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4. 19:00ㆍ테마 파크 비평
Ⅰ. 인타민이란?
인타민 ⟨INTAMIN⟩ 이라는 회사의 이름은 "국제 유희 시설물" (INTernational AMusement INstallations)의 줄임말이다. 인타민 사는 어뮤즈먼트 라이드 어트랙션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스위스계의 회사이다. 1967년 창립한 이래로 반 세기 동안 어뮤즈먼트 장치 산업 업계를 선도헤 왔다. 특히나 인타민 사는 유압 런치 추진 방식을 최초로 고안해 낸 회사이며, 선형 모터를 사용하요 탑승물을 가속하는 LIM 및 LSM 런치 방식 롤러코스터의 선구자 중 하나이다. 또한 인타민 사는,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각각 하이퍼 급 이상의 초대형 롤러코스터와 고도의 테밍이 입혀진 테마 파크형 롤러코스터를 선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처럼 도전정신과 추진력으로 지금까지 업계에서 선망을 받아 온 인타민 사인데, 최근 신규 라이드 어트랙션의 프로토타입 디자인 이미지가 공개되며 기존과는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인타민 사가 발표한 네 개의 프로토타입 디자인 중 무려 세 개의 디자인이 동종 업계 후발주자 회사들의 기성작과 빼닮은 모양을 하여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업계를 불문하고 신상품을 공개했다는 것은 타사에 의해 모방될 것을 각오하였다는 뜻이다. 특히나, 테마·어뮤즈먼트 업계는 그 특성상 아이디어 도용이나 표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이번 인타민 사의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테마·어뮤즈먼트 업계와, 그중에서도 밀레니엄 이후의 롤러코스터 업계는 아이디어가 각각의 기업과 업계 전체의 생명의 원천이 되는 만큼, 다른 회사의 아이디어를 노골적 이리만큼 대놓고 사용하는 것을 정당한 이윤 추구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없다. 더욱이, 전 세계의 롤러코스터 제작사에게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디자인만으로도 어느 롤러코스터가 어느 회사가 제작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업체별 제품의 특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인타민 사의 행위는 업계와 시장의 몰개성화(沒個性化)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인타민 사는 왜 도용 논란이 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타사의 아이디어를 베꼈을까. 아마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후배 기업들에게 업계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만 지금의 상황이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인타민 사 정도의 자본력과 영향력이라면 충분히 물량공세로 승부를 볼 수 있기에, 독창적인 롤러코스터를 제작하는데 많은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들이는 대신, 이미 검증된 타사의 아이디어를 슬쩍하여 보다 많은 파크에 다량의 롤러코스터를 보급한다는 속칭 양 치기 작전으로 노선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일인자였던 최고의 전성기가 지나고, 많은 후발주자들이 치고 나와 선두로 나서는 모습에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순위를 다시 빼앗는데만 급급하여 정작 중요한 발상은 게을리하고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타민 사 자신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며, 나아가 업계와 시장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변화 역시 역시 후배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낸 결과이며 성과라는 점을 인정하고, 인타민 사 역시 오래된 기업임에도 훌륭한 성숙기를 보내고 있음을 인식하고 믿으며,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할 때에 비로소 사람들이 다시 인타민 사에 열광할 것이다.
Ⅱ. 논란이 된 모델
① 울트라 스플래시 [ULTRA SPLASH]
울트라 스플래시는 셔틀 코스터이면서 동시에 워터 코스터이다. 셔틀 코스터란, 탑승물이 하나와 완전히 순환하는 트랙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닌, 동일 구간을 반복적으로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말한다. 울트라 스플래시의 트랙의 양쪽 끝에는 수직으로 치솟은 버티컬 롤백이 설치되어 있고, 트랙 아래쪽의 중앙에는 낮은 버니 홉 힐이 하나 설치되어, 그 모양새가 꼭 그리스어 소문자의 "ω"자를 연상케 한다. 기본적으로 트랙의 하단부가 물에 잠기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탑승물이 트랙을 따라 최초로 왕복할 때는 하단부의 물을 바깥으로 빼 두어, 기존의 U자형 셔틀 코스터처럼 작동한다. 그러다가 최후 강하 시 하단부에 다시 물을 채워 넣어 워터 코스터의 효과를 내는 식이다. 울트라 스플래시의 또 다른 특성은 레일의 형태가 굉장히 독특하는 것이다. 기존의 롤러코스터가 둘셋 혹은 서너 개의 관이 연결된 형태의 레일을 사용한다면, 울트라 스플래시에는 매우 굵직한 사각기둥 단 하나가 사용된 거대한 싱글 레일 코스터의 형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울트라 스플래시의 가장 특징적인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타사의 제품 특성을 도용한 것이라는 점이다.
