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비평]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Ⅰ

2021. 6. 25. 09:00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14] [비평]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Ⅰ 〔6/25〕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g7s3JlmNH0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지난 "Who's Runnin the Show!" 시리즈에서는 플라잉 코스터, 윙 코스터, 하이브리드 코스터의 개별적인 발달사와 흥미로운 특징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영상부터는 새로운 롤러코스터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연작의 제목은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입니다. 처음 인트로 영상에서 롤코라떼 채널에는 개념 영상과 비평 영상이 올라올 것이라고 소개했고, 지금까지 쭉 개념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번 영상이 첫 비평 영상이 될 텐데요. 지금까지의 영상이 객관적인 정보 중심이었다면 이번 연작에는 저의 주관적인 견해와 해석이 보다 많이 들어 있습니다. 각설하고, "다이빙 코스터, 한계가 예술이 되다!" Ⅰ부 열차 출발합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얼핏 보면, 기술이 일방적으로 예술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발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기술과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음악입니다. 오늘날 대중음악 한 곡의 길이가 3~4분 대인 것은, 과거 레코드판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에 레코드판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그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싱글"과 "앨범"은 물론이고, 수록곡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인 "B-Track"과 "EP" 등의 표현도, 레코드판 세대에 탄생한 표현이, 카세트테이프와 CD 세대를 거쳐 디지털 음원 세대에 접어든 오늘날까지 여전히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술과 기술이 상호작용을 하며, 기술의 한계가 예술의 형식을 규정하기도 하는데, 이때 말하는 기술에는 단순히 기술력의 범위뿐 아니라 효용성 역시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시장에서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보급되지 못하면 사장되기 십상이기에, 효용성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일한 이야기를 롤러코스터의 발전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계 기업인 '볼리거 & 마비야르'(Bolliger & Mabillard), 줄여서 'B&M' 사는, 강력한 비주얼 쇼크를 제공하면서도 특유의 안정감을 놓치지 않는 롤러코스터로 유명합니다. 여러 롤러코스터 중에서도 B&M 사의 역작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다이빙 코스터'(Dive Coaster)일 것입니다. 다이빙 코스터는 탑승물을 높고 가파른 체인 리프트힐 위로 빠른 속도로 올려놓은 후, 평평하고 제법 긴 리프트힐의 정상을 천천히 지나, 수직 혹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탑승물을 낙하시키는, 이른바 다이브 드롭을 포함하는 롤러코스터를 가리킵니다. 낙하 직전 탑승물을 아찔한 각도에 몇 초간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다는 것도 다이빙 코스터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제법 신선한 물리적 스릴을 선사하는 다이빙 코스터는 B&M 사의 야심작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안타깝게도 매상이 지명도를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B&M 사가 다이빙 코스터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1998년 이후로 이십여 년이나 지났지만, 2021년 현재까지 건설된 것은 열다섯 개에 그칩니다. 지금이야 롤러코스터의 새로운 한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이빙 코스터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다이빙 코스터는 인상적이기만 한 기종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이기는 하나 딱 거기까지, 즉 기술의 효용성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최초의 다이빙 코스터는 1998년 3월 영국 잉글랜드의 '알턴 타워'(Alton Towers) 파크'엑스 섹터'(X-Sector) 구역에서 문을 연 '오블리비언'(Oblivion)이었습니다. 오블리비언에 투자된 돈은 약 1,200만 파운드로 한화로는 약 180억 원에 해당합니다. 오블리비언의 스펙은 트랙 길이 약 372.5미터, 최고 높이 약 19.8미터, 최대 시속 약 109.4킬로미터, G포스는 약 4.5Gs, 최대 낙하각 약 87.5도로, 21세기의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빙 코스터에 비하면 살짝 귀여웠습니다. 탑승물도 총 16인승의 1열 2량 열차가 편성되었으니 요즘의 다이빙 코스터 보다 조금 아담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최고 높이는 고작 19.8미터 정도였지만, 트랙이 지하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최대 낙차가 약 54.9미터에 달했습니다. 어둠으로 향하는 위험한 놀이기구를 지향점으로 삼은 오블리비언은 큐라인에서 알턴 타워 파크의 롤러코스터를 대표하는 두 캐릭터가 등장하여 과연 오블리비언이 안전한 놀이기구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초의 다이빙 코스터는 스릴로 대변되는 물리적인 자극 자체보다도 불안감 등 정서적인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블리비언은 50미터가 넘는 전체 다이빙 구간의 반 이상을 어두운 지하 터널로 감추고, 지하 터널의 입구는 다시 미스트로 가렸습니다. 지하 터널의 입구 주변으로는 뷰 포인트를 마련해 두어 탑승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긴장하게끔 하였는데, 이는 다이빙 코스터의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였다는 것입니다. 