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Ⅱ부: 현재

2020. 8. 27. 17:43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 중 두 번째 글로, 앞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Ⅰ부: 과거》에서 이어진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Ⅰ부: 과거
https://hgyhgyhykwarehous.tistory.com/6

 

이번에 새롭게 작성하는 새롭게 정리하여 티스토리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은, 지난 2019년 10월 필자의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제·오늘·내일》 3부작의 오류를 수정하고 새롭게 정리한 글이다. 기존의 어제·오늘·내일 3부작에는 새로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에서 바로잡을 잘못된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새롭게 정리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을 읽어 주었으면 한다. 다만, 새로 작성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는 동선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미지 없이 글로만 설명을 하고자 하니, 이미지를 참고하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걸어 놓은 링크를 따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놓은 포스트를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Ⅰ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제
hj99192.blog.me/221675580433

 

Ⅱ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오늘
hj99192.blog.me/221676240274

 

Ⅲ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내일
hj99192.blog.me/221676777968

 

© 2016 Universal Studios. All rights reserved.

 

※ 약어 설명

 

USH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Universal Studios Hollywood)

 

UOR  유니버설 올란도 리조트

(Universal Orlando Resort)

 

USF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

(Universal Studios Florida)

 

IoA  유니버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Universal's Islands of Adventure)

 

UVB  유니버설 볼케이노 베이

(Universal's Volcano Bay)

 

UEU  유니버설 에픽 유니버스

(Universal's Epic Universe)

 

USJ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Universal Studios Japan)

 

RWS  리조트 월드 센토사

(Resorts World Sentosa)

 

USS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Universal Studios Singapore)

 

UBR  유니버설 베이징 리조트

(Universal Beijing Resort)

 

USB  유니버설 스튜디오 베이징

(Universal Studios Beijing)

 

USM  유니버설 스튜디오 모스크바

(Universal Studios Moscow)

 

 

 

 

 

Ⅲ.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정체성 확립

 

앞선 Ⅰ부에서는 당시의 킬러 콘텐츠였던 상업영화 제작 현장 관람을 어트랙션 형식으로 제시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유성 영화의 도입 이후로 시대가 꾸준히 변함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며 발전하였으나, 정체성 확립 면에서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던 과거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번 Ⅱ부에서는 오늘날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더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전에, 잠시 지금(2020년)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위계 구조를 살펴보자.

 

유니버설 테마 파크의 가장 큰 모회사는 미국의 케이블 네트워크에 근간을 둔 컴캐스트 ⟨Comcast 사이다. 컴캐스트 산하에, 미국 전역 지상파 방송사인 전미 방송 회사 NBCNational Broadcasting Company와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 Universal Pictures 사가 2004년 병합되며 탄생한 NBC유니버설 NBCUniversal 사가 있고, 그 안에 파크와 리조트 산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Universal Parks & Resorts 사가 존재한다.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의 자회사로, 전체 유니버설 테마 파크와 리조트 시설의 기획 및 개발을 담당하는 유니버설 크리에이티브 Universal Creative 사와, 직영 파크인 USH와 UOR이 있다.

 

USJ는 본래 NBC유니버설 사와 오사카시의회의 합작으로 탄생한 현지법인 주식회사 U.S.J. ⟨株式会社 ユー・エス・ジェイ가 전적으로 담당하던 파크였다. 합작이라고는 하지만, 주식회사 U.S.J.의 지분 중 NBC유니버설 사가 소유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픈 당시 운영권은 전적으로 오사카시에 있었다. 이듬해인 2002년 연간 입장객 수가 반토막이 나며 USJ는 완전히 민영화되었고, 이후 NBC유니버설 사는 USJ의 운영에 도움도 개입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 USJ가 극적으로 부활하고 형제 파크 중 가장 높은 집객력을 자랑하게 되자, 2018년 주식회사 U.S.J.의 지분을 100% 사들이며, 주식회사 U.S.J.는 컴캐스트 사의 완전한 자회사가 되었다. 동시에 기존의 주식회사 U.S.J.에서, 합동회사 U.S.J. ⟨合同会社 ユー・エス・ジェイ로 그 이름과 형태가 변경되었다.

 

반면 USS는 오픈 당시부터 지금(2020년 8월)까지 줄곧 NBC유니버설 사가 겐팅 그룹 ⟨Genting Group에게 지적 재산권을 라이선스 해 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두 기업 사이의 협력은 있겠으나, 두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다른 곳에 종속되어 있지는 않다. 한편 UBR은 베이징 의회의 승인을 받아 건설된 현지법인 베이징 슈환 문화 관광 투자 유한회사 北京首寰文化旅游投资有限公司와 NBC유니버설 사가 지분을 7:3으로 소유하며 만든  베이징 인터내셔널 리조트Beijing International Resort 사가 운영하는 합자 시설이다. 이는 월트 디즈니 사가 상하이에 진출할 때의 모델을 참고한 것이며, 상하이의 진출이 성공한 것을 본 NBC유니버설 사는 기존의 개장일을 연기하면서까지 최초 계획보다 더 큰 규모로 UBR을 재설계하였다. USM은 완성된다면 USH와 UOR과 동일하게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속 파크로 운영될 예정이다.

 

 

 

1. 연이은 해외 진출 실패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사에게 해외 진출은 지독한 사춘기와 성장통을 앓게 하였다. 유럽권의 UMR이 10년도 가지 못하고 철수한 것에 이어서, 아시아권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사는 월트 디즈니 사보다 십수 년 늦게 아시아권에 진출하였다. 1983년 기간 한정 테마 파크로 첫 문을 열었던 '도쿄 디즈니랜드' (Tokyo Disneyland / 東京ディズニーランド)는 유례없는 대 성공을 기록하였고, 결국 상설 테마 파크로 전환한 후 리조트화를 선언, 지금의 '도쿄 디즈니 리조트' (Tokyo Disney Resort / 東京ディズニーリゾート; 이하 "TDR")를 완성하였다. 월트 디즈니 사의 일본 진출은 성공적이었지만,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사는 UMR의 사업 실패로 여파로 굉장히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태도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NBC유니버설 사는 일본에 진출하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신, 오사카시의회와 지분을 나눠 갖는 현지법인 주식회사 U.S.J.를 설립한 후, 현지법인에게 NBC유니버설 사의 콘텐츠를 라이선스해 주는 방식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사실 U.S.J. 사에서 NBC유니버설 사가 차지하는 지분은 매우 적어서, NBC유니버설 사는 파크의 직접적인 수익보다는 U.S.J. 사가 지불하는 로열티로 이익을 얻는 식이었다.

