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31. 16:53ㆍ테마 파크 비평
본 포스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 중 세 번째 글로, 앞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Ⅱ부: 현재》에서 이어진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Ⅰ부: 현재 |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Ⅱ부: 현재 |
이번에 새롭게 작성하는 새롭게 정리하여 티스토리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은, 지난 2019년 10월 필자의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제·오늘·내일》 3부작의 오류를 수정하고 새롭게 정리한 글이다. 기존의 어제·오늘·내일 3부작에는 새로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에서 바로잡을 잘못된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새롭게 정리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부작을 읽어 주었으면 한다. 다만, 새로 작성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는 동선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미지 없이 글로만 설명을 하고자 하니, 이미지를 참고하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걸어 놓은 링크를 따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놓은 포스트를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Ⅰ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제 |
Ⅱ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오늘 |
Ⅲ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내일 |
※ 약어 설명
USH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Universal Studios Hollywood)
UOR 유니버설 올란도 리조트
(Universal Orlando Resort)
USF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
(Universal Studios Florida)
IoA 유니버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Universal's Islands of Adventure)
UVB 유니버설 볼케이노 베이
(Universal's Volcano Bay)
UEU 유니버설 에픽 유니버스
(Universal's Epic Universe)
USJ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Universal Studios Japan)
RWS 리조트 월드 센토사
(Resorts World Sentosa)
USS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Universal Studios Singapore)
UBR 유니버설 베이징 리조트
(Universal Beijing Resort)
USB 유니버설 스튜디오 베이징
(Universal Studios Beijing)
USM 유니버설 스튜디오 모스크바
(Universal Studios Moscow)
HHN 할로윈 호러 나이트
(Halloween Horror Nights)
WWoHP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SNW 슈퍼 닌텐도 월드
(Super Nintendo World)
HMCMA 해그리드의 마법의 동물 모터바이크 어드벤처
(Hagrid's Magical Creatures Motorbike Adventure)
Ⅴ. 2020년대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
앞선 Ⅰ부와 Ⅱ부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탄생하고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특히나 직전의 Ⅱ부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뿐만이 아닌, 동시대의 사랑받고 소비되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국적이고 장르고 묻지 않고 끌어안는 모습을 포착해냈다.. 또한, 스튜디오 파크라는 양식의 장점을 살려 빠른 회전 주기로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과정 역시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WWoHP 구역을 도화선으로 고도의 핍진성을 자랑하는 파크 인 파크 전력과, 초대형 롤러코스터를 들이고 노골적으로 배치하며 정통 테마 파크의 문법을 완전히 해체하는 방법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노선을 동시에 개척했다. 결국 스릴형 라이드 어트랙션을 얼마나 테마 파크형 어트랙션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하며 정반합의 변증법에 비유할 만한 과정을 겪었다. 이번 마지막 Ⅲ부에서는 이후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온갖 변수가 작용하는 파크 산업은 그 행보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특히나 유니버설 계열 파크와 같이 변화무쌍한 파크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NBC유니버설 사는 향후 5년 동안의 굵직한 계획을 공식석상에서 발표하였고, 공개된 내용이 상당히 자세하다. 따라서, 먼 미래를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공식으로 발표된 자료로 점을 찍고 그 점을 이어 향후 5개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의 그래프의 모양을 추측해볼 수 있겠다.