오블리비언의 탑승 시간은 약 1분 15초로, 리프트힐을 타고 올라가고 다이빙 구간의 시작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시간과 주행을 마친 후 브레이크가 걸리고 스테이션으로 복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빠르게 내달리는 시간은 15초 남짓입니다. 오로지, 그리고 오롯이 다이빙 구간과 지하 터널을 위해 설계된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이것이 다이빙 코스터의 전부였고 정체성이며, 패착이었습니다. 다이빙 구간을 다른 요소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변주를 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파크에서도 다이빙 코스터를 유치한다고 한들 오블리비언만큼 주목받지는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두 번째 다이빙 코스터가 만들어지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 번째 다이빙 코스터는 2000년 3월 대만 윈린현 '젠후산 팬시월드'(劍湖山世界主題樂園/Janfusun Fancyworld)'스카이 플라자'(摩天樂園/Sky Plaza) 구역에 설치된 '하늘을 나는 잠수함 G5'(飛天潛艇 G5/DIVING MACHINE G5)였습니다. 하늘을 나는 잠수함 G5는 절벽의 비탈을 따라 설치된 최초이자 현존하는 유일한 터레인 다이빙 코스터입니다. 다이빙 구간은 절벽 면을 따라 낙하하는 듯이 연출되었고, 지하 터널은 다이빙 구간의 끝부분에 아주 잠깐 등장합니다. 지하 터널의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리프트힐의 정상에서 지하 터널의 입구까지의 낙하 거리와 지면과 레일 사이의 높이차는 상당히 증가하였습니다. 오블리비언이 한 치 앞도 모를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하늘을 나는 잠수함은 보다 구체적인 시각적 스릴감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형을 활용했다는 점을 제외하고, 트랙의 레이아웃이나 물리적인 구성은 오블리비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오블리비언에서 보다 발전한 형태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세 번째 다이빙 코스터가 탄생하는 데는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 번째 다이빙 코스터는 2005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부시 가든 탬파'(Busch Gardens Tampa)'스탠리빌'(Stanleyville) 구역에 설치된 '시크라'(SheiKra)였습니다. 참고로, 이 롤러코스터의 "SheiKra"라는 철자를 보고, "세이크라" 내지는 "셰이크라"라고 하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옳은 표현은 "시크라"(/ʃɪkɹə/)입니다. 모티프가 된 시크라(Shikra)는 수릿과 조류로, 먹잇감을 향해 높은 곳에서 낙하하듯 날아드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다이빙 코스터에 대한 당시 파크 산업체들의 긍정적이지는 않은 시선을 상징합니다. 공백기를 깨고 등장한 시크라는 5년 전의 다이빙 코스터와는 그 면모가 완전히 달랐다. 다이빙 구간의 경사각이 90도로 완전한 수직 낙하로 변하였고, 횟수가 둘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지하 터널은 비교적 낮고 낙차가 적은 두 번째 낙하 구간에만 사용되어, 첫 번째 구간은 완전히 지상으로 드러났고 트랙을 가리는 구조물도 전혀 없었습니다. 즉, 높이가 무려 약 61미터에 달하는 첫 번째 다이빙 구간의 기다란 낙하 구간이 통째로 노출된 것입니다. 첫 다이빙 구간 직후에는 '임멜만'(Immelmann)이라고 부르는 상하역전(inversion)형 특수 트랙을 도입하기도 했고, 탑승물의 밑면에 용골(龍骨; keel)을 설치한 후 탑승물이 스테이션으로 복귀하기 직전 물 위를 스쳐 지나가도록 하여 물보라가 일어나도록 한 스플래시 이펙트 구간을 두는 등, 스펙터클한 요소를 여럿 추가했습니다. 트랙 길이는 약 971.7미터, 탑승 시간은 약 2분 20초, 최대 시속은 약 112.7킬로미터로,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고 스펙 롤러코스터가 되었고, 탑승물도 총 24인승의 1열 3량 열차를 편성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최고 높이가 약 61미터까지 올라가면서 하이퍼 코스터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공포 심리를 다루던 오블리비언과 달리, 대형화를 이룬 시크라는 덩치 싸움에 참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크라의 예산으로는 약 1,350만 미국 달러, 한화로 약 162억 원이 들었습니다. 오블리비언보다는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오블리비언에는 기술 연구비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크라는 대형화만큼 건설비는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블리비언은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딱히 이어나갈 껀덕지가 없었고, 가성비가 좋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롤러코스터였습니다. 때문에 다이빙 코스터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덩치 싸움이라는 당시의 시류에 따르기라도 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 번째는 2년 후인 2007년 5월에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부시 가든 윌리엄즈버그'(Busch Gardens Williamsburg)'프랑스'(France) 구역에 위치하며, 이름은 "그리핀"을 지칭하는 프랑스어 '그리폰'(Griffon)입니다. 다이빙 코스터의 스케일은 그리폰에 이르러 더더욱 거대해져서, 트랙의 전장이 약 947.3미터, 탑승 시간은 약 3분, 최고 높이 약 62.5미터, 최대 시속은 약 114.3킬로미터가 되었습니다. 탑승물의 규모도 더 커져서 총 30인승의 1열 3량 열차가 편성되었고, 다이빙 코스터 최초로 바닥이 없는 플로어리스 차량이 도입되었다는 점도 특징적이었습니다. 임멜만을 두 번째 낙하 구간 뒤로도 더하며 물리적인 스릴을 더했고, 지하 터널이 다시 첫 낙하 구간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긴 터널이 아닌 굴다리 하나를 지나는 정도이기에 거대한 수직 낙하 구간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은 여전했습니다. 그리폰은 사실상 시크라를 발주했던 부시 가든 프랜차이즈가 재구매를 해 준 셈인데, 그 2년 사이에 신규 구매자는 등장하지 않았기에, B&M 사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신호는 아니었습니다. 총 제작비로 약 1,560만 미국 달러, 약 187억 원이 투자되었는데, 이 당시에 180억 원으로는 그리폰보다도 고 스펙인 롤러코스터를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이빙 코스터는 으리으리하기는 하지만 파크 산업체 입장에서는 효용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기종이 되고 말았습니다.

