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5. 15:49ㆍ유튜브 원고/혀기네카페의 롤코라떼
[018][비평] '테마파크'는 '주제공원'이 아니다?! (테마파크의 정의 Ⅰ) 〔7/15〕
동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BUJRfDlxJeA
알고 타야 더 맛있는 롤코라떼, 지금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혀기네카페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번 영상부터 "테마파크의 정의"라는 테마파크 비평 연작 콘텐츠가 시작됩니다. "테마파크의 정의" 제Ⅰ부의 제목은 "'테마파크'는 '주제공원'이 아니다?!"로, 직전 영상에서 "어트랙션"이라는 단어의 용법에 대해 고찰해 봤다면, 이번 영상에서는 "테마파크"라는 단어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번 영상은 제가 2017년 개인 블로그에 작성한 포스트를 재구성 및 보충한 내용으로 전개되겠습니다. 이전에 저의 블로그에 테마파크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려 달라는 댓글을 남겨 주신 분이 몇 분 계십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정말 죄송하게도, 저는 테마파크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합니다. 이번 연작을 통해 저 나름대로의 정의를 시도하기는 하겠지만 이 동영상을 보고 계신 여러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겠지만, 저는 테마파크를 적확히 정의하는 일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테마파크를 정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이 과정을 통해 테마파크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략한 세 줄 요약을 원하시는 분은 이 영상을 시청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의 취지에 동의하신다면 이번 연작을 끝까지 봐 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영상은 개념 영상이 아닌 비평 영상인 만큼 저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시거나 보충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담론을 보다 활성화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열차 출발합니다. 영상에 고유명사와 개념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상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여 자막과 함께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It's Coastertime!
요즘 한국에는 정말 많은 테마파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 농업 테마파크, □□ 루지 테마파크, △△ 작가 테마파크, ◇◇ 온천 테마파크 등 수많은 지자체가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단 시설물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 기존의 시설물이 "테마파크"라고 이름을 바꾸어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테마파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테마파크"라고 부르고 있나요? '테마파크'(Theme park)는 직역하면 "주제공원"(主題公園)이 됩니다. 실제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은 2010년 3월 동향 리포트에서 테마파크를 "여러 사람들이 여가활동을 위해 유료로 방문하는 넓은 야외 공간으로 이곳의 설정이나 오락시설, 볼거리 등 연출을 하나의 특정 아이디어나 주제와 관련시켜 조성한 공원"이라고 하였고, "놀이공원과 테마파크는 같은 뜻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주제에 따라 시설이 세워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고 덧붙였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14년 2월 트렌드 보고에서 테마파크는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연출되는 관광 놀이시설로 상업시설, 숙박시설 등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국내외 여러 다른 보고서와 학술지 등에서 정의한 테마파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테마파크는 주제공원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농업 테마파크도 □□ 루지 테마파크도 분명한 주제를 지니고 있으니 분명 테마파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만약에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 가서, 입구에 용가리 조형물도 세우고 미끄럼틀과 다른 놀이시설마다 용가리 스티커를 붙여 놓고, 어디서 스크린이랑 빔프로젝터랑 오디오 장비를 가져와서 《대괴수 용가리》 영화를 틀어 놓고, 구석에서 용가리 과자를 팔면, 여러분은 이 놀이터를 용가리 테마파크라고 부르시겠습니까? 테마파크를 주제공원이라고 정의한다면 저의 용가리 놀이터도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실제로 해외에는 컨셉 제대로 잡은 훌륭한 놀이터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가 보시면 컨셉 확실하고 짜임새 좋은 놀이터를 여럿 보실 수 있습니다.