1. 질적 성장의 암흑기가 우려되는 USJ
USJ는 지금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정체성 구축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집객력에서도 형제 파크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질적 성장에 관하여 생각했을 때, 전체 유니버설 계열 파크 중에서 미래가 가장 염려되는 곳 역시 USJ이다. 물론, USJ의 지금까지의 성과와 뛰어난 입지 선정 및 USJ가 자리한 일본 특유의 캐릭터 산업에 관한 수요 덕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USJ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러나 USJ의 수익성이 아닌 파크로서의 매력은 상당히 우려된다. 이미, 일본 내외의 USJ 코어 팬층의 반응을 살펴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USJ만의 매력이 없어지고 있으며 아쉬운 기획이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며, 해마다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부모의 과한 욕심이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듯, USJ의 매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NBC유니버설 본사이다. 개장 초기의 좋지 않은 성적으로 USJ를 내놓은 자식처럼 취급하던 컴캐스트 사가 USJ가 대박이 난 후 2018년에 와서 다시 지분을 100% 사들이였다. 이후, USJ가 더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공을 들였던 모리오카 전 CMO와, USJ를 본사의 콘텐츠가 아시아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사용하고자 했던 컴캐스트 본사 사이에서 큰 마찰이 발생했다. 결국 모리오카 전 CMO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였고, 이후 컴캐스트 사는 기존의 유니버설 점프 써머 폐지, HHN에서 J호러 콘텐츠 비중 대폭 축소에 이어, 원피스 프리미어 써머의 규모도 크게 줄였다. 지금은 그 자리에 트롤즈, 싱,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 등 자사의 콘텐츠를 주입하고 있으나 반응이 이전만큼 뜨겁지는 않다. USJ만의 매력이 크게 줄며 내년(2021) 예정인 USB가 USJ의 실적에 좋지만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 공개 예정인 SNW 구역 집객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SNW 구역이 WWoHP 구역이 문을 열고 7년 후에 문을 여는 만큼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들 사이의 틈은 상당히 길고, 그 사이사이의 시즈널 어트랙션으로 파크의 매력을 더했던 USJ였기에 이후 SNW의 열기가 식은 후의 모습이 우려된다.
❝2001년 오픈 당시의 구역 편제❞ |
❝2021년 구역 편제❞ (예정) |
2. 안전한 도약을 꿈꾸는 USS, 그리고 USM
USS는 상설 시설만 놓고 보자면 처음부터 형제 파크들과는 전혀 다르게 정통 테마 파크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하고 있었다. 첫 등장부터 USS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콘텐츠로 만든 디즈니랜드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USS의 뉴욕 구역은 뉴욕을 모사한 촬영용 오픈 세트가 아닌 진짜 뉴욕 거리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할리우드 구역에서도 영화 촬영소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머지 구역 역시 모두 콘텐츠의 세계관을 그대로 묘사한 정통 테마 파크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니. USS는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콘텐츠로 디즈니랜드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USS의 기획 단계에는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의 연구·개발 부서인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사에서 유니버설 크리에이티브 사로 이직한 사원 다수가 참여하였다. 덕분에 USS는 형제 파크 중에서 규모는 가장 작지만 상당히 알찬 파크였다.
그러나 실적만 놓고 보자면 USS는 유니버설 계열 파크라고 보기도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잘 만든 테마 파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싱가포르의 인구수가 절대 많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에게 상당히 의존해야 하지만, 인접한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먼 걸음을 한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 주변에는 USS보다 규모가 큰 파크가 많기에, USS가 아주 매력적인 시설은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는 USS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관광객을 끌어 모을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USS에서는 2022년까지 기존의 마다가스카 구역을 철거하기 그 자리에 SNW 구역과 미니언 파크 구역을 신설할 예정이다. 대단한 모험을 하는 대신 킬러 콘텐츠의 부재라는 명확한 원인만 없애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대신 다른 형제 파크에서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된 미니언 파크 구역과 SNW 구역을 들인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만약 USM가 완성된다면, USM 역시 컴팩트한 파크를 추구하기 때문에 USS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2010년 오픈 당시의 구역 편제❞ |
❝2021년 구역 편제❞ (예정) |
3. 혁신의 USH