 

NBC유니버설 사는 USJ를 만들며 미국 본토의 파크들과 달리 영화 콘텐츠를 최대한 걷어냈다. 2001년 막 문을 연 당시의 USJ의 테마 구역은 총 여덟 개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 ジュラック・パーク) 구역과 죠스를 테마로 한 "애머티 빌리지" (Amity Village / アミティ・ビレッジ) 구역을 예외로 하면 자사의 콘텐츠를 소재로 삼은 테마 구역은 없었다. "워터월드" (Waterworld / ウォーターワールド) 구역도 설치되기는 했으나, 이것은 영화 콘텐츠 자체보다는 수중 액션 쇼를 선보이기 위한 시설이었다. 오히려 자사의 콘텐츠 대신 외부 콘텐츠인 피너츠Peanuts 의 저작권을 라이선스 받아 "스누피 스튜디오" (Snoopy Studios / スヌーピー・スタジオ) 구역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나머지 네 개 구역은 "할리우드" (Hollywood / ハリウッド・エリア) 구역, "뉴욕" (New York  / ニューヨーク・エリア) 구역,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 サンフランシスコ・エリア) 구역, "웨스턴" (Old West / ウエスタン・エリア) 구역으로, 미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주 무기로 삼았다.

 

NBC유니버설 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앞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발전 과정을 통해 그 이유를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지금의 '하우스텐보스' (Haus Ten Bosch / ハウステンボス)의 전신인 '나가사키 홀란트 마을' (Nagasaki Holland Village / 長崎オランダ村)를 위시하여, 당시 일본에서는 네덜란드, 에스파냐,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분위를 물씬 낸 시설물이 문을 열며 주목을 받고 있었다. NBC유니버설 사는 월트 디즈니 사의 콘텐츠와 달리 자신의 콘텐츠가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국적인 풍경의 파크"라는 당시 일본 내 파크 산업의 주된 방법론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할리우드 영화 테마 파크"라는 타이틀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일본의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의 파크에 대한 수요는 급감하게 된다. 하우스텐보스나 '시마 스페인 마을' (Shima Spain Village / 志摩スペイン村)과 같이 그나마 꾸준히 주목을 받았거나 지역민들과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일부 파크를 제외하고는 줄도산하기에 이르렀다. USJ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특히나 USJ는 평범한 이국적인 파크 정도로 만들어 놓고 "도쿄에 대적할 서(西) 일본의 디즈니랜드"라고 과대 홍보를 하여 역풍을 맞았다. 이국적인 풍경의 파크를 지양하면서도 쥬라기 공원이나 죠스 등 NBC유니버설 사의 대표 콘텐츠는 차마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하우스텐보스와 IoA와 USF가 뒤섞인 형태가 되어 버렸다. 영화 테마 파크라고 하기에도 2% 부족하고, 외국 테마 파크라고 단정 짓기도 그렇고, 촬영장 컨셉의 스튜디오 파크로 보아도 어딘가 부족한 애매모호한 공간이 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덕분에 이듬해인 2002년은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해임에도 불구하고, USJ의 연간 입장객 수는 전년의 약 1102만 명에서 절반인 763만 명으로 줄었다. 이를 계기로 오사카시의회가 질타를 받으며 USJ 운영에서 물러났는데, 동시에 NBC유니버설 사도 사실상 손을 떼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2005년 월트 디즈니 사는 홍콩에 진출하였으나 홍콩의 로컬 파크에게 참패하고 방문객들의 악평을 받는 등 체면을 제대로 구기고 말았다. 빠른 2등 전략을 유지하며 NBC유니버설 사도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긴 하였으나, 월트 디즈니 사가 곤혹을 치르는 모습을 본 데다가 지난 UMR와 USJ의 연패까지 더해져, 일본에 진출할 때보다도 소극적이 되었다. USS를 오픈하면서 NBC유니버설 사는, 이번에는 합자 경영 방식 조차 하지 않고, 겐팅 그룹에게 그저 브랜드 네임의 라이선스만 내어준다. 그렇게 2010년 겐팅 그룹의 RWS 안에 유니버설 계열 파크 중 최초로 100% 라이선스 파크이면서 규모 또한 가장 작인 USS가 문을 열었다.

 

 

 

2. USJ의 극적 부활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정체성 확립

 

 

1) 잘못된 고집을 타파하기까지

 

그러나 USJ는 2010년대에 들어서 전 세계 유니버설 계열 파크 중 연간 입장객 수가 가장 많은 파크일 뿐만 아니라, 디즈니 계열 파크보다 더 많은 연간 입장객을 모은 유일한 파크이며, 오히려 미국 본토의 USH와 UOR이 역으로 벤치마킹을 하는 파크로 거듭났다. 2018년에는 USJ를 버린 NBC유니버설 사가 7년 만에 USJ의 주식을 100% 사들이며 재인수하기까지 했다.

 