락키 마운틴 컨스트럭션 ⟨Rocky Mountain Construction⟩ 사는 2001년 운영을 시작한 미국계의 신생 기업이다. 락키 마운틴 컨스트럭션(이하 'RCM') 사는 개성이 강한 레일 디자인을 통해 차세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였다. RCM 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아이박스 트랙 ⟦IBOX TRACK⟧과 타퍼 트랙 ⟦TOPPER TRACK⟧이라는 명칭의 하이브리드 코스터 모델이었다. 하이브리드 코스터에 이어 RCM 사는 렙터 ⟦RATOR⟧라는 이름의 초대형 싱글 레일 코스터 모델을 선보이며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RCM⸥ 사 이전의 싱글 레일 코스터는 대부분 소형이었으며, 아무리 커도 중형을 넘지는 못하였다. 또한, 중형 규모의 싱글 레일 코스터는 레일과 탑승물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서스펜드 코스터로 제작하는 것이 추세이기도 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코스터를 제작하며 탑승물이 레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보다 안전하고 보다 경제적인 노하우를 얻은 RCM 사는, 이전까지는 안전상의 문제로 도전할 수 없었던 좌식(싯다운) 형태의 초대형 싱글 레일 코스터 즉 ⸤랩터⸥를 선보이기에 이른 것이다. 최초의 실물 랩터 모델이 2018년 공개되었을 때, 소식만으로도 전 세계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해당 파크의 연간 방문객 수 역시 전년대비 상승하였다.
랩터 모델 현황2018년 식스 플래그 피에스타 텍사스 ⟮Six Flags Fiesta Texas⟯ 우먼 골든 라쏘 코스터 ⟬WONDER WOMAN GOLDEN LASSO COASTER⟭ 2918년 캘리포니아 그레이트 아메리카 ⟮California's Great America⟯ 레일블레이저 ⟬RAILBLAZER⟭ 2021년 식스 플래그 그레이트 어드벤처 ⟮Six Flags Great Adventure⟯ 저지 데블 코스터 ⟬JERSEY DEVIL COASTER⟭(예정) |
그리스어 소문자 "ω"자를 닮은 셔틀 겸 워터 코스터라는 특징은 막크 라이드 ⟨Mack Rides⟩ 사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다. 독일계 회사 막크 라이드 사의 롤러코스터는 곡선 트랙을 적극 활용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막크 라이드 사는 1990년대 후반에 워터 코스터라는 새로운 롤러코스터 장르를 선보인 세 개의 선발주자 중 한 곳이기도 했다. 막크 라이드 사의 워터 코스터 제품에는 턴테이블을 도입하여 가성비를 높인 수퍼스플래시 ⟦SUPERSPLASH⟧ 모델과, 유선형 트랙을 더해 롤러코스터의 물리적 재미를 보강한 워터 코스터 ⟦WATER COASTER⟧ 모델이 있다. 이 두 모델은 막크 라이드뿐만이 아닌 워터 코스터 분야 전체를 선도하는 양대산맥이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셔틀 형식을 차용하여 가성비와 스릴에 비주얼 쇼크까지 더해진 파워스플래시 ⟦POWERSPLASH⟧ 모델을 선보였다.