USJ와 USS가 향후 5년 동안은 변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맏형 파크인 USH는 기존의 껍데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USH는 기존의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 – 더 라이드를 업그레이드 리뉴얼한 "쥬라기 월드 - 더 라이드" (Jurassic World - The Ride)를 선보였다. 새로운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를 선보이며, 로워 랏 구역의 어트랙션 주변 역시 쥬라기 월드 컨셉에 맞추어 상당히 짙게 재테밍되었다.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는 기존의 쥬라기 공원 더 라이드보다도 사실적인 묘사와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강화하는 쪽으로 리뉴얼되었다. 물론 예상보다 세부 묘사가 좋지 않았다는 평이 있기는 하나, 방문객들의 문의 폭주로 인해 리뉴얼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오픈을 했으며 지금은 끝내지 못했던 부분을 열심히 완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는 어트랙션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데뷔 전의 텔레비전 광고로 더 큰 화제가 되었다. 광고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승부를 겨누려는 두 명의 카우보이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긴장감이 고조되던 중에, 뜬금없이 우주비행사 한 명이 등장하여 신통을 깬다. 바로 이어서 주변에 있던 영화 제작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것이 실제 서부극이 아니라 웨스턴 무비의 촬영 현장이었음을 알려준다. 우주비행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허둥지둥 촬영 현장을 달아나듯 떠나고, 머지않아 스튜디오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서부극 세트를 시작으로, 뉴욕 세트, 실내 세트, 백스테이지 등에서 영화 제작 관계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전 세계 유니버설 계열 파크에 입점한 스타벅스 커피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스튜디오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뒤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상징인 아치형 게이트를 비집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쿵! 쿵! 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그에 맞춰 흔들리는 화면. 드디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USH의 메인 게이트를 부수듯 통과며 포효하면, "It Just Got Real" (현실이 되었다)라는 심플한 문구가 떠오르며 광고는 끝이 난다.
원조 스튜디오 파크인 USH에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극강의 현장감과 핍진성으로 무장한 어트랙션이 신설된다는 점을 알림과 동시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더 이상은 스튜디오가 아닐 것임을 공표하였다. 이전의 쥬라기 공원 더 라이드가 영화의 SFX 기술과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해준 어트랙션이며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분수령이 된 어트랙션이기에, 쥬라기 공원 더 라이드를 업그레이드 리뉴얼한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가 전체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역사에, 그리고 테마 파크와 전체 파크 산업의 역사에 아주 굵은 획을 그을 것임을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정통 스튜디오 파크였던 USH에서조차도 이제는 굳이 스튜디오 파크 양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WWoHP 구역이 구름판이 되고,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가 의사봉이 되어, 널리 알렸다.
또한 지금은 로워 랏의 쥬라기 월드 섹션 뒤쪽으로 SNW 구역이 건설되고 있기도 하다. 세부 구역이라고는, 콘텐츠 중심이 아닌 산 중턱이냐 계곡 아래냐 하는 단순한 지리적 요인으로 나뉜, 어퍼 랏 구역과 로워 랏 구역이 전부였던 USH에 WWoHP 구역에 이어 SNW라는 두 번째 파크 인 파크가 들어오는 것이다. 이렇게 USH는 지금 옛 가죽을 뜯어내며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2021년 구역 편제❞ (예정) |
4. 완전한 디즈니랜드화(化)를 이룬 USB
지난 2019년 공개된 UBR의 첫 번째 파크인 USB의 전체 조감도에서도 이러한 행보가 파악되었다. 조감도에서 USB는 샌프란시스코 구역에 이어 뉴욕 구역까지 생략하고, 다른 구역에서도 스튜디오 파크의 모습은 완전히 지우며 완전한 정통 테마 파크로 표현되었다. 물론 과거 형제 파크의 WWoHP 구역이 보여주었듯이, 기존의 정통적인 테마 파크 문법을 초월하는 형태이기도 했다. 또한, 스튜디오 파크를 완전히 탈피하고 현장감을 극대화하며 극사실주의적인 핍진성을 추구한다는 점은 USS의 기조를 이어가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USB는 USS뿐만이 아닌 USH부터 USJ까지의 모든 기존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유산을 물려받았음을 파악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USB의 모든 테마 구역에 파크 인 파크 전략이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테마 구역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전체 파크를 최소 두 바퀴는 돌아야 하는 등 기존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에서는 물론 여타 테마 파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당히 입체적이고 복합적이며 복잡해진 동선이 눈길을 끈다.