USJ를 극적으로 살려낸 장본인인 모리오카 츠요시 전(前) CMO는 자신의 저서에서, USJ를 회생시키기까지 "어긋난 고집" (間違えたこだわり)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회고한다. 그가 지목한 어긋난 고집에는 세 가지가 있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어긋난 고집은 USJ가 TDR과 서로 파이를 빼앗고 뺏기는 사이라는 인식이었다. TDR의 입장객 수가 줄어야 USJ의 입장객 수가 늘어난다는 착각이었다. 그러나 동일본과 서일본을 왕복하는데 약 30만 원이 들어 동일본과 서일본이 파이를 공유하기 쉽지 않다는 이른바 '30만 원의 강' (3万円の川)은 TDR과 USJ의 사이 역시 명확하게 갈라놓고 있었다. TDR의 주요 입장객은 동일본 주민이고 USJ의 주요 입장객 역시 서일본 주민이었으며, USJ가 급속 성장을 한 2010년대 초반에도 TDR의 입장객은 줄지 않았다. 30만 원의 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어긋난 고집은, USJ가 TDR과 경쟁하기 위해서 USJ는 TDR의 대척점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만들어 냈다. 이 강박관념은 TDR이 가족 단위 입장객과 여학생을 주로 공략하기 때문에 USJ는 성인 남성을 포섭해야 한다거나, TDR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USJ는 할리우드 영화만 다루어야 한다는 궤변 즉, 두 번째 어긋난 고집을 낳았다. 이러한 어긋난 고집은 USJ의 사원들에게도, 자칭 테마 파크 마니아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만연하여, 모리오카 전 CMO는 상당히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USJ가 단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 ウィザーディング・ワールド・オブ・ハリー・ポッター; 이하 "WWoHP") 구역 덕에 기사회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WWoHP 구역이 USJ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맞지만, USJ에 WWoHP 구역이 들어서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당시 NBC유니버설 사는 USJ에 간섭도 하지 않지만 조금도 도움도 주지 않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U.S.J. 사에는 WWoHP 구역을 들일 당장의 예산이 없었다. 결국 모리오카 전 CMO는 WWoHP 구역의 공사와 예산 마련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을 세운다. 모리오카 씨가  USJ의 CMO 자리에 오른 것은 개원 10주년을 맞이한 2011년이었다. 모리오카 전 CMO와 기획팀 사원들은 입장객 수를 향상할 계절별 계획을 세웠다. 봄에는 포토스팟과 스트리트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여 원내 분위기를 재정비하였고, 일본의 탤런트 벡키 (ベッキー)를 10주년 홍보대사로 초빙하였으며, 오사카시의회와 손을 잡고 3·11 동일본 대지진 응원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여름에는 오사카 소재 게임 회사인 캡콘 사의 대표작인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 의 특별전과 ⸢바이오하자드Biohazard 의 서바이벌 호러 메이즈를 선보여 크게 히트를 쳤는데, 이것은 이후 USJ의 상반기를 장식하는 "유니버설 쿨재팬" (Universal Cool Japan / ユニバーサル・クールジャパン) 이벤트의 초석이 되었다. 또한, USJ는 할리우드 영화 테마 파크라는 어긋난 고집을 갖고 있던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원피스 프리미어 쇼" (One Piece Premier Show / ワンピース・プレミアショ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이것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훗날 슈에이샤(집영사)의 만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유니버설 점프 써머" (Universal Jump Summer / ユニバーサル・ジャンプ・サマー)로 발전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여 기네스 신기록을 받았으며 새로운 프로젝션 맵핑쇼를 도입하여 세계 무대에서 상을 받기도 하였다.

 

홍보대사로 일본인 탤런트를 홍보대사로 초빙하고,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적극 활용하며, 몬스터 헌터와 바이오하자드와 원피스라는 일본의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까지, USJ가 10주년으로 기획한 모든 것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상관없는,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였다. 할리우드의 것도 아니었고, 영화 콘텐츠도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만화, 비디오 게임, 오리지널 콘텐츠 등 영화가 아닌 것이 더욱더 많았다. 어긋난 고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USJ의 이러한 행보에 혀를 내둘렀지만, 오히려 USJ의 영업이익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주제는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다. 동시대의 인기가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애초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슬로건은 모두 광범위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을 다루고 있었지, 영화로 범위를 한정해 놓은 것은 없었지 않은가. USJ는 모리오카 전 CMO 덕에 이점을 형제 파크들 중에 가장 먼저 간파해 낼 수 있었고, 가장 성공할 수 있었다.

 

 

2)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엔터테인먼트 일번가를 꿈꾸는가

① 할로윈 호러 나이트라는 이름의 콘텐츠 뷔페

10주년 프로그램 중 가장 뜨거웠던 것은 가을에 개최된 "할로윈 호러 나이트" (Halloween Horror Nights / ハロウィーン・ホラー・ナイト; 이하 "HHN")였다. USJ의 10주년 기념 HHN에서는 두 가지 어긋난 고집을 모두 타파하였다. 먼저 모리오카 전 CMO와 USJ의 기획팀은 이번 HHN이, 얌전히 말 잘 들을 것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평소 많은 억압을 견뎌내며 사는 일본의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것은 USJ는 성인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잡아야만 한다는 첫 번째 어긋난 고집을 깨는 기획이었다. 또한, USJ는 HHN의 중심 콘텐츠로 좀비를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주온呪怨, リング, 학교괴담学校の怪談 과 같은 일본의 호러 콘텐츠를 적극 수용하였고, 훗날 J호러 구역을 신설하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6년 후인 2017년의 HHN 때 USJ는, 입장객이 원내(園內)에 빽빽한 밀도로 꽉 차서 더 이상의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파크 풀" (Park-Full) 상황을 최초로 경험하기에 이른다.

 

가을은 전 세계 모든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HHN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유일한 시즌이다. 그러나 세부 기획은 파크 별로 다르기 때문에 형제 파크를 비교·대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무엇이 있는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싱가포르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USS의 HHN은 싱가포르의 대중문화와는 관련 없는 할리우드의 호러 콘텐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USJ의 10주년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국의 콘텐츠"를 활용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에서 인기가 있는 콘텐츠"를 촬영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싱가포르산 호러 콘텐츠"는 쉽게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싱가포르인이 즐기는 호러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힌두교의 전설, 중화권의 민담, 동남아시아의 특색 있는 귀신, 동아시아에서 건너온 도시괴담, 유튜브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몰래카메라 프로그램, 심지어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K팝을 활용하기까지, 모든 것을 끌어안은 USS의 HHN은 전 세계 어느 할로윈 이벤트 부럽지 않은 풍성하고 독자적인 라인업을 자랑한다. 2000년대부터 동남아시아의 호러영화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USS는 동남아 이웃 국가의 호러영화 감독과 협업을 하며 HHN을 기획하기도 한다. 덕분에, USS의 HHN은 가장 기발하고 소름 끼치는 기획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스크린 상영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된 옥자를 어떻게 "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작품을 어떻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소개할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었고, 결국 옥자는 깐느 영화제의 마지막 넷플릭스 공개작이 되었다. 과연 옥자는 영화인가?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는 영상물은 영화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정통파 영화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만약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할리우드 영화 테마 파크"라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USH와 USF에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호러 메이즈가 운영되었으며, 팬데믹의 여파로 HHN자체가 취소되긴 하였으나 2020년의 HHN에도 기묘한 이야기는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기묘한 이야기는 영화인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게는 이 질문도 대답도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기묘한 이야기이라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큰 화제가 되었고 몇 년째 회자되고 있고, 그렇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으니 말이다.

 

② 결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全般)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동시대가 주목을 받은 대중문화 콘텐츠 전반을 다루는 파크이다. 그것은 할리우드 영화가 될 수도 있고, 할리우드 이외 지역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영화가 아닌, 텔레비전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그래픽 노블, 비디오 게임, 음악 등 문화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심지어 직원들 자신들조차도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할리우드 영화 테마 파크라고 곧게 믿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USJ의 원피스 프리미어 쇼는 모리오카 전 CMO가 입사하기 전부터 진행하던 이벤트였다. USJ와 USS만 그런 것도 아니다. UOR의 매년 상반기에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이자 북미 지역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체험하고 싶어 한다는 축제 중의 축제 "마르디 그라스" (Mardi Gras)가 진행되고, 여름방학이 되면 락 페스티벌인 "락 더 유니버스" (Rock the Universe)가 개최되며, 겨울에는 라는 락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겨울이 되면 미국 북부 뉴욕의 추수감사절을 장식하는 메이시 퍼레이드의 플로트를 통째로 공수하여 "유니버설 홀리데이 퍼레이드 피처링 메이시" (Universal's Holiday Parade Featuring Macy's)가 열린다. 그러나 이전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은 이들을 부수적인 이벤트라고 여기고 있었고, 이들 영화가 아닌 콘텐츠 역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중요한 자산임을 먼저 간파한 USJ가 가장 크게 성공한 것이다.