 

불안은 현실이 되어, 다이빙 코스터는 암흑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중화권에 들어선, 2008년 1월 광둥성 광저우시 '참롱 패러다이스'(长隆欢乐世界/Chimelong Paradise) '레인보우 베이'(彩虹湾/Rainbow Bay) 구역'다이브 코스터'(垂直过山车/Dive Coaster)와, 2009년 8월 상하이시 '상하이 해피 밸리'(上海欢乐谷/Shanghai Happy Valley) '상하이 비치'(上海滩/Shanghai Beach) 구역'다이빙 코스터'(绝顶雄风/Diving Coaster)를 제외하면, 3년 동안 다이빙 코스터는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중화권의 다이빙 코스터도 기존 모델을 재탕한 것이었고, 아직 아시아에는 다이빙 코스터가 G5 하나뿐이라서 비교적 참신하게 느껴졌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중화권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도 상하이 해피 밸리 이후 0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오블리비언보다 가파른 롤러코스터는 존재했지만 모두 런치 방식의 셔틀 롤러코스터였기에, 리프트힐을 사용해서 에너지를 얻는 완전 순환식 롤러코스터인 오블리비언에 이목이 집중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블리비언의 등장 후 완전히 순환하는 레이아웃을 지닌 수직 낙하 롤러코스터는 흔해졌고, 밀레니엄 이후로는 낙하각이 100도를 넘는 것도 드물지 않게 공개되었으며, 게다가 다이빙 구간이 전부이자 정체성이었던 오블리비언과 달리 다른 롤러코스터에게는 수직 낙하 구간 이외에도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가 있어 이후로도 다양하게 발전시킬 여지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이빙 코스터도 더 크고 더 높은 다이브 드롭으로 무장한다면 더더욱 파격적인 롤러코스터가 될 수 있겠지만, 롤러코스터 시장에서 스펙 싸움은 끝도 없고 효용성 역시 족쇄가 되어 어중이떠중이만 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에 놓인 것입니다.

 

예전 영상에서 우리는 이미 반짝 인기 이후 금방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만 롤러코스터를 여럿 보았습니다. '울트라 트위스터'(ウルトラ・ツイスター/Ultra Twister)라는 별명을 지녔던 옛 '토고'(トーゴ/Togo) 사'파이프라인 코스터'(Pipeline Coaster)도 그러했고, '베코마'(Vekoma) 사'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an)도 유사한 사례로 떠오릅니다. 이렇듯 제아무리 큰 덩치와 첨단 기술을 좋아하는 롤러코스터 업계라고 해도 효용성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이 시절의 다이빙 코스터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던 2011년, 다이빙 코스터가 극적으로 부활하게 됩니다. 지난 영상에서 소개했던 하이브리드 코스터가 본격적으로 대세가 된 것도 2011년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2011년은 참 다이내믹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과연 2011년 다이빙 코스터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다이빙 코스터는 어떻게 살아났을까요? 이 이야기는 Ⅱ부에서 이어집니다. Ⅱ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