인타민 사의 신규 ⸤울트라 스플래시⸥의 트랙의 구성과 오퍼레이션 방식은 이 ⸤파워스플래시⸥와 거의 완전하게 일치한다. 파워스플래시의 스테이션에 턴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과, 파워스플래시에는 ⸤막크 라이드⸥ 사가 기존의 워터 코스터 모델에서 사용한 넓쩍한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레일을 사용해지만, 인타민 사의 울트라 스플래시에는 ⸤RMC⸥ 사를 떠올리게 하는 두꺼운 싱글 레일을 사용했다는 것이 전부이다. 물리적인 요소 뿐만이 아닌 울트라 스플래시라는 이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델 라인 명칭에 사용된 스플래시라는 단어는 막크 라이드 사의 제품의 특징이었다. 인타민 사가 모양도 거의 동일한 모델에 유사한 이름까지 지은 것은 작정하고 막 라이드 사의 시장점유율을, 그것도 노력 하나 하지 않고, 뺏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물이 튀기는 것(to splash)은 워터 코스터의 기본적인 특성이기에 스플래시라는 명칭이 아주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의성을 한 단계 더 발휘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후발주자의 과제이자 숙명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아이디어가 주요 무기가 되는 업계에서 빈곤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제패하려는 자세는 직업윤리적으로 비판의 대사이 될 수밖에 없다.
파워스플래시 모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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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핫 레이서 [HOT RACERS]
핫 레이서는, 하나의 어트랙션 안에 두 개 이상의 트랙이 있고 각각의 트랙에서 탑승물이 하나 씩 동시에 출발하여 마치 경주를 하는 것처럼 연출되는 레이싱 장르의 코스터이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인타민 사의 핫 레이서에는 총 세 개의 하위 모델 라인이 있으며, 각각 인피니티 〔INFINITY〕, 오버드라이드〔OVERDRIVE〕, 오토드롬〔AUTODROM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셋 모두 카 레이싱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핫 레이서⸥의 세 개의 하위 모델 ⸤인피니티⸥, ⸤오버드라이브⸥, ⸤오토드롬⸥ 모두의 프로토타입 디자인 이미지에는 ⸤RMC⸥ 사의 ⸤랩터⸥와 동일한 형태의 싱글 레일은 물론, 랩터의 것을 빼닮은 탑승물에 지지대까지 사용되었다. 랩터 모델과 핫 레이서 모델들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는 싱글 레일 롤러코스터의 대형화를 이룩하였고, 후자는 초대형화된 RMC 사의 싱글 레일 코스터를 다시 중간 규모로 축소하여 보다 많은 파크에 보급할 수 있게끔 하였다는 점이다. 두 대의 탑승물이 서로 경주하는 듯이 연출한 것 역시 RMC 사의 코스터에는 볼 수 없던 부분이다. 그러나, 인타민 사가 새롭게 추가한 RMC 사와의 차별점마저도 타사의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역시나 큰 논란이 되었고, 마니아층에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프리미어 라이드 ⟨Premier Rides⟩ 사는 1995년 문을 연 신예 미국계 회사로, 기존의 LIM과 LSM 런치 코스터에 파격적인 실험을 여러 번 선보이며 차기 에이스로 떠올랐다. 프리미어 라이드 사는 지난 2019년 12월 뫼비우스 레이싱 런치 코스터 ⟦MÖBIUS RACING LAUNCH COASTER⟧ 모델을 새롭게 공개하였다. 뫼비우스 레이싱 런치 코스터는 역대급으로 독특한 트랙 레이아웃을 선보이며 롤러코스터 팬들에게 즐거운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얼핏 보기에는 듀얼 스테이션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트랙이 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스테이션의 우측 플랫폼에서 탑승객을 탑승시킨 열차는 오른쪽 트랙을 따라 달린 후 스테이션으로 복귀하는데, 이때 열차는 처음 출발한 스테이션의 우측 플랫폼이 아닌 좌측 플랫폼으로 들어간다. 기존의 탑승물이 왼쪽에서 잠시 대기하는 동안, 오른쪽 플랫폼에서는 새로운 탑승객이 새로운 열차에 올라온다. 새로운 탑승물이 출발 준비를 마치면 두 열차가 동시에 출발하여 레이스를 펼친 후, 기존의 열차는 드디어 최초의 오른쪽 플랫폼으로 돌아오고, 새로운 열차는 왼쪽 플랫폼에 진입하게 된다. 즉 오른쪽 트랙이 끝나는 곳이 왼쪽 트랙의 출발점이며, 왼쪽 트랙의 도착점이 오른쪽 트랙의 시발점이며 최종 도착지인 것이다. 안과 바깥의 경계를 넘지 않고도 면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지나게 되는 뫼비우스와 같이, 뫼비우스 레이싱 런치 코스터는 한 번의 탑승으로 두 개의 레이스 트랙 모두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객 입장에서는 가성비와 만족도가 올라가 좋고, 오퍼레이터 입장에서는 회전율이 기존의 롤러코스터 한 대를 운영할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손해 볼 것이 없다.