 

참고로, K팝이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아시아권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한국의 콘텐츠도 즐겨 활용한다. 앞서 USS의 할로윈에서 K팝을 활용한 호러 메이즈를 운영했던 점을 언급했다. 당시에는 또한 한국의 장르 K팝 그룹이 USS의 시즈널 스페셜 스테이지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또한 USJ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 소녀시대가 플래시몹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동방신기2PM은 몇 번이고 원내에서 공연을 하였으며, 카라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예능을 촬영한 적 있고, 이들과 더불어 FT 아일랜드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어트랙션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가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진득하게 고아낸다면,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매 번 매 시즌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빠르게 선보인 후 빠르게 다음 타자로 갈아치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초창기 스튜디오 파크라는 형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아주 우연한 신의 한 수로 작용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에 비해 시즈널 이벤트의 수도 많고, 상설 어트랙션 및 심지어 원내의 테마 구역의 수명도 짧기 때문이다. 각각의 스테이지의 내부 공사 만으로 큰 공사 없이 적은 금액과 짧은 시간에 새로운 콘텐츠와 즐길거리를, 동시에 몇 개씩이나 선보일 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대중문화 콘텐츠라던 장르 구분 없이 수용하면서도 영화 촬영소라는 외형은 버리지 않은 이유는 할리우드 영화가 주제라 서가 아닌, 스튜디오 파크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게는 최적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Ⅳ.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변증법

 

1. 테제(正): WWoHP, 또 다른 터닝 포인트

 

성공적인 10주년을 보낸 다음 해인 2012년, USJ는 "유니버설 원더랜드" (Universal Wonderland / ユニバーサル・ワンダーランド)라는 새로운 테마 구역을 오픈하였다. 기존의 스누피 스튜디오 구역에 헬로 키티Hello Kitty 쎄써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를 더하며 구역을 확장 리뉴얼한 것이다. 동시에 이들 콘텐츠를 활용한 야간 일루미네이션 퍼레이드 "매지컬 스타라이트 퍼레이드" (Magical Starlight Parade / マジカル・スターライト・パレード)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유니버설 원더랜드 구역은 철저히 아이들에 맞추어 설계되었다. 구역의 파사드, 편의시설의 높이와 크기, 어트랙션에 탑승했을 때의 탑승감은 물론 주변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미취학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어졌다. 이는 모리오카 전 CMO가 아이들과 함께 직접 USJ를 방문한 후 미취학 아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추진한 프로젝트이다. USJ의 훌륭한 10주년을 보고도, 여전히 일본의 일부 자칭 테마 파크 마니아들은 성인 남성을 공략하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를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니버설 원더랜드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유니버설 원더랜드의 오픈 이후 USJ는 가족 단위 입장객도 포섭할 수 있게 되어 수익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2011년과 2012년에 새로운 프로그램과 테마 구역을 선보인 것은,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집객력을 높이고 WWoHP 구역에 들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모리오카 전 CMO는 2014년 WWoHP 구역의 오픈을 계획하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삼등분하여 2011년부터 삼 개년에 걸쳐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2014년 해리 포터 콘텐츠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지며, 직전 해인 2013년에는 방문객 수가 급감하는 역효과를 경험하였다. 자금적 여유가 없었던 모리오카 CMO와 기획팀은 기존의 시설 두 가지를 리뉴얼하는 방법을 택했다. 먼저 "어메이징 어드벤처 오브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 (The Amazing Adventure of Spider-Man - The Ride / アメージング・アドベンチャー・オブ・スパイダーマン・ザ・ライド)에 사용되는 영상을 4K3D로 업그레이드하였다. 다음으로 2007년에 오픈한 대형 롤러코스터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 (Hollywood Dream - The Ride / ハリウッド・ドリーム・ザ・ライド)의 뒤로 가는 버전인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 ~백드롭~" (Hollywood Dream -The Ride- Backdrop- / ハリウッド・ドリーム・ザ・ライド ~バックドロップ~)를 선보였는데, 백드롭은 개장 이레째 되는 날 최장 대기 시간 약 560분(약 9시간 33분)을 기록하며 일본 내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 약 750만 명이던 연간 입장객 수는, 10주년인 2011년에는 880만 명, 유니버설 원더랜드 구역이 문을 연 2012년에는 975명, 백드롭을 선보인 2013년에는 105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다행히 차질 없이 2014년 WWoHP 구역이 오픈하였고 당해 연간 입장객 수는 1270만 명이었다. 이듬해의 입장객 수는 1390만 명이었고, 15주년을 맞이한 2016년에는 약 1460만 명이 입장하며 매해 기록을 경신하였다.

 

 

1) IoA의 WWoHP, 전 세계 파크 산업의 판도를 바꾸다

 

빠른 2등 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 NBC유니버설 사는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가 부동의 업계 1위이니, 자신의 파크가 2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미국 본토에서 씨월드 계열 파크와 2위 자리를 놓고 오랜 경쟁을 벌이던 유니버설 테마 파크는 2010년 약 10년간의 경쟁 끝에 그 꿈을 이룬다. USJ에서 WWoHP 구역이 문을 열기 4년 전인 2010년 6월, IoA에서 최초의 WWoHP 구역이 문을 열었다. 이때 IoA의 연간 입장객 수는 약 36%나 증가하였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WWoHP 구역이 문을 연 곳이 USF가 아닌 IoA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물론 IoA의 연간 입장객 수가 USF보다 적었다는 점도 요인이 되었겠지만, IoA와 USF라는 공간의 각기 다른 정체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USF는 스튜디오 파크라는 양식을 차용한 공간이지만, IoA는 월트 디즈니 계열 파와 같은 정통 테마 파크 문법에 따른다.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 속의 별세계를 그대로 재현해낸 WWoHP 구역의 특성상 USF보다는 IoA와 더욱 잘 어울린다. 사실 두 가지 이유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요인이었다.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장점은 빠르게 바뀌는 트렌트를 빠르게 포착하여 빠르게 선보이는 것인데, IoA는 정통 테마 파크라는 특성상 묵직하지만 호흡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IoA를 쇠퇴의 길로 인도하고 말았다. NBC유니버설 사는 IoA를 살리기 위해, 동시대의 인기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이면서도 세대를 거듭해도 회자될 만한 어마어마한 킬러 콘텐츠를 도입하고자 했고, 여기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만큼 제격인 것도 없었다.

