무나도 기대되는 파크입니다.
드라켄의 뒤를 이어서 오는(2021년) 10월 경주월드에 새롭게 들어올 롤러코스터의 이름은 발키리입니다. 그리고 2018년 8월에 드라켄의 뒤를 이어서 제작된 다이빙 코스터의 이름도 '발키리아'(Valkyria)입니다. 발키리아는 스웨덴 예테보리의 '리세베리'(Liseberg)라는 공원에 설치되었습니다. 발키리아의 스펙을 보면 이 시기에 다이빙 코스터가 성숙기에 들었음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트랙의 길이는 약 750미터, 탑승 시간은 약 2분 10초, 최고 높이와 최대 낙차는 각각 약 47미터와 약 50미터, 최대 시속은 약 105킬로미터로, 물리적 스펙에 집중한 다이빙 코스터와 테밍에 공을 들인 다이빙 코스터의 딱 중간치입니다. 발키리아에는 중간 규모의 다이빙 구간이 한 번 등장하고, 그 뒤로는 임멜만과 제로G 롤과 하트라인 롤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선보였습니다. 발키리아에는 드라켄과 비슷한 전략이 적용되었는데, 리세베리는 발키리아를 들이며 '신화와 전설'(Myths & Legends) 구역이라는 테마 구역을 신설했습니다. 발키리아는 북유럽 신화에서 인간계의 훌륭한 전사를 천상계로 인도하여 오딘 수하의 전사로서의 임무를 부여하는 존재의 명칭입니다. 롤러코스터의 스테이션 건물에는 북유럽의 전통 건축 양식이 대거 차용되었고, 건물 내부 플랫폼은 에이징(aging) 처리로 오래된 티를 낸 방패로 가득 장식해 두었습니다. 신화와 전설 구역 건설에 든 총 제작비는 약 2,500만 크로나로, 한화 약 425억 원에 해당하고, 발키리아의 단독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25억 원이라는 총 제작비에는 발키리아 외에도, 새로운 팬듈럼 플랫 라이드인 로키의 제작비와, 기존의 목재 롤러코스터 발데르의 재(再)테밍 비용, 신화와 전설 구역의 M&D 관련 비용과 기타 편의 시설 설치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드라켄 밸리는 테마 구역을 새롭게 만든 것이지만 신화와 전설 구역은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새로운 테마 구역을 들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발키리아에 들어간 예산도 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다이빙 코스터는 드라켄과 발키리아에 이르러 스펙과 테밍 어느 하나에 몰빵을 하기보다는 둘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습니다. 2019년, B&M 사는 다이빙 코스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에 이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장르화된 롤러코스터의 탈 장르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무슨 말일까요?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Ⅲ부에서 이어집니다. Ⅲ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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