⸤프리미어 라이드⸥ 사의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하고 거듭한 끝에 탄생했을 이 아이디어에, 인타민 사는 너무 쉽게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인타민 사의 핫 레이서는 뫼비우스 형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간혹 보인다. 그러나, 물리적인 체훔뿐만 아니라 컨셉과 스토리 역시 롤러코스터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타민 사의 핫 레이서에는 ⸤랩터⸥에 사용된 탑승물에, ⸤뫼비우스 레이싱 런치 코스터⸥와 유사한 장식물을 앞뒤에 더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트랙의 색상 또한 노란색과 무채색을 조화시켜 프리미어 라이드 사의 작품과 유사하게 비난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모티프는 카 레이싱 하면 누구나 금방 떠올릴 흔한 모티프이기는 하나, 그토록 흔한 모티프를 선점하지 못하였다면, 후발주자는 그 위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추가해야만 하고, 이것이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업계의 규칙이다.
뫼비우스 레이싱 런치 코스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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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버티컬 LSM 코스터 [VERTICAL LSM COASTER]
마지막으로 논란이 된 것은 버티컬 LSM 코스터라는 모델의 프로토타입 디자인 이미지였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개의 모델이 아직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과 달리, 해당 모델은 이미 실물이 설치되었다. 이름은 다람이의 블래스팅 브롱코 ⟬SANDY'S BLASTING BRONCO⟭로, 소재 파크는 니켈로디언 유니버스 뉴저지 ⟮Nickelodeon Universe New Jersey⟯이다. 실물 버티컬 LSM 코스터의 모양은 프로토타입 디자인과는 상당히 달랐다. 기존의 디자인은 비슷한 크기의 링 두 개가 포개어진 형태였으나 실물 다람이의 블래스팅 브롱코의 트랙은 임멜만이 구성을 주도한다다. 물론, 니켈로디언 유니버스가 실내 파크라는 부분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탑승물과 레일의 모양 역시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설치된 버티컬 LSM 코스터에는 굵기가 비슷한 원기둥 모양의 관 여럿을 트러스 구조로 연결해 하나의 큰 삼각기둥 모양을 이루는 전형적인 인타민 사의 레일이 대신 사용되었다. 이는 인타민 사가 주변의 비난을 의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버티컬 LSM 코스터는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섞지도 않고 그대로 카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트에서 언급한 세 개의 디자인중 가장 심각하다.
두 개의 링을 겹쳐 놓은 듯한 특이한 레이아웃 구성은 스카이 로켓 Ⅱ⟦SKY ROCKET Ⅱ⟧라는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카이 로켓 Ⅱ는 ⸤프리미어 라이드⸥ 사가 2010년대 초에 처음 공개한 작품이다. 프리미어 라이드 사는 2012년 해당 모델의 표준형을 최초로 선보인 후, 2015년에는 턴테이블을 도입하고 테밍 역시 강화한 하위 모델인 스테이션 스위치 〔STATION SWITCH〕을, 2017년에는 탑승물을 업그레이드한 2 커우치 〔2 COACH〕를, 이어서 2019년에는 3 커우치 〔3 COACH〕를 선보였다. 비주얼 쇼크 계의 라이징 스타가 된 스카이 로켓 Ⅱ는, 도대체 이렇게 생긴 코스터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여 무려 약 10년 동안 모델의독보적인 코스터인데, 여기에 인타민 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작업도 없이 모방한 것이다.