 

IoA를 살리고 동시에 UOR 자체의 2위 자리 굳히기 위해 만든 WWoHP 구역이었는데, WWoHP 구역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몇 배로 커서 전 세계 파크 산업의 판도 자체를 바꾸어 놓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에 대한 믿음이다. WWoHP 구역에는 약 2억 달러라는 사상 유례없던 거금이 들었다. 당시 다른 파크 산업체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단하기는 한데 너무 무모한 짓을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WWoHP 구역은 그야말로 초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전 세계의 다른 파크들이 앞다투어 거금을 들여 신규 어트랙션 유치에 나섰다. 당시 계획 단계에 들어갔던 프로젝트가 현실화된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전 세계 수많은 파크에서 온갖 대규모 어트랙션이 공개되고 있다.

 

IoA의 WWoHP 구역과 부근의 동선

두 번째로, IoA의 WWoHP 구역은 전 세계에 "파크 인 파크 전력" (Park-In-Park Strategy)을 보급하였다. 파크 인 파크란 문자 그대로 파크 안에 또 다른 파크가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파크는 입구로 들어선 후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파크 전체를 둘러본 후 다시 입구로 돌아올 수 있게 짜여 있었다. 그러나 파크 인 파크는 기존의 파크의 전체적인 동선에서 벗어나는 독립된 개별 동선을 만든다. 해당 구역의 모든 것, 구역 출입구, 어트랙션, 기념품점, 화장실, 급수대, 벤치,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모든 것이 독자적인 동선에 맞추어 꾸려진다. 원래의 IoA의 동선( 이미지 속의 푸른색 선 )은 원내에 입장한 후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로스트 컨티넌트 구역에서 쥬라기 공원 구역으로 나아가도록 짜였다. 그러나 파크 인 파크에 해당하는 WWoHP 구역은 전체 동선에서 벗어난 새로운 독립된 동선( 이미지 속의 붉은색 선 )을 지닌다. 이 말은 WWoHP 구역에 입장하기 이해서는 기존의 동선에서 이탈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첫 시도이기에 살짝 망설여졌는지, IoA의 WWoHP 구역은 소심한 파크 인 파크 전력을 채택하였다. IoA는 WWoHP 구역의 끝에 쥬라기 공원 구역으로 향하는 쪽문과 지름길을 마련해 두었다. 기존의 전체 동선을 따라가면 WWoHP 구역에 입장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WWoHP 구역의 동선을 따른다고 하여도 문제없이 로스트 컨티넌트 구역 → WWoHP 구역 → 쥬라기 공원 구역 순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2) USJ의 WWoHP,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다

 

USJ의 WWoHP 구역과 부근의 동선

2014년 7월 문을 연 USJ의 WWoHP 구역은 파크 인 파크 전략 굳히기에 들어갔다. USJ의 WWoHP 구역( 이미지 속의 보라색 공간 )은 기존의 파크 전체 동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전체 동선에서 WWoHP 구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동선을 이탈하여 무려 160m가 넘는 길고 좁은 숲길(로 꾸며진 공간)을 통과하여야 한다. WWoHP 구역의 개별 동선은 앞선 유니버설 원더랜드 구역과 뒤이은 애머티 빌리지 구역과 연결되지 않기에, WWoHP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구역 밖으로 나와 긴 숲길을 다시 걸어 나와 처음 전체 동선에서 이탈했던 지점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러한 극단적인 파크 인 파크 전략은 USJ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애당초 USJ는 부지 확장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파크가 아니었다. 때문에 새로운 구역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파크 밖의 주차장이나 창고 등 기존의 동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부지를 활용해야 했고, 신설 구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역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IoA에서 파크 인 파크 전략이 성공하기 이전이었다면 전체 동선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은 못 쓰는 땅일 뿐이었을 것이다. 이런 동떨어진 무인도와도 같은 부지에 새로운 어트랙션, 그것도 파크의 앵커 어트랙션을 들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IoA의 사례를 통해 파크 인 파크 전략의 가능성을 보았고, USJ는 조금 더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WWoHP 구역 오픈 당시 USJ의 연간 입장객 수는 전년대비 20% 넘게 증가하였다. USJ의 성공 사례는 이후 다른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물론 전 세계의 다른 수많은 파크에게 과감히 파크 인 파크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3) USF의 WWoHP, 파크 인 파크 전략의 정점에 서다

 

USJ에 WWoHP 구역이 문을 연 해의 같은 달 일주일 앞선 날, USF에서도 새로운 WWoHP 구역이 문을 열었다. 기존 IoA의 WWoHP 구역이 호그스미드와 호그와트를 재현했면, 이번 USF의 WWoHP 구역은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과 다이애건 앨리 일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USF의 WWoHP 구역에는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 다이애건 앨리" (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 Diagon Alley)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이와 구분하기 위해여 기존 IoA의 WWoHP 구역의 명칭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 호그스미드" (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 Hogsmeade)로 살짝 변경되었다. 또한, 지난 IoA와 USJ의 WWoHP 구역이 원작가 조앤 K. 롤링의 감수를 받아 만든 공간이라면, USF의 새로운 WWoHP 구역은 원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원작 소설과 영화 시리즈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며 작품 속의 세계를 확장시키기에 이르렀다.

 

USF의 WWoHP 구역과 부근의 동선

USF의 WwoHP 구역은 기존 샌프란시스코/애머티 구역 중 애머티에 해당하는 부분을 철거한 자리에 세워졌다. 기존의 애머티는 독자적인 개별 동선을 지니지 않았으나, WWoHP 구역은 독자적인 동선을 지닌 파크 인 파크로 설계되었다. 특히나 USF의 WWoHP 구역의 동선은 완전히 순환하는 동선으로, 구역에서 퇴장하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IoA와 USJ의 WWoHP 구역의 선형 동선에서 보다 발전한 동선이다.

