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비평] T 익스프레스는 어트랙션이 아니다?!

2021. 7. 10. 21:01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17][비평] T 익스프레스는 어트랙션이 아니다?! 〔7/10〕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XZ6oznysqyI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 영상의 주제는 "T 익스프레스는 어트랙션이 아니다?!"로, 롤러코스터와 테마파크라는 두 가지 소재 모두와 관련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 익스프레스는 당연히 어트랙션 아니야? 어트랙션이 아니면 뭔데? 궁금하시다면 탑승 유지! 열차 출발합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어트랙션"은 오늘날 테마파크나 다른 놀이공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지요. 요즘은 그렇지만, 저의 라떼 시절만 해도 어트랙션은 굉장히 생소한 표현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전도 딱히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초등학생 시절, 서양 테마파크의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지며 도대체, "A T T R A C T I O N"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고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그 버튼을 클릭하면 다양한 놀이기구의 사진이 나오니, 어트랙션이란 놀이기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대충 추측하고 넘겼습니다. 이랬던 라떼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놀이공원 홈페이지에서 어트랙션이라는 네 글자는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놀이기구라는 표현 대신 당연하게 어트랙션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입에 너무 자주 오르는 어트랙션,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을까요?

 

잠시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해 봅시다. 영국 테마파크계의 양대 산맥 중 한곳으로 꼽히는 '알턴 타워'(Alton Towers) 파크에서는 체험거리를 "라이드"(Ride)"어트랙션"(Attraction)으로 분류합니다. 라이드도 타고 노는 것이니까 놀이기구라는 뜻일 것이고, 어트랙션도 놀이기구인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잘나가는 테마파크에서 영단어를 잘못 사용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권위 있는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애초에 어트랙션에는 놀이기구라는 뜻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어트랙션을 놀이기구와 동의어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다시 저의 라떼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인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라떼는 모의고사 외국어 영역, 지금의 영어 영역 지문에 어트랙션이라는 단어가 정말 자주 등장했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요즘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The real attraction for the 5 million visitors who flooded to Berlin during the coming two weeks was the fact that none of them could actually spot even a square inch of the building.) 2009년 5월 49번 중 "Imagine putting your daily attention on all you have, to inspire you to move forward. I’m talking about the Law of Attraction in action!" 2016년 11월 26번의 "You can get on and off at any of the 20 stops to explore tourist attractions in Carmel." 같은 시험 31번의 "When the object of desire is finally gained, the attraction for the object rapidly decreases." 이듬해 11월 22번의 "Studies from cities all over the world show the importance of life and activity as an urban attraction." 같은 해 10월 37번의 "Any amount of mass will cause the attraction, but the more mass the stronger the force." 그리고 2018년 3월 32번의 "Sometimes, the wall's attraction is simply appealing to the senses, a wall decoration that catches the eye or a sound that catches the ear." "끌림", "인력", "매력", "관광명소" 등, 시험이 끝나고 해설지를 보면 나올 때마다 해석이 달라서 애를 먹었던 단어 중 한 가지입니다.

 

어트랙션이라는 단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어트랙션은 동사 "어트랙트"(attract)에 명사형 어미가 붙어 파생된 명사입니다. 동사 어트랙트는 "(마음이나 반응 및 관심을) 끌다"라는 의미나 "(어느 방향이나 장소 혹은 인력에 의해) 끌다"라는 의미의 방향성 동사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나온 형용사 "어트랙티브"(attractive)는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속성이 있는 것을 뜻해서, 멋지거나 매력이 있다는 뜻을 지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멋있고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끌리는 법이잖아요. 어트랙션은 이 단어들의 명사 형태이기 때문에 매력, 끌림, 인력 등의 뜻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트랙션은 "관광객을 특정 장소로 끌어들인다"라는 뜻에서 "명소""명물" 등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때 어트랙션은 사실 명물이나 명소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어트랙션은 할리우드 싸인이나 고대 피라미드 같은 거대 랜드마크일 수도 있고, 홍대의 작지만 핫한 카페일 수도 있으며, 또한 카페 그 자체뿐 아니라 카페 내에서 판매 중인 인기 메뉴, 혹은 카페 안팎의 디자인, 이곳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이벤트 등,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라면 뭐든 어트랙션이 될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뮤즈먼트파크 및 유원지의 신기하고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주목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놀이기구가 어트랙션 역할을 했을 것이고, 마치 어트랙션과 놀이기구가 동의어인 것처럼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든 오늘날,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산업과 시설이 고도로 발달된 시대가 되었음에도 어트랙션을 놀이기구에 한정시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다른 어뮤즈먼트파크나 유원지 등도 테마파크적 요소를 굉장히 많이 차용하고 있는 요즘, 이들 놀이동산에 방문하면 놀이기구 말고도 시선을 강탈하는 매력적인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등 해외 유수 테마파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어트랙션 탭을 클릭한 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공연, 장식물, 포토스팟 등, 매력적이라면 무엇이든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산업체에서 어트랙션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개념어로 사용할 때는 어트랙션을 일반명사로 사용할 때보다는 지시하는 대상의 범위를 좁힐 수도 있니다. 한국의 놀이공원에서는 어트랙션을 놀이기구를 지칭하는 개념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무엇을 어트랙션이라고 부를지는 어디까지나 해당 산업체의 판단에 의한 것이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어트랙션을 놀이기구라고 생각해 왔다고 이 세상의 모든 놀이공원에서 어트랙션을 놀이기구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보통 먹고 마실 거리나 리테일 시설 즉 M&D 부분은 어트랙션이 아닌 별개의 항목으로 분류하곤 합니다.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는 M&D 시설을 제외한 모든 즐길 거리를 어트랙션이라고 부르고, 어트랙션을 다시 "라이드 어트랙션"과 "쇼 어트랙션"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도쿄 디즈니 리조트에서는 쇼와 퍼레이드는 어트랙션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또한, 극장형 쇼와 스트리트 퍼포먼스를 모두 쇼 어트랙션이라고 부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달리, 도쿄 디즈니 랜드에서는 극장형 쇼만 쇼라고 부르고 스트리트 퍼포먼스는 애트머스피어라고 칭합니다. 일본 이외 지역의 유니버설 계열 공원과 디즈니 계열 공원에서는 즐길 거리를 "라이드"와 "어트랙션"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해 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쿄돔시티 어트랙션즈나 홍콩의 홍콩 오션파크에서는 놀이기구 외에도 박물관이나 스포츠 시설 등, 정말 거의 모든 요소를 어트랙션이라고 칭합니다.