테마파크와 테마파크가 아닌 파크(park, 공원)의 차이는 주제가 있느냐 없느냐 뿐일까요? 사실 테마파크가 아닌 (다른) 모든 공원에도 주제가 있습니다. 아니,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고 가꾸어 삶을 영위하는 모든 공간에는 주제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학교"를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교도소"를 "죄인(…중략…)등을 격리 수용하여 교정, 교화하는 국가 시설"이라고 설명하며, "미술관"은 "그림, 조각 등의 미술품을 수집, 보관, 전시, 연구하여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규범에 따라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 죄인 등의 격리와 교정 및 교화를 담당하는 교도소, 예술품을 보관 및 연구하고 전시하는 미술관은 저마다 아주 명확한 공간적 주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곳의 유명 건축물이나 랜드마크를 보면, 우리는 단지 그 건축물에 뜻이 있고 의도가 있어서 그것을 잘 만든 건축물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설물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거나 그것이 속한 지역이나 시대의 특징을 획기적일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낼 때 그것을 명작이라고 부르고 랜드마크로 삼곤 합니다. 뜻이 있고 의도가 있어야 함은 이 세상 모든 인위적 공간에게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삶에 대한 철학 없이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낸 공간들을 지적하고, 효율성이라는 잣대만으로 공간성을 제도하려는 시도에 제재를 가하긴 합니다. 이 세상에는 분명 개성 없고 주제가 없는 시설물이 있지만, 그건 그 시설들의 문제이지, 주제는 단지 테마파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반론이 되지는 못합니다.
테마파크도 공원의 일종일 테니 주제를 지니는 공원이긴 할 것입니다. 그러나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연출되는 공원이라는 설명은 다른 공원과 테마파크를 명쾌하게 구분해내지 못합니다. "식물"과 "원"이 결합된 "식물원"이라는 말은 "식물의 연구나 일반인의 관람 따위를 위하여 특별히 한곳에 많은 종류의 식물을 모아 기르는 시설"이라는 본질을 그럭저럭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단어가 "식물원"처럼 풀이를 통해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새옹지마"라는 표현을 한 글자 한 글자 풀이하면 "변방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이지만, 진정한 의미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라는 것으로, 이 단어의 본질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 중에는 식물원과 같이 표면적인 표현이 본질을 담고 있는 경우보다 새옹지마처럼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테마파크라는 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주제공원이라는 표상적인 번역어에 얽매여, 저변에 깔린 본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사전이나 학술지보다 테마파크를 보다 엄밀하게 정의하고자 시도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테마 엔터테인먼트 협회'(TEA; Themed Entertainment Association)나 '국제 어뮤즈먼트 파크 및 어트랙션 협회'(IAAP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musement Parks & Attractions)는 테마파크와 어뮤즈먼트파크를 상당히 엄격하게 정의합니다. 평소 우리가 당연히 테마파크이고 어뮤즈먼트파크라고 생각했던 공원도 이들 기관의 정의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속도"를 "물체가 나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빠르기"라는 의미로 사용하며 "속력", "스피드", "템포"의 유의어로 여기지만, 물리학을 공부할 때는 속도를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 크기와 방향이 있"는 것으로 보다 엄격하게 정의하여 속력이나 템포와는 분명 구분되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반대로 일상생활에서 이 단어를 물리학에서 지니는 의미대로만 사용하면 맥랑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협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 넓은 정의와 너무 좁은 정의 사이의 적정선을 찾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해답에 접근하기 위해 테마파크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애너하임에서 세계 최초의 디즈니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파크'(Disneyland Park)가 오픈했습니다. 총책임자였던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디즈니랜드 파크라는 공간에 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이것은 테마파크이다."라고 말했고, 테마파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라고 전해집니다. 안타깝게도 월트 디즈니는 그래서 테마파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 주지 않고 세상을 떠나셨고, 지금의 우리는 도대체 테마파크가 무엇인지 밝히지 못하고 난항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디즈니랜드 파크는 아직도 운영 중이고, 동일 계열 공원이 현재 13곳이 더 생겼으니, 이들의 공간 문법을 살펴본다면 테마파크의 정체에도 보다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함으로서, 저는 테마파크에 대한 저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테마파크의 정의는, 다음 Ⅱ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Ⅱ부 열차 바로 들어옵니다. 안전선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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