 

USF의 WWoHP 구역과 그 부근 동선의 입체 모형

더욱 재미있는 점은, USF가 WWoHP 구역을 파크의 전체적인 동선에서 독립시키다 못해 아예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게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런던 시내에서 다이애건 앨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파사드를 통과하여 지나가야만 한다. 기존의 파크 전체 동선에서 본 WWoHP 구역은 템즈강변의 평범한 런던 시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용이 불음 뿜고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는 마법 공간은 킹스크로스 역사 등의 파사드 뒤로 완벽하게 가려졌다. 따라서 만약 이곳에 WWoHP 구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스트가 파크 전체 동선을 따라 이곳을 지나간다면 다이애건 앨리에 입장 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다이애건 앨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잘 만든 런던 테마 구역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USF의 WWoHP 다이애건 앨리 구역은 세 개의 WWoHP 구역 중 가장 완벽한 파크 인 파크 동선을 갖추었으며, 작품 속의 세계를 가장 핍진적으로 묘사한 공간이다. 이런 핍진성 넘치는 공간이, 정통 테마 파크를 지향하는 IoA도 아니고 여러 가지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USJ도 아닌, 본격 스튜디오 파크를 모방한 USF에 들어섰다는 점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내적으로는 그때그때의 인기 콘텐츠를 무엇이든 끌어안고, 외적으로는 스튜디오 파크의 양식을 취해, 빠르게 빠르게 내용물을 교체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온 유니버설 스튜디오, 그중에서도 USF였다. 그러나 IoA와 USJ에서의 실험을 통해 킬러 콘텐츠의 세계관을 세밀하게 모사한 파크 인 파크가 대세 콘텐츠임이 증명되었는데, 이러한 파크 인 파크 전략은 공간의 핍진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보다도 더욱 디즈니랜드스러운 전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튜디오 파크를 지향하는 USF에 디즈니랜드보다도 더 디즈니랜드 같은 WWoHP 다이애건 앨리 구역이 들어서게 되었다.

 

 

4) USH의 WWoHP,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근본을 흔들다

 

USH의 WWoHP 구역과 부근의 동선

2016년 4월에는 맏형인 USH에서 막내 WWoHP 구역이 문을 열었다. 산 중턱의 어퍼 랏 구역에서 계곡 아래의 로워 랏 구역으로, 방위상으로는 남에서 북으로 진행되는 USH의 전체 동선과 달리, WWoHP 구역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남동쪽으로 이동하며 진로를 틀어야 한다는 점에서 파크 인 파크 전략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USH는 본디 영화 촬영 단지이던 것을 파크로 전환한 시설이기에 처음부터 다른 계열 파크보다 동선이 다양화되어 있었으며, WWoHP 구역의 동선 역시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덜 파격적이다. 따라서 WWoHP 구역의 개별 동선 자체가 USH에서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통 스튜디오 파크인 USH에도 WWoHP 구역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아예 정통 테마 파크를 추구하며 만든 IoA, 여러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USJ, 스튜디오 파크를 모사하고 있기는 하나 진정한 의미의 스튜디오 파크는 아닌 USF와는 달리, USH는 형제 파크 중 유일한 진짜 스튜디오 파크임에도, 이곳에 WWoHP 구역이 들어선 것이다.

 

 

 

2. 안티테제(反):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롤러코스터 실험실

 

 

1) 롤러코스터의 추상

 

재미있는 사실이, 정통 테마 파크보다도 정통 테마 파크다운 WWoHP 구역을 만들기 직전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정반대로 정통 테마 파크의 문법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매력을 어필하고자 하였다. 2007년 USJ는 옥외형 대형 롤러코스터인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를 공개했고, 일본의 유명 듀오 드림스 컴 트루 (Dreams Come True)와 아이돌 그룹 SMAP를 홍보대사로 초빙하였다.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미국 NBC유니버설 사는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에서 영감을 받아 USF에 "할리우드 립 라이드 라킷" (Hollywood Rip Ride Rockit)이라는 유사한 컨셉의 대형 롤러코스터를 설치한다. 이어서 2012년 USJ에 백드롭이 도입되고 대기 시간 신기록을 세우며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할리우드 롤러코스터 시리즈의 열풍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대형 롤러코스터는 핍진성을 깨트려버리며 WWoHP 구역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각각의 테마에 따라 만들어진 테마 파크의 파사드와 거리 풍경 위로 거대한 철골(가끔은 목재) 구조물이 지나가니 풍경을 헤치기 일쑤이며 열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 역시 어마어마하다. 롤러코스터 특유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 자체가 테밍에는 치명적인데, 하물며 대형 롤러코스터는 그 흉측한 철골 구조물을 숨기거나 가리지도 못하고 중·소형 롤러코스터와 달리 컨셉을 입히는데도 한계가 있으니 테마 파크와는 상극이다. 그러나 USJ의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와 USF의 할리우드 립 라이드 라킷은 할리우드를 재현해낸 거리 풍경을 헤치기만 하는 것을 넘어, 파크의 정문 바깥에서도 그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대놓고 보이도록 설치해 두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초입부의 경관을 해친 이유는 무엇일까.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동시대의 인기 대중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다루는데, "동시대의 인기 대중문화 콘텐츠"란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 콘텐츠"를 의미하며, 이는 "사람들이 특정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하는 물음과 연관된다. 할리우드 롤러코스터는 정작 USH를 제외하고, 할리우드와 멀리 떨어진 USJ와 USF에만 설치되었다. 라라랜드La La Land 라는 영화의 내용과 제목 ( 신나고 흥겨울 때 때는 의태어 "랄랄라" La La La 와 로스앤젤레스의 약어인 "L.A."의 철자가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고, 타지인이 보기에 로스앤젤레스에는 꿈과 흥이 넘칠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를 잘 드러낸 표현이며, 비현실적이고 몽상가적인 것을 의미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 이 말해주듯, 외부인이 보는 할리우드는 흥과 환상이 가득한 공간이다. 이러한 환상은 L.A.가 실제로 어떠한 도시인지는 상관없이 타지인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재생산되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입장객에게 제공하는 것 역시 있는 그대로의 L.A.의 모습이 아닌 사람들이 할리우드에게 기대하는 환상과 비현실성이라는 추상적 관념이다. 이는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와 할리우드 립 라이드 라킷이라는 두 롤러코스터의 이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두 롤러코스터는 온보드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신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실은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의 트랙은 음파(音波)의 형태로, 할리우드 립 라이드 라킷은 높은 음자리표와 음표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을 정도로, 두 롤러코스터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두 할리우드 롤러코스터는 환상과 비현실성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다루며,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음악"을 중심 소재로 선택한 것이다. 구체적인 컨셉을 살펴보자면, 전자는 할리우드의 셀럽 커플의 파티에 초대되어 음악을 즐기다 못해 할리우드의 상공을 날아다닌다는 컨셉, 후자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의 백스테이지를 마치 리듬 게임을 즐기듯이(rockit)  날아다니며(ride) 공간을 찢어 놓는다(rip)는 컨셉이다. 두 롤러코스터의 말도 안 되는 컨셉은 입장객들이 할리우드에 기대하던 환상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기대하던 비현실성에 명중하였고, WWoHP 구역이 들어서기 전까지 파크의 앵커 어트랙션 역할을 하였다.