원내에 빈 공간이 여섯 곳이나 있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이것은 USB가 개장 이후 확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기존의 파크는 모두 확장 계획 없이 처음부터 완성작으로 공개되었기에, USB는 오픈 전부터 확장을 계획하여 둔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된다. 실제 유출된 설계도에는 빈 공간이 각각 할리우드 구역, 미니언 랜드 구역, WWoHP 구역, 트랜스포머 메트로베이스 구역의 확장 구역으로 표시되어 있기도 했다. 만약 조감도와 설계도 상의 빈 공간이 모두 향후 파크 확장에 사용된다면, 추가를 외부 부지를 매입하거나 기존의 시설을 철거하는 일 없이 여섯 번의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고, 미니언 랜드 구역과 WWoHP 구역은 기존의 두 배 규모로 확장될 수 있으며, 파크 전체의 동선을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대중문화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여 빠르게 어트랙션화(化)하는 것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차별화된 매력이자 생존 전략이었던 만큼, 인기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다른 어느 파크보다도 빠르게 선보이는 신속성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든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지금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대규모 야외 공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스테이지 건물 내부를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해 왔다. 그러나 WWoHP 구역이나 SNW 구역, 쥬라기 월드 더 라이드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 이상 기존의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USB는 처음부터 아예 수차례의 대규모 확장을 계획해 놓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추가 공개하는 형식으로 새로운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지금 UBR 안에는 USB의 오픈 이후 테마 파크와 워터 파크를 각각 하나씩 순차적으로 더 추가하기로 이미 결정이 난 상태이기도 하다.
❝2021년 구역 편제❞ (예정) |
5. 미래형 테마 파크의 표본이 될 것인가? UOR
2019년에는, 이번 연작 포스트에서 다루는 범위 내에서는 가장 먼 미래인, UOR의 네 번째 파크 UEU의 조감도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UEU는 이전 '유니버설 판타스틱 월드' (Universal's Fantastic World)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공개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미국 백인들만 너무나도 좋아할 촌스러운 이름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조감도에 그려진 UEU의 모습은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니버설 판타스틱 월드라는 명칭을 듣고 NBC유니버설 사에서 플로리다에 추가로 매입한 땅의 부동산 자료가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많은 테마 파크 마니아들은 중앙에 라군 대신 명확한 랜드 마크가 자리한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존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지녔던 가운데 라군을 끼도 순환하는 동선 위에 파크 인 파크를 덧댄 형식 대신, 순환함과 동시에 중앙의 랜드마크에서 어느 구역으로든 접근이 가능한 방사형 동선을 예측했다. 필자 역시 UOR의 UEU과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완전한 디즈니랜드화를 상징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조감도가 공개된 후에는 이러한 예상이 완전한 오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순환형 동선까지도 완전히 버리고, 동선마저도 월트 디즈니 사의 정통 테마 파크 문법을 따르기로 한 것이라고 너무나도 빨리 단정 짓는 우를 범하였던 것이다. 실제 조감도가 보여준 UEU의 모습은 파격 그 자체였다. 우선 파크의 센터에는 무려 세 개의 라군이 들어서며, 라군 주변으로 새끼줄을 꼬은 것 같은 형태의 중심 동선( 이미지 속의 푸른 선 )이 지나가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편의시설이 배치되었다. 이번 조감도에서는 SNW 구역을 시작으로, ⸢프랑켄슈타인⸥Frankensein과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을 비롯한 유니버설 클래식 몬스터즈의 공간, 해리 포터 시리즈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신비한 동물 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시리즈의 테마 구역,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시리즈로 꾸며진 공간 등, 총 네 개의 테마 공간이 확인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이, 이들 네 개의 테마 구역이 모두 파크 인 파크이고, 심지어 전체적으로 보았을 대 순환하지 않는 방사형 동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테마 구역의 동선( 이미지 속의 붉은 선 )은 모두 독립되어 있으며, 특정 테마 구역에서 다른 테마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의 테마 구역에서 퇴장한 후 파크의 중심 동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또한 중심 동선과 각각의 테마 구역은 USF의 WWoHP 구역이나 SNW 구역처럼 완전히 가려졌다. 또한 각 테마 구역의 동선은 그리스어 소문자 "α"자나 숫자 "8"자가 떠오르는 형태로, 기존 파크 인 파크의 직선이나 원형 동선보다 입체적이다.