후속작인 스카이 로켓 Ⅲ ⟦SKY ROCKET Ⅲ⟧도 개성이 강한 모델이다. 처음에는 버티컬 루프의 안쪽을 돌고, 두 번째로는 루프의 바깥을 탑햇처럼 통과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구조물이 이후 인타민 사의 카피캣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스카이 로켓 라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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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아이디어 도용과 응용의 차이
타사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고 다만 새로운 조합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과 같이, 타인의 아이디어를 빌려 사용하더라도 그 위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한다면, 도용이 아닌 응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타민 사가 2012년에 선보인 윙 코스터 [WING COASTER] 모델을 사례로 들 수 있다.
① 윙 코스터
사실 윙 코스터라는 것은 스위스계 회사인 볼리거 & 마비야르 ⟨Bolliger & Mabillard⟩ 사가 2011년에 이미 선보였다. 볼리거 & 마비야르(이하 'B&M') 사 당시 사용했던 윙 코스터 ⟦WING COASTER⟧라는 모델을 도입하며, 2011년 가르다란드 ⟮Gardaland⟯의 랍토르 ⟬RAPTOR⟭, 2012년 3월 돌리우드 ⟮Dollywood⟯의 와일드이글 ⟬WILDEAGLE⟭과 쏩 파크 ⟮Thorpe Park⟯의 더 스웜프 ⟬THE SWARMP⟭를 선보인 후 2020년 8월 현재까지 전 세계에 총 16개 윙 코스터를 설치하였거나 설치 중이다. 인타민 사에서는, 2012년 허쉬파크 ⟮Herseypark⟯에 스카이러시 ⟬SKYRUSH⟭라는 자신들의 윙 코스터를 처음 설치한 후, 2016년에는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Ferrari World Abu Dhabi⟯에서 플라잉 에이스 ⟬FLYING ACES⟭를 선보이며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B&M 사의 윙 코스터와 인타민 사의 ⸤윙 코스터⸥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B&M 사의 윙 코스터에서는 탑승객의 몸이 탑승물의 바퀴 높이 혹은 그보다 아래에 놓이지만, 인타민 사의 윙 코스터에서 탑승객의 몸의 위치는 바퀴보다 확실히 높은 곳에 위치한다. 또한, 줄 당 네 개의 좌석 모두가 레일 옆에 놓이는 B&M 사의 윙 코스터와 달리, 인타민 사의 윙 코스터의 좌석은 줄 양끝의 두 개만 옆으로 튀어나오고 가운데의 두 자리는 탑승물 위에 놓인다. 덕분에 트랙의 레이아웃을 구성할 때 좌식(싯다운) 코스터의 요소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탑승객이 윙 코스터스러운 자리와 기존의 좌식 코스터식 자리를 고를 수도 있게 되었다.
② 4D 코스터
사실 ⸤B&M⸥ 사보다도 앞서서, 지금은 일본계 글로벌 기업 산하의 미국 회사인 S&S 산세이 테크놀로지 ⟨S&S – Sansei Technologies⟩ 사에 병합된 옛 애로우 다이내믹 ⟨Arrow Dynamics⟩ 사가 2002년 세계 최초의 윙 코스터를 선보였다. S&S 산세이 테크놀로지 사가 선보인 모델은 열차의 진행 방향을 x축이라고 할 때 좌석이 z축 방향으로 회전축을 두고 회전하게끔 설계되었다. B&M 사는 기존 S&S 산세이 테크놀로지 사의 윙 코스터에서 좌석을 회전하지 않도록 고정하는 대신 보다 트랙의 레이아웃을 보다 다양화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B&M 사의 윙 코스터는 S&S 산세이 테크놀로지 사의 작품과는 다른 것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4D 코스터에 관해서는 더 많은 사례가 있다. 인타민 사는 2007년 잭 스핀 코스터 [ZAC SPIN COASTER]라는 모델을 선보였고, 아이디어 도용이라는 의견보다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참고로, ⸤S&S 산세이 테크놀로지⸥(이하 'S&S') 사에 흡수된 옛 ⸤애로우 다이내믹스⸥ 사가 좌석이 360도로 회전한다는 특이사항을 더한 이른바 4차원 코스터 ⟦4TH DIMENSION COASTER⟧를 선보인 것은 2002년의 일이다. 현 S&S 사의 대형 4차원 코스터로는 ⸤식스 플래그 매직 마운틴⸥의 엑스 ⟬X⟭와 그 리뉴얼 버전에 해당하는 엑스 2 ⟬X2⟭, 후지큐 하이랜드 ⟮Fuji-Q Highland⟯(富士急ハイランド)의 에에자나이카 ⟬EEJANAIKA⟭(ええじゃないか), 중화공룡가든 ⟮China Dinosaur Land⟯(中华恐龙园)의 다이노콘다 ⟬DINOCONDA⟭(过山龙) 총 세 개가 있으며, 보급형의 소형 4D 프리 스핀 코스터 ⟦4D FREE SPIN COASTER⟧에는 2015년 처음 설치된 것부터 2021년에 공개 예정인 것까지 총 아홉 개가 있다.