 

할리우드의 풍경을 핍진적으로 묘사할 것이냐, 실제 할리우드의 모습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할리우드라고 하면 떠올리는 추상적 관념을 극대화할 것이냐, 갈림길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탁월한 세부가 핵심인 디즈니랜드 등의 정통 테마 파크는 전자를 택한다는 점에서, 두 할리우드 롤러코스터는 디즈니랜드의 대척점에서 정통 테마 파크의 문법을 해체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후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어떻게 정통적인 문법을 해체할지 궁금했는데, WWoHP 구역의 연이은 성공으로 NBC유니버설 사가 이후로는 정통 문법을 엄수하다 못해 초월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아쉽게도 더 이상 할리우드 롤러코스터 시리즈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보기 힘들어졌다.

 

 

2) 롤러코스터와 테마의 만남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할리우드 롤러코스터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롤러코스터에 심혈을 기울여 실험을 했다. USF의 뉴욕 구역 기존의 "콩프런테이션" (Kongfrontation)이라는 킹 콩 관련 다크 라이드 어트랙션이 있던 자리에서 2004년 5월 "미이라의 복수" (Revenge of the Mummy)라는 다크 라이드의 요소를 차용한 인도어(실내) 롤러코스터가 문을 열었다. 같은 해 6월에는 USH의 로워 랏 구역의 과거 E.T. 어드벤처가 있던 스테이지에 "미이라의 복수: 더 라이드" (Revenge of the Mummy – The Ride)라는 유사한 어트랙션이 들어왔다. 2010년 USS도 개장과 동시에 USF의 것과 레이아웃도 이름도 동일한 어트랙션을 선보였다. 미이라의 복수 코스터 시리즈는 세부적인 컨셉과 스토리라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입구와 큐라인과 스테이션 등 모든 공간을 미이라를 컨셉으로 꾸며 놓았고, 당시의 최신 기술을 동원하여 롤러코스터의 트랙 주변 모든 곳에 조명과 애니메트로닉스 등 스토리 요소를 배치하였으며, 심지어 롤러코스터의 움직임 역시 스토리의 기승전결의 진행에 따라 변화하도록 하였다. 미이라의 복수는 몇 년 동안 전 세계의 롤러코스터 수상식을 휩쓸었다. 미이라의 복수의 탄생은 절규급의 롤러코스터와 테마 파크의 문법이 처음으로 조우한 순간이었다. 다만, 미이라의 복수 시리즈는 롤러코스터의 다크 라이드화(化)를 추구한 어트랙션으로, 실내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롤러코스터 특유의 철골 구조물이 외부로 노출되지는 않았다. 또한, USJ에서는 2012년 납량특집과 HHN, 2013년의 HNN 프로그램으로 세 차례에 걸쳐 "미이라 박물관 ∼하무납트라 신들의 저주∼" (The Mummy Museum / ザ・マミー・ミュージアム∼ハムナプトラ神々の呪い∼)라는 호러 메이즈 시리즈로 운영되며 라이드 어트랙션이 아닌 워크 스루의 형식으로 제시되었고, 오픈 예정인 USB에서는 초기 계획과 다르게 미이라의 복수가 제외되는 등, 2010년대에는 그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할리우드 롤러코스터 시리즈의 흥행을 기점으로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본격적으로 옥외형 초대형 롤러코스터에도 욕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WWoHP 구역의 메가 히트로 인해, 이후의 롤러코스터는 할리우드 롤러코스터 시리즈와는 다르게 보다 확실한 컨셉과 기승전결을 갖춘 스토리의 짜임새에 공을 들이게 된다. USS의 2010년 원년 멤버이기도 한 "배틀스타 갤럭티카: 인간 대 사일론" (Battlestar Galactica: Human vs. Cylon)은 프리 쇼 구간에서 2000년대 인기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 Star Galatica 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해냈다. 2016년 USJ의 개원 15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 (The Flying Dinosaur / ザ・フライング・ダイナソー)는, 플라잉 코스터라는 양식에 프테라노돈을 타고 쥬라기 공원의 상공을 가른다는 컨셉을 입혀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하였으며, 너무 공격적이라서 공개할 수 없었던 익룡들을 조련하는 데 성공하여 드디어 선보이게 되었다는 확실한 스토리까지 갖추었다. 쥬라기 공원 구역의 경관을 해칠 수도 있었으며 명확한 컨셉 덕분에 오히려 구역 전체의 디테일을 더할 수 있었으며, 자투리 공간에 만들어진 탓에 자칫 동선을 헤칠 수 있다는 문제 역시 해결하였다. IoA에서는 "인크레더블 헐크 코스터" (The Incredible Hulk Coaster)를 2016년 리뉴얼 오픈하며 최신 기술과 미디어 장비를 동원하여 스토리를 보강하고, 왜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가 롤러코스터가 되어야 했는지 당위성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은 USB의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롤러코스터와 트랜스포머 롤러코스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초대형 어트랙션을 테마 파크형 어트랙션이라고 부르기에는 여전히 무리였다. 테마 파크 어트랙션이 되기 위해서는 다크 라이드나 미이라의 복수 시리즈처럼 탑승물이 나아감에 따라 어트랙션의 스토리 역시 기승전결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초대형 롤러코스터는 프리쇼 구간부터 최초 가속 구간까지는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으나 탑승물이 처음 가속되는 순간(리프트힐에 의한 것이든 런치에 의한 것이든 무엇이든) 더 이상 이야기를 풀어가기 어려워지고 이후로는 순전히 컨셉으로만 승부를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보다 다양한 어트랙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BC유니버설 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회심의 카드는 WWoHP 구역의 뒤를 이어갈 극강의 핍진성을 자랑하는 테마 구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USJ는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를 공개한 다음 해인 2017년, 슈퍼 배드 시리즈를 테마로 한 "미니언 파크" (Minion Park / ミニオン・パーク) 구역을 신설하며 세부 묘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슈퍼 마리오Super Mario 를 위시하여 닌텐도 사의 게임 속 세계관을 그대로 재현해낸 "슈퍼 닌텐도 월드" (Super Nintendo World / スーパー・ニンテンドー・ワールド; 이하 "SNW") 구역을 새롭게 공개하여 파크 인 파크의 극치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미니언 파크 구역과 SNW 구역은 USS의 신규 테마 구역으로 건설될 예정이기도 하며, SNW 구역은 USH에 들어서는 것도 확정되었다.