공개된 테마 구역 사이로 보이는 세 개의 빈 공간( 이미지 속의 보라색 공간 )에도 눈길이 간다. 조감도 상으로는 나무로 메워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세 공간 중 두 공간에는 중심 동선에서의 진입로가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오픈 이후 UEU에는 최소 세 개의 테마 구역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서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스튜디오 파크 양식을 완전히 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즈니랜드가 제시한 정통 테마 파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도 아니다. 핍진성 가능한 테마 파크는 추구하되, IoA에서 처음으로 WWoHP 구역을 선보일 때 그러했듯이, 전에 없던 자신만의 새롭고 독자적인 문법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 IoA에서 소심하게 실험되었던 파크 인 파크 전략은 약 10년이 지나 UEU에서는 파크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또한 조감도의 드래곤 길들이기 구역에서는 대형 롤러코스터 하나가 관찰되는데, 외견상 지난 Ⅱ부에서 분석하였던 할리우드 롤러코스터 시리즈와 상당히 닮았기에,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오늘날의 정반합의 변증법이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 또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업계 부동의 일인자인 월트 디즈니 계열 파크에서도 WWoHP 구역이 선보인 파크 인 파크 전략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와중에, 최소한 파크 인 파크 전략에 있어서는 유니버설이 디즈니를 한 발짝 더 나아가며 따돌린 것이다.
❝USF의 1990년 오픈 당시의 구역 편제❞ |
❝USF의 2021년 구역 편제❞ (예정) |
마무리하며…
한때, 사실 아주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도 잘난 점도 알지 못하고 방황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스튜디오 파크라 양식의 강점을 알아차린 후 동시대의 주목받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어느 것이든 어떻게 해서든 포섭하는 전투적인 자세로 빠르게 성장하여 업계 2위 자리를 굳혔으며, 그 끝에 자신이 유행시킨 WWoHP 구역의 새로운 파크 문법을 더더욱 발전시키다가 스튜디오 파크 양식을 완전히 탈피하는 자기모순과 자기부정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기존의 정통 테마 파크 문법에 흡수되는 것이 아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파크 문법을 구축해 나가는 변증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나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진보 그 끝에 위치한 UEU는 새로운 파크 장르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인다.
물론, 영화 제작 현장 구경이라는 유니버설 계열 파크의 초기의 아이템과 전략이 그러했듯이, 극사실주의적인 WWoHP 구역 이후의 소재와 방법론 역시 그 인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유행과 문화의 수명과 주기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짧아질지도 모르며, 새로운 유행과 문화는 지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전략을 눈 깜짝할 사이에 따돌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거쳐 가까운 미래까지 흘러오고 흘러가는 흐름을 살펴보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니버설 계열 파크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임을,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또 다른 신박한 방법론과 파크 문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추측할 수 있다. USB와 USM, 그리고 UEU의 개장 이후, 먼 미래의 유니버설 계열 파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또 어떤 뜨거운 대중문화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감싸 안을지, 기대하고 또 상상하게 된다. 이번에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삼부작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자아 변증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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