사실 4D 코스터의 처음으로 소형화하여 보급을 시도한 것은 인타민 사였다. 인타민 사의 S&S 사의 모델에 사용된 넓적한 레일과 달리 트러스 구조를 엮어 만든 사각기둥 모양의 레일을 사용하였다. 가장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회전축의 위치로, S&S 사의 4D 코스터에서는 회전축이 탑승객의 엉덩이 앞 하복부 위에 위치하지만, 잭 스핀 코스터의 회전축은 탑승객의 등 뒤 엉덩이 부근에 놓여 있다. S&S 사의 방식이 보다 나은 탑승감을 제공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분야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S&S 사에게 넘어가고 말았지만, 인타민 사의 도전 정신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으며, 많은 이들이 인타민 사의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였다. 한편 인타민 사의 4D 코스터는 린난매키 ⟮Linnanmäki⟯의 키르누 ⟬KIRNU⟭, 떼라 미띠카 ⟮Terra Mítica⟯의 인페르노 ⟬INFERNO⟭, 그뢰나 룬트 ⟮Gröna Lund⟯의 인세인 ⟬INSANE⟭, 라 롱드 ⟮La Ronde⟯의 비페르 ⟬VIPÈRE⟭ 등 총 네 대가 있다.
③ 기가 스플래시 [GIGA SPLASH]
앞서 소개한 논란이 된 모델들과 함께, 실은 프로토타입 디자인 이미지가 하나 더 공개되었다. 기가 스플래시라는 이름의 슈트 더 슈트 모델로, 앞의 세 모델들과 달리 기가 스플래시는 마니아층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타사의 워터 코스터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리프트와 ⸤RMC⸥ 사의 싱글 레일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위로 인타민 사가 새롭게 더한 아이디어가 상당히 신선하여 인정을 받은 것이다. 슈트 더 슈트란, 아주 거대한 크기의 로그 플룸(속칭 '후룸 라이드')을 지칭한다. 새롭게 공개된 기가 스플래시에는, 지금까지는 롤러코스터에만 사용되었던 싱글 레일을 활용하여 사상 가장 가파른 슈트 더 슈트를 만들어 냈다는 점, 강하 구간 바로 다음에 작은 힐을 두어 슈트 더 슈트 사상 최초로 버니 홉을 도입하였다는 점, 정상의 턴테이블이 틸팅 되며 탑승물이 강하 구간에 진입한다는 독특한 장치를 마련하였다는 점, 탑승물이 강하할 때 다량의 폭포수가 함께 흘러내려가 물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였다는 점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수년 동안 정체되어있던 슈트 더 슈트의 진일보를 꾀하였다.