 

미국 어뮤즈먼트파크의 양대 산맥인 '시더 페어'(Cedar Fair) 사의 계열 공원과 '식스 플래그'(Six Flags) 사의 계열 공원에서는 "라이드"와 "익스피리언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계열 공원을 제외하면, 미국에서는 어트랙션이라는 표현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더 페어 사와 식스 플래그 사가 즐길 거리를 라이드와 익스피리언스로 나눈 것도 최근의 일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냥 "즐길 거리"(Things to do)라는 표현 하나로 퉁치곤 했습니다. 유럽은 놀이공원마다 어트랙션의 의미가 모두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모회사의 계열 공원임에도, 동일한 지역 소재의 공원임에도, 어트랙션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싱가포르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를 비롯하여, S.E.A. 아쿠아리움,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 돌핀 아일랜드 등 다양한 공원과 체험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서는 하나하나의 공원을 통째로 어트랙션이라고 부르고, 각각의 공원 안에 있는 즐길 거리에는 라이드, 쇼, 스트리트 엔터테인먼트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 가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통째로 하나의 어트랙션인 것이고, 공원 안의 다양한 롤러코스터는 라이드에 해당합니다.

 

그냥 놀이기구의 세련된 표현쯤으로 알고 있었던 어트랙션이라는 말은 실제로 놀이기구보다 훨씬 넓은 뜻으로 사용되는 표현이었습니다. 또한 어떤 공원에서는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놀이기구를 제외한 다른 즐길 거리를 뜻하기도 하고, 내부의 시설물에 대해 어트랙션이라는 칭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공원 상당합니다. 어느 파크가 어떤 시설물에 어떤 명칭을 붙이느냐. 이를 통해 해당 파크가 어느 시설물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어트랙션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굉장히 획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트랙션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잘못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순우리말이든 한자어이든 외래어이든 뭐든, 모든 표현은 현대 한국이라는 시간과 장소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계속 의미가 변화합니다. 어트랙션도 각 지역과 공원의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원래 서양에서 사용되는 의미대로만 쓰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만약, 어트랙션이라는 단어를 그저 놀이기구의 멋지고 세련된 버전 정도로만 생각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놀이공원을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장소 정도로만 취급하는 일로, 한국의 장치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트랙션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어트랙션은 곧 놀이기구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다면 외국의 놀이공원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아티클은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도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의 다양한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도 놀이기구에만 신경을 쓰는 나머지 공원의 디테일이 주는 깨알 같은 재미를 모두 놓치는 안타까운 일을 범할 수도 있습니다.

 

비일상성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공간에서 어휘 선택은 양날의 검입니다. 환상의 세계의 완성도를 더할 수도 있고, 세계관에 균열을 낼 수도 있습니다. 놀이기구가 주는 물리적 쾌감은 분명 아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한 번 놀러 가면 하루 종일, 반나절 최소한 몇 시간은 공원 안에서 보내는데 단지 탑승시간 몇 분에 지나지 않는 놀이기구만을 놀이공원의 매력 요소, 명물이라고 말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놀이공원에서 보내는 나머지 시간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운영사 입장에서는 비싼 돈 투자하여 운영하는 시설인데 방문객에게 충분히 좋은 인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어트랙션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영상부터는 "테마파크의 정의"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Ⅰ부의 주제는 "'테마파크'는 '주제공원'이 아니다?!"입니다. 이번 영상에서 "어트랙션"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 고찰해 봤다면, 다음 영상에서는 "테마파크"라는 단어에 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저는 혀기였고, 이후의 시간도 롤코라떼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음 영상에서 우리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