 

 

 

3. 진테제(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롤러코스터 혁명

 

미니언 파크 구역과 SNW 구역의 소식을 접하며, 앞으로 NBC유니버설 사가 초대형 롤러코스터 개발 사업을 소홀이 하는 것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역시 요즘 대세는 어뮤즈먼트 파크보다는 테마 파크인 데다, 많은 유력 어뮤즈먼트 파크들까지도 원내에 테마 파크의 요소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신이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의 공학 기술은 모두 개발되고 롤러코스터 시장이 기술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초대형 롤러코스터로 승부를 보는 것이 과연 승산이 있는 행위인지에 대한 의심도 제기되었다. 이제는 대형 롤러코스터도 연출력으로 승부수를 띄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연출만으로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 롤러코스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도의 테마만큼이나 라이드 파워도 포기할 수 없었던 NBC유니버설 사, 작정하고 초대형 롤러코스터의 테마 파크 어트랙션화(化)라는 실험을 강행하였다.

 

IoA의 WWoHP 구역에는 "드래곤 챌린지" (Dragon Challenge)라는 듀얼링 형식의 인버티드 코스터가 있었다. 드래곤 챌린지는 IoA가 199년 처음 개장하였을 때 존재했던 "듀얼링 드래곤" (Dueling Dragon)을 해리 포터 시리즈에 어울리게 재(再)테밍(theming)한 것이다. 듀얼링 드래곤은 원래 로스트 컨티넌트 구역에 속하여, 얼음 마법을 지닌 드래곤 "아이스" (Ice)와 불을 뿜는 드래곤 "파이어" (Fire)를 나타내는 열차가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 트랙을 따라 달리며 수 차례 인터라킹하며 대결하는 듯한 연출을 준 롤러코스터였다. 2010년 WWoHP 구역이 신설되며 듀얼링 드래곤은 WWoHP 구역에 편입되었다. 동시에, 듀얼링 드래곤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트리위자드 시험을 컨셉으로 새롭게 꾸며지고 롤러코스터와 두 가지 트랙의 이름도 드래곤 챌린지, "헝가리안 혼테일" (Hungarian Horntail), "차이니즈 파이어볼" (Chinese Fireball)로 변경되었다. 이후 NBC유니버설 사는 19년 만에 듀얼링 드래곤/드래곤 챌리지를 완전히 철거하기 그 자리에 고도로 테밍된 새로운 롤러코스터를 건설하기로 한다.

 

그 결과물이 작년(2019)에 문을 연 "해그리드의 마법의 동물 모터바이크 어드벤처" (Hagrid's Magical Creatures Motorbike Adventure; 이하 "HMCMA")이다. 완전한 아웃도어(야외) 형식의 롤러코스터이던 듀얼링 드래곤/드래곤 챌린지와 달리, 백 퍼센트 아웃도어 타입이던 드래곤 챌리지와 달리, HMCMA는 아웃도어와 인도어와 인클로즈 구간을 반복하여 오간다. 선형 전동기를 활용하여 열차의 가속과 감속을 수시로 컨트롤하며, 애니매트로닉스와 온보드 사운드 시스템과 트랙 스위치를 통해 웬만한 다크 라이드보다도 다양한 움직임과 극적인 스토리를 선사하였다. 대형 롤러코스터가 단순한 스릴 라이드에서 테마 파크형 어트랙션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굉장히 복잡한 컴퓨터 제어가 필요했던 HMCMA는 오픈 직후부터 잦은 잔고장을 내고, 오작동으로 인하여 종일 운휴에 들어가는 일이 잦았다. 탑승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조차 제대로 공지할 수 없게 되며 방문객들의 원성을 사는 날이 이어졌다. 현재 동일 파크의 쥬라기 공원 구역에는 2021년 오픈을 목표로 쥬라기 공원/월드 시리즈의 벨로시랩터를 소재로 한 롤러코스터 건설 중이다. 새로운 벨로시랩터 코스터에서는 사용하는 애니매트로닉스와 선형 전동기의 수를 대폭 줄어들었는데, 이는 HMCMA가 일으킨 여러 가지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HMCMA에서는 선형 동기 전동기(LSM)를 열차의 속도를 줄이기도 하는 등 열차의 속도 조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지만, 새로운 벨로시랩터 코스터에서는 열차를 급히 추진시킬 때만, 그것도 2회에 한정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HMCMA만큼은 아니더라도 벨로시랩터 코스터 역시 온보드 시스템과 애니메트로닉스 등이 활용되며 요소가 탑승물의 움직임이 스토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테마 파크 형 어트랙션으로, HMCMA 탄생 이전의 롤러코스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HMCMA가 고액의 어트랙션임에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고 NBC유니버설 사가 초대형 롤러코스터를 테마 파크형 어트랙션으로 완전히 전환시키는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 세계의 다른 파크와 롤러코스터 제작사들이 열을 올려 고도로 테밍 된 롤러코스터를 개발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유례없던 기술이다 보니 HMCMA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결함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행착오를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반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크 인 파크 전략의 끝을 보고자 하면서도, 정통적 테마 파크 문법에는 맞지 않지만 스릴 라이드의 대명인 대형 롤러코스터 역시 포기할 수 없었던 유니버설 파크 & 리조트 사는, 얼핏 보기에는 상극처럼 보이는 두 요소를 결합하는 정반합의 변증법을 택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완전한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10년이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법 큰 진전이고 볼 수 있다.

 

서로 대척점에 선 테마 파크적 요소와 어뮤즈먼트 파크적 요소를 모두 끌어안으려다가 테마 파크형 롤러코스터라는 정반합적인 어트랙션을 탄생시키는 이 과정은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발전해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는 것만 같다. 인기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무엇이 되었든 일단 끌어안았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내용물을 교체하기 위해 헤쳐 모여 와 부품 교환이 용이한 스튜디오 파크 양식을 취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유행을 선도한 핍진적인 파크 인 파크라는 아이템에, 전체 파크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 버리고 스튜디오 파크라는 자신의 기존의 정체성을 전복시키기에 이르렀다.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 결과가 자기부정이 되었고, 자기부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또 자기모순을 낳았지만, 이 전복과 모순이 결국에는 다음 단계로의 발전으로 이어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변증법적이다. 덕분에 글의 서두에서 던졌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 테마 파크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는 찾았으나, 앞으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향후 5개년의 청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가까운 미래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모습은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대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는 이어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Ⅲ부: 미래》에서 하도록 하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Ⅲ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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