Ⅳ. 페어 플레이는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인타민 사는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는 회사이다. 인타민 사가 지난 2019년 광저우 수낙 랜드 ⟮Guangzhou Sunac Land⟯(广州融创乐园)에서 선보인 듀얼링 드래곤 ⟬DUELING DRAGONS⟭(双龙飞舞)은, 중국에 위치한다는 접근성의 문제만 제외하면 훌륭하고, 또한 익살스러운 재미가 정점에 달한 LSM 런치 코스터이다. 듀얼링 드래곤은 듀얼링 형식의 코스터이다. 듀얼링 코스터는, 하나의 스테이션에서 두 개 이상의 트랙이 출발하는 것은 레이싱 코스터와 동일하나, 두 개의 트랙을 따라 마치 엎치락 뒤치락 경주를 하며 나아가듯이 연출이 되는 레이싱 코스터와 달리, 듀얼링 코스터는 마치 만화영화 속의 로봇들이 공중에서 힘을 겨누며 싸우듯이 부딪히고 공격했다가 피하는 것처럼 트랙이 연출되는 코스터이다. 듀얼링 드래곤은 좌식(싯다운) 코스터인 홍룡(紅龍)과 인버티드 코스터인 녹룡(綠龍)이 대결을 벌이듯 연출되었는데, 홍룡의 버티컬 루프와 녹룡의 버티컬 루프를 정확히 포개 놓는 기발함이 킬링 포인트가 되었다. 심지어 홍룡과 녹룡의 트랙은 버티컬 루프 구간에서 지지대까지도 하나의 지지대를 공유한다. 허페이 수낙 랜드 ⟮Hefei Sunac Land⟯(合肥融创乐园)에 설치된 인타민 사의 또 다른 작품인 백룡비천 ⟬SOARING WITH DRAGON⟭(白龙飞天) 역시 화제가 되었던 훌륭한 라이드이다. 멀티 패스를 셔틀 코스터가 아닌 완전히 순환하는 레이아웃의 의 도입부에, 그것도 하이퍼 급의 거대한 코스터 적용하며 당시 큰 파격을 선사했다. 다가오는 2021년과 2022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 인타민 사의 신작 롤러코스터 중에는 백룡비천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킨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많다. 즉, 인타민 사가 완전히 순환하는 대형 롤러코스터에 멀티 패스를 도입하고 또한 더욱 개발해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타민 사는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는 회사이다.
인타민 사를 향한 비판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파크 업계에서, 그리고 롤러코스터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는지,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 법적으로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인타민 사가 새롭게 공개한 세 가지 프로토타입 디자인 역시 불법이 아니라고 판명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불법이 아니라고 그것이 윤리적인 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특히나 라이드 어트랙션과 파크 산업이라는 분야의 성장은 전적으로 업계 종사자가 좋은 아이디어는 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기에, 인타민 사의 아이디어 도용이 불법은 아니더라도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해당 업계가 타사의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그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는 식으로 업계와 시장을 발전시켜 온 것과 달리, 인타민 사의 새로운 모델은 그저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는 것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만약 파크 산업체와 입장객 등, 이용자 및 소비자가 인타민의 비윤리적인 기업 운영을 못 본 척한다면, 롤러코스터 제작사들도 그렇게 바뀌어 버린 시장 환경에 맞추어 움직일 것이고, 이 업계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 내기보다 서로 아이디어를 뺏고 훔치는 일에 더 큰 노력을 들이는 쪽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 중국계의 찐마 라이드 ⟨Jinma Rides⟩(金马, 영문 속칭 'Golden Horse') 사가 온갖 기이한 롤러코스터를 선보였음에도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세계의 마니아층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타인의 창의력을 도용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난 2012년 세계 놀이 시설 및 공원 산업 협회(IAAP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musement Parks and Attractions)의 박람회장에서는 찐마 라이드 사의 부스를 철거하는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만약 파크 산업과 롤러코스터 업계의 이용자와 소비자가, 찐마 라이드 사와 유사한 행위를 벌이고 있는 인타민 사에게는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질서와 발전을 위해 찐마 라이드 사에게 향했던 규제와 비판이 인종차별에 근간한 행위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다.
※괄호 안내
업체의 이름 ⟨Roman Capital & Lower⟩
인타민 사의 롤러코스터 모델의 이름 [ROMAN CAPITAL]
인타민 이외 업체의 모델의 이름 ⟦ROMAN CAPITAL⟧
하위 모델 라인의 이름 〔ROMAN CAPITAL〕
파크의 이름 ⟮Roman Capital & Lower⟯
롤러코스터의 이름 ⟬ROMAN CAPITAL⟭
(로마자 이외 문자 표기 혹은 '약칭·속칭' 또는 부연 설명)
⸤앞 문단에서 언급한 고유 명사⸥
* 같은 고유 명사를 동일 문단에서 언급하는 경우 두 번째부터는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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